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방송 제작 관행에 대한 이해 없이 중요하지 않은 사실의 의미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KBS 새노조 제공 |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배재정(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상북도와 포항시 사이에 오간 공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KBS가 단 한 차례의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갖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31일 강호프로덕션(대표 유호식)에 '드라마 <강철왕>(가제) 편성의향 통보'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문 발송은 드라마기획국 팀장 L씨, EP K씨, 국장 직무대행 K씨의 결재를 거쳤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KBS는 이 문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초 "올해 초 강호프로덕션이 각 방송사에 편성공문 발송을 요청했고, KBS는 올해 6월 1일 드라마 기획회의 이후 같은 달 4일 편성의향서를 보냈다"는 KBS의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KBS 해명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의 편성의향서는 KBS에 남아 있다.
편성의향서는 외주제작사가 제작할 드라마를 방송사에서 편성표에 넣을 계획이 있음을 통보하는 문서다.
이와 관련,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당초 해명과 관련 사실이 다른 데 대해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문서가 나간 데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외주제작사에서 KBS에 방송의향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드라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성의향서가 발송됐다는 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에서도 이와 같은 KBS의 대응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드라마 방영을 위한 윗선의 독단적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새노조는 편성의향서가 발송되기 위해선 드라마 외주제작을 위해 드라마국 팀장과 EP가 참여하는 기획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 예정일 역시 "내년에야 가능하다"던 KBS 측 해명과 달리 올해 상반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방송 목표일이 올해였음은 포항시가 지난해 11월 24일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서도 확인됐다. 이 공문을 보면 포항시는 올해 6월까지 부지조성과 세트장 건립을 마치고 대선이 있는 12월에 방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배재정 의원은 "누구 지시로 지난해 3월 <강철왕> 편성의향서가 통보됐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공문에서 드러나듯 KBS는 내부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강철왕> 제작에 어느 방송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나아가 "방송사 고위층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제작에 적극 개입"한 것 아니냐며 관련 의혹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의혹에 대해 배재성 실장은 "KBS가 보낸 공문을 봐도 알 수 있듯, KBS는 정치적 논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치색을 배재하라'는 의견을 보냈다"며 "아직 KBS에서 <강철왕>을 방영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획회의를 거치지 않고 편성의향서가 제출된 게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송 제작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제기되는 의혹"이라며 "편성의향서는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의 아이디어만 괜찮다면 편성의향서를 발행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편성의향서가 기획회의를 거치지 않고 나가는 게 이례적인 일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일비재한 사례"라면서도 "이례적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KBS가 <강철왕> 제작과 관련, 처음 발송한 편성의향서. 발송 시기는 기획회의 이전인 지난해 3월 31일이며 방송 예정일은 올해 상반기로 돼 있다. ⓒ배재정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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