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죄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체포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 등 4명이 20일 오후 구금 114일 만에 중국 당국이 추방하는 형식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양(瀋陽)발 대한항공편을 타고 7시28분께 도착한 김씨는 기자들과 만나 "저희를 구출해주기 위해 노력해준 정부와 국민, 동료 등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북한 민주화 노력은 우리가 해야 할 임무인 만큼 앞으로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 상태를 묻는 말에는 "좋다"고 말했고, 체포 경위에 대한 물음에는 "앞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김씨 일행은 간단한 건강 검진과 함께 정보 당국으로부터 체포 경위와 국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귀가할 예정이다.
중국측은 전날 별도의 이유를 알리지 않은 채 우리측에 김씨 일행의 강제 추방 방침을 통보했으며 정부는 이날 오후 5시15분(한국 시간) 선양에서 김씨 일행의 신변을 넘겨받았다.
`강철서신'의 저자로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였던 김씨는 1990년대말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끼고 전향해 북한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해 오다 지난 3월29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일행들과 탈북자 관련회의를 하던 중 중국 공안에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됐으며 그동안 단둥시 국가안전청에 구금돼 있었다.
중국은 지난달 김씨 일행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기소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최근 불기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은 기소시 북한 인권 운동을 해온 김씨의 민감한 활동 내용이 공개되고 북한이 이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중국은 그동안 우리측과의 협의에서 한중관계를 고려해 김씨 일행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했으며 최근 방한한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안부장도 김씨 일행의 석방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추방형식으로 한국에 보낼 방침임을 분명히 했었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화염병 투척사건으로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국인 류모씨 등의 처리 문제가 김씨 일행의 추방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멍 부장도 방한 중 류씨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측이 김씨 일행에게 중국 내 활동에 대해 함구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씨 일행에게는 중국 내 반체제 활동시 적용되는 중죄가 혐의로 적용됐지만 그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추방에 조건이 있는지를 확인할 입장에 있지 않으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김씨 일행에 대해 일정 기간 재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행은 기소 전에 추방됐기 때문에 중국에 벌금 등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2002년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다 체포된 천기원 전도사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뒤 추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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