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브루스 윌리스는 왜 애플과 싸울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브루스 윌리스는 왜 애플과 싸울까?

디지털 콘텐츠는 상속도 양도도 불가능하다고?

영국의 타블로이드 언론 <데일리메일>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애플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아이튠스로부터 받은 MP3를 합법적으로 상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윌리스가 전처인 데미 무어 사이에 둔 세 딸에게 음원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문의 보도는 이후 윌리스의 현재 아내인 에마 허밍이 트위터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였지만, 미국의 IT 전문기자 댄 길모어는 윌리스의 사례가 디지털 시대를 맞은 지금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온라인을 통해 음원이나 영상을 합법적으로 구입하는 행위는 사실 해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길모어는 3일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욕심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로 나타났고,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애플·아마존 등이 지나친 구매 조건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구입한 콘텐츠를 물려주거나 선물하지도 못하는 등 권리가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 내려받기를 조장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자신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은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브루스 윌리스의 '아이튠스' 논란을 보도한 <데일리메일>의 기사.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다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이 애플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원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데 놀랐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이 소식은 윌리스의 아내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상태다. 기사가 사실이건 아니건, 디지털 시대에서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분노를 유발하는) 사실 중 하나를 보여준다. '소유권'(ownership)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적과 음악, 영화를 공급하는 이들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돈을 내야만 하는 세계를 항상 원한다. 그리고 콘텐츠가 디지털 형식으로 변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기술적으로는 어려워도 법적으로는 그러한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데일리메일>이 인용한 한 변호사의 발언이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이 모든 음원과 전자책이 실제로는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놀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구입한) 그것들을 넘겨주기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연스러울지는 몰라도 이는 애플, 아마존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 '판매자'들이 고객들에게 부여한 짐스러운 조건을 위반하는 행위다. '구입하기'(buy), '지불하기'(purchase)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 콘텐츠를 혼자서 쓰기 위한 권한을 사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법적으로도 그게 끝이다. 그러니, 현재 시스템에서 당신의 수집품을 물려준다고? 누구도 그럴 수 없고, 잘못된 일이 된다.

윌리스는 자신이 구입한 MP3 파일을 자식들이 이용하도록 할 수 있다. 파일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옮겨 건네주면 된다. CD나 축음기 음반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물려받게 될) 그의 딸 중 한 명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현재 저작권법이 혐오스럽지만 동시에 한 사람 이상에게 콘텐츠를 이전하는 행위는 저작권 정신을 위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이 애플의 MP3 구입 약관이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찬가지로 음원을 판매하는 아마존 같은 기업도 다를 바 없다. 사실 당신은 음원을 대여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존의 소액주주로서 필자는 기업의 이익에 굽실거리는 아마존에 실망하고 있지만,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영향력 아래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데일리메일>의 기사는 윌리스가 자신이 내려받아 저장한 영화 파일에 대해 똑같은 상속권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필시 그는 갖고 있는 DVD나 블루레이를 물려줄 것이다. 아마 그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재이용을 방지하는 (비록 해제하는 게 어이없게 쉽지만) 디지털저작권관리(DRM)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느낄 것이다.

모든 콘텐츠 판매사들이 DRM 혹은 강력한 저작권보호 제한을 걸어놓는 건 아니다. 필자는 사람들에게 가능할 때마다 그런 콘텐츠를 구입하고, 돈을 절약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책의 경우 영화만큼 심각하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통해 전자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은 당신이 내려받은 콘텐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에 엄격한 제한을 건다. 주요 출판사들이 사기나 마찬가지인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신이 킨들에서 구입한 콘텐츠를 되팔거나 선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은 분명히 바보짓이다. 법적 소송이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것 같지만, 킨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당신의 아마존 계정을 인수받지 않는다면 전자책은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만큼만 지속되지 그 이상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윌리스는 과거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속도로 우리 모두를 '클라우드 방식의 스트리밍'(stream-from-the-cloud) 모델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모델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혹은 읽을 권한을 구입하지만, 그 권한들은 시간과 장비에 따른 제안이 있다. 이러한 유료이용제(pay-per-view) 세계는 윌리스식의 딜레마를 무의미하게 만드는데, 그는 결코 무언가를 소유한 적이 없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모델이다. 필자는 몇몇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법적이건 아니건) 내가 간직하고 싶은 콘텐츠를 구입해 백업을 한다.

출판사, 음반제작사, 영화제작사가 디지털 시장에서 분별력 있게 행동할 것 같지도 않고, 정치권도 갈수록 엄격해지는 저작권법에 대해 업계의 말을 따르는 경향을 보이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나머지 우리에게 달렸다. 앞서 말했다시피 음원 문제는 기술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해결이) 쉽고,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일반 가정에서 음원을 물려주려는 것까지도 방해할 것이다. 백업 목적에서 DRM을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당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라. 킨들 같은 전자책이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갈 수 있다고 해도 (이 방법이) 더 간편하다.

음원이나 영상을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온라인에 올리라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취지에 동감하지만 우리가 적어도 우리가 구입한 콘텐츠를 백업하고 옮길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가 들은 더 혁신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음원·영상·전자책 라이선스를 구입하는 법적 실체(legal entity)를 만든 다음, 당신의 상속인이 통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이 쉽고 비싸지 않다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출 것이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아마도 애플, 아마존 등이 구매 조건을 바꾸게 강제하는 식으로) 이를 가로막을 방법을 재빨리 찾거나 금지하는 법을 이끌어낼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콘텐츠 배급사와 이들이 동맹군이 보여주는 엄청난 위선은 '지적 재산권'이 물적 재산과 같다는 주장으로 나타난다. 이는 거짓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방대한 권리를 창조했고, 구매자들이 구입한 게 무엇이든 재산권이 없다고 확신한다. 필자가 CD나 책, DVD를 구입할 때 그것을 팔거나, 내용물을 담은 용기(container)를 누군가에게 넘겨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 산업계의 가장 큰 욕망이고, 그들의 고객들을 엿 먹이는 방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