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무가 물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크포시에게 곧 뒤처졌고, 크포시는 초반 25m를 힘차게 헤엄쳐 나갔다. 데코는 시작 총성에 반응하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경기를 마친 후 그의 주된 감정이 안도감이었다는 점을 볼 때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느낌은 아니었다.
시작한 이후에도 데코는 계속 허우적거렸고 그 앞에서 두 어린 10대가 엄청난 대결을 벌여나갔다. 크포시는 마지막 10m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크포시보다 훈련 기간이 1년 더 길었던 아다무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다무는 크포시보다 0.36초 먼저 결승점에 닿았다. 과연 기록은? 37초29로 독일의 브리타 스테펜이 세운 세계신기록보다 약 14초 늦은 수치였다.
아다무는 합동취재구역에서 멈추지 않고 정리운동을 하는 곳으로 갔다. 그는 자신이 이날 예선에 참가하는 73명의 수영선수 중 (현재)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준결승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꽉 차 있었다. 슬프게도 그의 최종 순위는 71위였고, 크포시가 72위, 데코가 73위였다. 하지만 이 세 선수는 각각 자신들의 최고 기록을 5초 이상 경신했다. 데코는 무려 7초나 경신했는데, 이는 (중국의) 예스원보다 더 나았다."
<가디언>이 다소 익살스럽게 묘사한 이 경기의 주인공들은 니제르의 나피사투 무사 아다무, 토고의 아조 크포시, 레소토의 마셈페 데코였다.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점과 함께 올림픽에 나서기엔 형편없는 수준의 수영실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 모두 출전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와일드카드를 받고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들은 기권한 헝가리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과 큰 차이로 꼴찌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날 언론이나 관중 모두 이들의 실력에 대해 비웃지 않았다. 올림픽 참가 선수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 아다무와 크포시, 그리고 직장에 다니다 국가적 열망을 안고 런던으로 향했던 데코 모두 런던올림픽의 공식 모토인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을 실천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13세 소녀
이 선수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1999년생의 크포시로, 13년 6개월 전에 태어난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최연소 출전 선수로 기록됐다. 크포시는 경기 후 인터뷰에도 당당하게 응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고,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토고에서 온 크포시에게 한 중견 기자가 쉬운 프랑스어로 말을 걸자 틀린 어법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아프리카 토고의 수영선수 아조 크포시를 소개한 <가디언> 올림픽 블로그 화면. |
'올림픽에 출전한 게 흥분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크포시는 "그렇지 않다"며 "난 지난 해에도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했다. 올림픽은 내가 처음으로 선 국제무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크포시는 수영인프라가 부족한 토고에서 호텔 수영장을 빌려 훈련을 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한 점이 기록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지만 신문은 "그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 그 호텔은 훈련하기에 매우 좋은 장소"라고 전했다. 실제로 크포시가 훈련한 토코 로메의 머큐어 호텔은 올림픽에서 쓰일 만한 규모의 수영장을 보유한 3성 호텔이다.
크포시나 1997년생인 아다무 등의 10대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항상 드물게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다. 심지어 중국의 10대 수영선수 예스원처럼 출전에 의의를 두는 것을 넘어 쟁쟁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메달을 획득하는 경우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자사 블로그에서 이날 '꼴찌들의 경기'를 소개하면서 10대 선수들의 경기도 올림픽의 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에 빛나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였다. '68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가장 어린 미국 남자 수영선수'로 주목을 받았던 펠프스는 시드니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때의 경험은 이후 런던올림픽까지 금메달 18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는 발판이 됐다.
기록상으로 남아 있는 가장 어린 올림픽 출전 선수는 1896년 아테네올림픽에 10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그리스의 체조선수 드미트리오스 론드라스로 단체 평행봉 종목에서 동메달까지 땄다. 현재 세계체조연맹은 출전 선수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은퇴 번복을 거듭한 25세의 '아름다운 꼴찌'
아다무와 크포시의 대결에 가려진 데코는 25세의 인력 컨설턴트다. 그는 5년 전에 프로 선수로서 수영을 접었지만 지난해 크포시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요청받고 출전, 꼴찌를 기록했다. 그는 출전 이후 다시 일터로 돌아갔지만 지난 6월 다시 런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는 전갈을 받는다.
그는 고민했지만 남아프리카의 소국인 레소토 국민들이 '우리도 올림픽에 수영 선수를 내보낸다'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서 런던에 갈 마음을 굳혔다. 레소토의 현지 언론 <레소토타임스>는 '수영에서 레소토의 올림픽 메달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데코의 개인 기록이 49초75라고 소개한 신문은 "그가 예선을 통과한다면 50m 자유형의 최강자인 네덜란드의 라노미 크로모비조요와 겨룰 것"이라고 전했다. 크로모비조요의 개인 최고 기록은 24초10로 데코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데코는 런던올림픽에서도 사실상 꼴찌를 기록한 뒤 인터뷰에서 프로 수영을 접겠다는 '특종'을 던져주는 등 기자들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운동선수가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른 프로 선수들과 달리 직장과 훈련을 병행했던 그는 "사실 마음속 60% 정도는 이제 경기가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라며 "좀 더 잘하고 싶었지만 이제 끝났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파크의 모든 정신과 들뜬 기분"을 사랑한다며 "라이언 록티나 쑨양 같은 선수들에게 가서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성격이 수줍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데코는 우리가 여전히 올림피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며 "그는 자신이 '아름다운 산악의 왕국'이라고 부르는 레소토로 돌아가 본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로모비조요는커녕 크포시조차 이기지 못했지만, 그는 올림피안이고 누구도 그에게서 이를 앗아갈 수 없다"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수영 대표로 출전한 마셈페 데코.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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