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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어… KBS 이사회도 이길영 이사장 '조건부'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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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어… KBS 이사회도 이길영 이사장 '조건부' 선출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 찬성… 야당측 이사, 새노조와 갈등수위 높아질 듯

KBS 첫 이사회가 자정을 넘겨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이길영 이사를 제9기 이사장으로 조건부 선출했다. 이 이사장의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사직을 사퇴하는 조건이다.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의 경우처럼, KBS에서도 비록 일정 제한 조건이 붙긴 했지만 결국 여당 측의 구상대로 이사장이 선정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와 KBS 야당 측 이사들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4일 오후 4시 이사장 선출을 위한 9기 첫 회의를 열었다.

마라톤 회의 통해 이길영 이사장 선출

▲이길영 KBS 이사회 새 이사장. ⓒ뉴시스
그간 KBS 새노조가 이사장 당선이 유력한 이길영 이사의 과거 친 독재정부적 태도와 학력위조 사례를 거론한 터라, 야당 측 이사들이 "하루 만에 관련 의혹을 검증하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다수 이사들의 주도로 회의는 강행됐다. 이길영 이사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강하게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는 여야 7대 4 구조다.

결국 한 차례 정회를 거친 끝에 KBS 이사회는 회의 9시간을 넘긴 5일 새벽 12시 45분경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 찬성으로 이길영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등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전원 퇴장했다.

다만 KBS 새노조가 청구한 국민감사 결과 이 이사장의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사직을 사퇴하는 조건부 단서를 달았다.

결국 MBC 사장 선임, 해임권한을 가진 방문진 이사장으로 논문표절 의혹에도 불구하고 여당 측이 추천한 김재우 이사장이 조건부로 선임된 것처럼, KBS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간 두 언론사 노조가 파업을 벌였으나, 아직까지는 힘의 논리로 양대 방송의 수장을 임명할 권한을 가진 인사가 결정됐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인데다, KBS 새 사장 선출이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고,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도 강해지는 마당이라 양 방송사의 운명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의혹 검증 필요

이날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 이사장이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내기 어려운 인사라는 점이다. 이 이사장은 과거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 시절인 1986년 이후 수년에 걸쳐 KBS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이 당시 이 이사장은 '땡전뉴스'로 상징되는 친 정부적 보도 내용을 정리해 정보기관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이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 이사장이 학력 위조 논란에 휘말린 점도 문제다. 이 이사장은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했는데, 그 이전에 작성된 공무원 인사카드를 비롯한 그의 인사 정보는 국민대 농업경제학과 졸업으로 돼 있다. 학력을 허위 변조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당장 KBS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이 이사장이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도 문제다. KBS 이사장은 상황에 따라 사장 이상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KBS의 노조 두 곳을 포함해 9개 직능단체도 모두 이 이사장 선임을 거부하고 있다.

"이 이사장 선임 뒷배에 박근혜 있어"

야당 추천 이사들은 회의 이후 공동 성명을 내 "이런 의혹과 의구심을 털어내고 KBS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으나, 나머지 7명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며 이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며 "분노보다 자괴감이 드는 게 우리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KBS 새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이사장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선임한 뒷배경에 정치적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새노조는 이날(5일) 정오 이 이사장 선임 반대 집회를 갖는 등 앞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새노조는 "공영방송 KBS가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이 책임의 정점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는 사상 최악의 비리, 군사정권 부역자를 KBS 이사장에 앉힌 이유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KBS를 언론장악 세력에 헌납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 사태를 공모, 방조, 야기한 세력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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