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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흑인 소녀, 미국 체조 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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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흑인 소녀, 미국 체조 역사 새로 썼다

[런던올림픽] 더글러스, 여자 체조 개인전 우승

2012 런던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부문에서 미국이 3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가브리엘 더글러스(17)가 금메달을 따면서 1952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입 이후 백인 이외의 선수가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다.

키 150㎝, 몸무게 43㎏에 타고난 탄력성과 정확한 연기력으로 '날다람쥐'라고 불리는 더글러스는 2일(현지시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결선에서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 4개 종목 합계 62.232점을 획득해 동갑내기 라이벌이었던 러시아의 빅토리아 코모바를 0.259점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더글러스는 첫 단계인 도마에서 15.966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강점을 보이던 이단평행봉에서도 15.733점을 올렸다. 하지만 도마에서 3위에 그친 코모바가 이단평행봉에서 15.966점을 받으며 바짝 추격했고, 평균대에서도 더글러스와 코모바는 호각세를 이뤘다.

마지막 마루운동에서 더글러스가 15.033을 받아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코모바 역시 15.100점을 얻는 데 그쳐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에 앞서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던 더글러스는 2관왕에 올랐다.

▲ 올림픽 여자 체조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흑인 선수 가브리엘 더글라스. ⓒAP=연합뉴스

'백인 스포츠'에 뛰어든 흑인 소녀

외신들은 더글러스가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메달을 획득할 정도의 선전이 기대되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체조대표팀은 어린 나이의 더글러스가 아직까지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더글러스는 이러한 평가를 부인하고 자신을 계속 채찍질했으며, 결국 시상식 맨 윗자리로 올라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혼자서 더글러스를 키운 모친 나탈리 홉킨스는 딸이 안전하게 뛰어놀게 하기 위해 6세 때 체조연습장에 등록시켰다. 약 3년 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숀 존슨을 키워냈던 중국의 체조 영웅 량차오는 더글라스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고, 그의 지도방식에 매료된 더글러스는 그와 같이 훈련할 것을 결심했다.

이를 위해 더글러스는 15세 때 버지니아에 있는 집을 떠나 아와오와에서 량차오와 훈련을 할 계획을 세웠다. 모친은 어린 막내딸이 집을 떠난다는 데 반대했지만, 더글러스의 언니들이 함께 나서 설득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더글러스는 집에서 약 1200마일(1930㎞) 떨어진 아이오와주의 웨스트 디 모인으로 갔다. 숙소를 따로 구할 돈이 없었던 더글러스는 아이오와에서 '2번째 가족'을 만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호킨스와 미시 파튼이라는 백인 부부가 더글러스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자신과 같은 흑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더글러스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과제였다. 더글러스는 훈련장에서도 거의 유일한 흑인 선수였고,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글러스는 "내가 듣는 랩 음악을 그들은 몰랐고, 나도 그들이 듣는 컨트리 음악을 몰랐다"라고 당시의 생활을 회상했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파튼 부부도 "봐, 밖에 흑인이 한 명 걸어가. 적어도 너 말고 아이오와에 흑인이 한 명 더 있는 거야!"라고 농담을 던지며 더글러스의 긴장을 풀었다.

더글러스가 아이오와에서 2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그의 모친은 딸을 4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혼자 힘으로 최고의 훈련코치로부터 훈련을 받는 비용을 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희생은 결국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선 딸을 보면서 보상받게 됐다.

▲ 올림픽에 출전한 더글러스를 응원하고 있는 모친 나탈리 홉킨스(아래쪽 가운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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