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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시끌시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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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시끌시끌', 무슨 일이?

서희산업노조 "BR코리아가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야"

"아이스크림은 냉동크림보다는 생크림이 더 들어가야 맛있어요. 확실히 맛이 다르거든요. 오래 일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미묘한 차이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향이 잘못 들어갔는지, 배합을 잘못했는지도 맛으로 알 수 있죠."

13년째 전국의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에 공급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왔던 김도열(45) 씨는 "아이스크림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면서 "모든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수기 잔업이 한창이어야 할 25일, 김 씨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공장 대신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앞에 섰다. 파업 78일차를 맞은 그는 "다시 공장에 들어간다면 최고의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BR코리아 작업복 입지만, 멸시받아…"

▲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일인시위하는 서희산업노조 조합원. ⓒ프레시안(김윤나영)
"TV에서 배스킨라빈스 광고만 나와도 즐거웠다"는 김 씨는 원래 BR코리아(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운영업체) 정규직이었다. 그러다 BR코리아가 매출액 1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장하던 2001년, 정규직이었던 생산직 노동자들이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김 씨를 비롯한 동료들은 BR코리아에서 분사한 서희산업(전 국제산업) 소속이 됐다. "그땐 우리가 순진했어요. 회사 이름만 바뀌니 (처우는) 걱정하지 말라던 말을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BR코리아는 소속 정규직 생산직원이 0명인 공장이 됐다.

노동자들은 하청 소속이 된 이후로 줄어든 임금보다 서러운 것은 차별과 멸시라고 입을 모았다. 14년차 노동자인 김종구(43) 씨는 "예전에는 원청에서 파견 나온 직원과도 한 식구라는 유대감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벌어졌다"고 말했다.

"원청 직원도 원래는 같은 BR코리아 출신이었잖아요. 그래서 생산직이 하청으로 전환됐을 초반까지만 해도 (서희산업으로 파견 나온) 원청 직원과 한 식구 한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청 직원이 시간이 지날수록 반말에 명령조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라고…."

김종구 씨는 "2010년까지는 원청이 작업복을 지급했는데, 노조가 생기면서부터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희산업이 작업복을 지급한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우리가 입는 작업복에는 BR코리아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서희산업의 막내급 노동자인 김승희(28) 씨는 "은행에 가도 서희산업이라고 하면 대출한도가 300만 원인데, BR코리아라고 하면 2000만 원"이라며 "어디를 가든지 서희산업은 모른다. 소개팅하면 배스킨라빈스에 다닌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접 고용한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010년 4월 서희산업 노동자 83명(BR코리아 정규직 입사자 23명)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 산하에 노조를 만들었다. 2년 뒤인 지난 4월 17일 BR코리아와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서희산업 직원의 비알코리아로의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적혔다.

그러나 열흘 동안 BR코리아는 "5년 뒤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직접고용에 대해 재논의하자"고 밝혔다. 열흘 뒤인 지난 5월 8일, 서희산업은 직장 폐쇄에 돌입했다. 이튿날 노조도 파업에 들어갔다.

1993년에 BR코리아에 입사했다가 2004년 서희산업으로 소속이 바뀐 김경옥(50) 씨는 "합의서를 썼을 때는 다들 회사 말을 믿고 기뻐서 부둥켜안고 울었다"면서 "열흘 동안 바보같이 일도 열심히 했다. 알고 보니 그 열흘 동안 회사는 대체인력을 구했다. 또 속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장하나·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중재와 압박으로 지난 23일과 25일에는 교섭이 재개됐으나, 전원 정규직화를 둘러싼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BR코리아가 불법파견" VS "회사의 독자적 업무지시"

직접 고용의 근거로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는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더 나아가 "BR코리아와 서희산업은 한 회사나 다름없다"며 "BR코리아 총무팀 차장이 서희산업 사장을 지냈고, 노동자 다수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희산업 사장이 면접을 본 후 BR코리아가 최종면접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준 표창장. ⓒ화학노련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김승희 씨는 "내가 일하는 팀의 4개 부서에서 서희산업 담당 관리자는 없고, BR코리아 직원 4명이 파견돼 모든 작업지시를 내렸다"면서 "하다못해 BR코리아 직원은 청소까지 지시했고 서희산업은 월급만 줬다"고 말했다. 김도열 씨는 "제품에 잘못이 생기면 서희산업이 아니라 BR코리아에 보고했고, 그에 따른 지침도 BR코리아가 내렸다"고 했다.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BR코리아 관계자는 "BR코리아는 품질관리나 신제품 기술지도만 했지, 생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서희산업은 설립 당시 아웃소싱 독립법인으로 BR코리아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BR코리아와는 전혀 다른 회사"라고 반박했다. 사장이 원청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희산업 사장은 안정적인 생산관리를 위해 2001년 생산직원과 마찬가지로 BR코리아를 퇴사하고 도급사로 전직했다"며 "설립 4년 차에 국제산업을 인수해 서희산업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나, 이 역시 도급사의 독자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희산업 직원의 소속 전환에 대한 BR코리아의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노조가 협상을 재개하는 시기에 고용노동부에 고발을 건 것은 안타깝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의 고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BR코리아 관계자들을 불러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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