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집회'를 미리 신고하는 방식으로 회사 앞 집회를 막아 왔던 대기업들의 행태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진창수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고(故) 황민웅 씨 추모집회를 금지한 서초경찰서의 처분을 집행정지해 달라며 삼성일반노조가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일반노조는 이날 오후 적법하게 집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조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얻은 백혈병으로 숨진 황 씨의 7주기 추모집회를 열기 위해 지난달 신청서를 냈지만 경찰은 '삼성전자 직장협의회의 집회신고가 먼저 접수됐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직장협의회 또는 삼성전자 명의로 올해에만 130여일 연속 집회신고를 냈지만 다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형식상 신고일 뿐 실제 행사가 개최된 적은 거의 없다"며 집회금지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 측은 "기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막고자 집회 신고를 선점하는 행위의 해석, 직원들의 근무에 미치는 영향과 갈등 등 쟁점은 앞으로 본안 재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KT 퇴직자 등으로 구성된 희망연대노조가 KT광화문 자사 앞에서 열려던 집회를 다른 집회가 먼저 신고됐다는 이유로 경찰이 금지하자 "먼저 들어온 형식적 집회신고가 있다는 것만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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