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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이은 정치 이벤트, 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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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이은 정치 이벤트, 무엇을 노리나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피곤한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들의 삶에서 집회와 동원, 정치적 선동 행위가 없었던 적은 없었겠지만, 요즘의 북한 내부를 보다 보면 북한 주민들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가지 주제의 동원과 선동행위들이 뒤섞여 북한 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조선중앙TV>에서 중점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치적 사건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 내 테러기도 사건·김정은 원수 추대 경축

먼저, 이른바 '특대형 파괴암해행위'에 대한 규탄이다. 7월 19일 탈북자 출신의 전영철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남한 정보당국의 사주로 북중 국경지대의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붙잡혔다'고 주장한 이후, 이를 규탄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일 '핵문제 전면 재검토'를 내세운 외무성대변인 성명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조선인민군 내무군 장병들, 22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일꾼들이 이번 사건을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과 지휘 밑에 꾸며낸…(중략)…특대형 국가테러 범죄'라고 규탄하며 무자비한 징벌을 다짐했다. 양강도인민보안국 인민군 장병들(23일)과 함경북도 내무군 군인들(25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붙어있는 인형을 군견이 물어뜯게 하는 등 대남 대미 적개심을 극렬하게 표출했고, 청년동맹중앙위원회, 김종태전기기관차 연합기업소, 김형직사범대학 학생들(이상 24일)도 규탄대열에 동참했다. 전사회적으로 대남·대미 규탄 분위기를 조직적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 함경북도 내무군 군인들이 총을 치켜들면서 남한과 미국을 규탄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그런가 하면, 김정은 제1비서를 원수로 추대한 데 따른 경축 분위기도 북한 전역에 조직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7월 18일 김정은 제1비서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는 중대보도가 발표된 이후, 당일(18일) 저녁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결의대회가 열렸고, 19일에는 평양시경축대회와 청년학생 경축무도회가 연이어 개최됐다. 각 지역별 경축대회도 시작돼 22일에는 자강도, 평안남도에서, 23일에는 강원도, 함경남도, 남포시에서 경축대회가 열렸으며, 24일에는 양강도, 황해남도, 평안북도에서 경축대회가 이어졌다. 또, 25일에는 황해북도, 함경북도, 라선시에서 경축대회가 열린 것으로 보도됐다.

이 밖에도 각 부문별 축하 모임이 진행돼 김책공대 경축무도회(20일)와 철도성 경축대회,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경축모임(이상 25일) 등이 잇따라 열렸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교직원과 학생들(21일), 조선인민내무군 장병들(20일)이 김정은 비서의 원수 추대를 경축하는 내용이 특별 프로그램 형태로 방송되기도 했다.

▲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원수 칭호 수여를 경축하는 청년학생들의 경축무도회. <조선중앙TV> 캡처.

이명박 정부 조직적 비난·전승절 경축행사 대대적 경축

'북한내 테러 기도 사건'과 '김정은 제1비서 원수 추대 경축'으로 온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직적 비난 기운도 드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남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반정부 선동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1일 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하며 새누리당이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선동한 데 이어, 23일과 24일에는 대남 비방 특집 프로그램까지 편성했다. 북한은 이틀에 걸쳐 방송한 '희세의 도적무리 리명박 패당'이라는 제목의 시사대담 프로에서 남한의 TV화면과 신문 등을 밑그림 삼아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남한 정부를 맹비난했다. '북한내 테러 기도 사건'과 더불어 대남 적개심을 조직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조선중앙TV> 캡처.

이상과 같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3일 김정은 제1비서의 직접 발기에 의해 전승절 경축행사가 성대히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전(前)세대들의 업적과 투쟁정신을 후대들이 빛나게 계승'하라는 김정은 비서의 지시에 의해, 이른바 '전승절' 즉 휴전협정 체결일을 대대적으로 경축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전국의 전쟁노병대표들이 평양에 초청될 것이라고 한다. 평양에서 또다시 대규모 정치집회와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는 동원과 선동에는 이유가 있다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행사와 4차 당대표자회, 소년단 창립 66주년 경축행사와 농근맹, 여맹, 직맹 대표자회, 그리고 신년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각 지역별 군중대회에다 중간중간 이뤄진 이명박 정부 비난 군중대회까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에서 행해진 각종 집회와 정치행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북한은 왜 이렇게 주민들을 각종 정치행사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힘들고 고단한 교육생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힘든 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다 보면 자신의 고단한 삶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북한 당국과 주민들에게도 이러한 말이 적용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지속적인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함으로써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고단한 삶에 대한 불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끊임없는 동원과 선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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