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종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서울 여의도 새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을 전하고 이 드라마가 박 전 대통령을 "혁명을 꿈꿔왔고, 혁명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이 드라마는 강호프로덕션이 올해 초부터 방송3사에 방영을 논의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이 프로덕션은 지난 5월 포항시, 경상북도와 각각 20억 원, 10억 원의 사업비를 협찬받기로 했고, 드라마 세트장(옛 청와대 건물, 건설현장 지휘소)을 짓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실제 지난 13일부터는 포항시 흥해읍 일대에 연면적 1101.25평방미터의 세트장 건설이 시작된 상태다.
세트장 완공 목표일은 오는 11월 15일이며, 청와대 건물 외벽 세트 공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에는 첫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드라마 총 제작비는 약 140억~15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상당액은 포스코가 지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KBS 새노조 |
아직 KBS가 방영하기로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KBS뿐만 아니라 방송3사 모두에 방영 제안이 들어왔다"며 "KBS는 금년에 대선이 있어 올해는 방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직 KBS가 방송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노조 주장은 다르다. 이미 KBS가 지난 7월 편성의향서를 전달한 상태라는 것. 편성의향서까지 써주고 제작을 하지 않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 역시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KBS에서 방영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박승호 포항시장도 지난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오늘 KBS 드라마'강철왕' 제작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인 유호식 강호프로덕션대표, 이주석경북도 행정부지사도 함께 했습니다"라고 관련 소식을 알린 바 있다. (☞ 바로 가기)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건설되는 드라마 <강철왕> 세트장. ⓒKBS 새노조 |
우선 드라마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내용 때문이다. 성격 상 박정희 독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를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미묘한 시기임을 감안할 때, <강철왕>이 필연적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미 KBS는 백선엽, 이승만 다큐로 옛 독재정권과 친일파 미화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KBS 특별기획 – 대한민국 60년의 기적>에서 박정희 독재 시절 산업화를 미화하는 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작 시기 역시 미묘하다. 드라마는 내년 1월부터 70분 씩 주 2회 방영될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 일정을 감안하면 대선 시기인 올해 12월부터 홍보가 강화될 게 뻔하다. 새노조는 "편성이 확정되고 촬영이 되는 순간 드라마 주요 내용이 매체를 통해 전파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대권 경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S가 특별한 목적, 곧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띄우기 목적을 가지고 <강철왕> 제작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을 거쳐 제작 추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크게 일어날 게 뻔한 데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으로 인해 이 드라마는 KBS 드라마국 기획회의도 통과하지 못했다. 새노조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강철왕>이 "박정희 유신 독재를 미화하는 작품"이라며 "이 때문에 초고와 기획안을 검토한 드라마국 간부들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새노조는 그러나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이 드라마국 회의에 참석해 <강철왕> 제작 확정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회의에서 '이것은 꼭 해야 한다. 명품드라마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KBS는 내부 회의에서도 보류 결정이 나 편성확정도 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이례적으로 편성의향서를 내 방송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다. 홍기호 새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드라마국 회의조차 통과하지 못한 드라마의 세트장 건설을 착수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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