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여건이 더 나빠지면 부채상환여력이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부실가구 수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일 `가계부문 부채상환여력의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기부진으로 소득감소, 자산가격 하락 등 충격이 오면 저소득층 부채가구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소득 1분위(하위 20%)의 취약부채가구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4배 높고, 부실위험부채 비율도 3배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채상환여력이 취약한 가구 중 부실위험이 큰 부채를 보유한 가구가 많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주택가격 조정이 장기간 지속하거나 조정 폭이 확대되면 수도권 가구의 부채상환여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종사자 지위별로는 중하위 소득구간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취약부채액 비율이 같은 구간의 임금근로자 경우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재무여력과 순자산여력이 동시에 마이너스인 가구는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 보유부채 중 자산을 초과하는 부분이 대출금융기관의 손실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김 위원은 또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고 해당 차입가구의 부실위험이 큰 만큼 차입자의 상환위험을 고려한 대출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가구의 채무불이행 시 금융기관에 전가되는 손실률은 은행보다 비은행금융기관이 높다. 비은행부문 가계대출 증가율은 2008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빠르게 올랐다.
그는 현금 흐름이 적자인 가구의 비중이 작지 않다고 지적하고 가계에 재무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순자산여력이 큰 가구도 자산유동성이 낮아 현금흐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산거래 활성화와 유동화를 위한 조세정책과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경기 하강기에는 부실가구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취약계층의 실태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계부채 상당수가 부채상환여력이 있는 가구에 분포하기에 충격에 대비할 완충여력이 작지는 않지만, 경기둔화 등 하방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상계획을 마련해 가계부실이 경제 전반에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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