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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물러나면 끝? 또 다른 '낙하산'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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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재철 물러나면 끝? 또 다른 '낙하산' 나오면?

[언론 파업이 남긴 것·②] 공영언론 사장 선임 문제 해결 방안은?

언론사 노조의 파업이 동시에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각 노조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낙하산 사장'으로 대표된 소유구조 문제가 그것이다.

MBC의 김재철 사장, KBS의 김인규 사장, 연합뉴스의 박정찬 사장, YTN의 배석규 사장은 모두 자사 노조로부터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공영언론이 동일한 문제를 앓고 있었기에, 파업 또한 동시적으로 일어났다.

이 때문에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언론인들의 파업이 재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언론사 소유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각 언론사의 이사진 선임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물론, 크게는 정부 부처 개편까지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그러나 당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은 KBS와 MBC의 이사진 구도를 개편하는 것이고, 이는 야당이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야만 실현 가능한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영방송사 사장은 선임 과정 특성상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왜 낙하산 문제 되풀이되나

현재 KBS와 MBC의 사장 선임 구도는 대체로 비슷하다. KBS는 11명의 이사가 사장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이 사장 선임권과 해임권을 가진다.

그런데 KBS의 경우 이사진 구도가 여당 7대 야당 4며, MBC는 6대 3이다. 여당 측에 일방적인 구도라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낙하산 논란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MBC의 경우 9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가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의 표를 얻은 이를 사장으로 선임한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방문진 이사는 관행적으로 청와대에서 3명, 여당이 3명, 야당이 3명씩 추천한다. 즉,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청와대에 가까운 이사 6명과 야당 이사 3명의 대결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KBS 사장 인사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진 역시 비슷한 절차로 구성된다. 11명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진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는데, 7대 4로 여당 측 이사가 더 많다.

뉴스통신진흥회의 감독을 받는 연합뉴스 역시 비슷한 구도다. 사장 추천권을 가진 뉴스통신진흥회의 임원 7명 중 3명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자고, 2명은 일간신문 발행인 대표자와 지상파 방송사업자 대표자가 추천한다. YTN 역시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공기업인 한전KDN이 대주주(지분율 21.43%)로서 주주총회를 주도하게 된다.

문제는 이 구도에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데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 이사나 방문진 이사의 수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여야 구도는 관행에 따라 결정됐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이 구도가 6대 5, 5대 4 정도로만 변해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 선임구조 바꿔야

이 때문에 다음 달 8일 새로 구성될 방문진 이사와 31일 변경될 KBS 이사 선임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 교수는 "야당이 이번 파업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 당장 협상력을 발휘해 야당 몫의 이사를 더 얻어내야 한다. KBS 이사진 구도가 8대 3에서 7대 4로 바뀐 것도 지난 이사 선임 때였다"며 "8월이 지나면, 당장은 양대 방송사 이사진을 개편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대안이 19대 국회에서 마련된다 한들, 8월이 지나면 당장은 현실적으로 양대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구도에 영향력을 주기는 불가능하므로 정치적 협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남표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도 "집권당이 책임성을 발휘할 수 있게는 해주되, 여당의 입김이 공영언론사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을 어떤 식으로든 마련해야 한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공영언론사 사장을 추천하는 가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고 현업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은 "무엇보다 사장 선임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장을 임명하고 제청하는 절차를 이사회가 진행하는데, 밀실에서 이뤄지는 합의가 많아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지난 2008년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정원이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난 사실이 알려진 사례가 현실을 보여준다. 이 해 8월 1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이른바 'KBS 대책회의'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회선 국정원 제2차장,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한 사건이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누가 사장 적임자인가를 토론하는 게 아니라, 밀실에서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대책회의'가 일어나는 게 현실"이라며 "정권의 입김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진 동수 구성도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아예 여야 이사진을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여당에 유리한 이사진이 구성되는 한 낙하산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표적인 대안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언론·시민단체, 언론학자, 현업 방송인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가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과 공동으로 내놓은 관련법 개정안이다. KBS와 방문진, EBS 이사 정원을 12명으로 통일하고 여야 동수 추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별도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도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여야가 균형을 이룬 이사회는 다시 15명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거른 3배수의 사장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적으로 표결을 거쳐 사장을 선임한다. 낙하산 논란을 줄일 가장 요긴한 방안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는 현 정부 내내 '청와대의 방송 장악을 주도한 곳'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프레시안(최형락)
방통위, 수술하느냐 해체하느냐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영언론사 사장 선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통위를 어떤 식으로든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는 기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나뉜 조직을 이명박 정부가 합친 곳으로, 언론과 IT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KBS이사와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직속 기관이 사실상 양대 방송사를 거느리게 된다. 당초 방송과 통신의 시너지 효과를 기치로 출범했으나, 결과적으로 '방송 장악과 통신 쇠락'만 낳았다는 평가가 높다.

이남표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민주언론시민연합 교육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현행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는 위원회 구성이 정치적 독립성 문제를 낳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며 "위원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독임제 부처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방송통신 규제기구를 만드는 모델을 민언련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안은 아예 방통위를 해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처럼 정부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방송통신 규제기구를 헌법기구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개헌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당장은 대통령 소속의 행정기관으로서 위상을 유지하되, 감사원처럼 직무 독립성을 보다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구체적 요건으로 이 교수는 현재 5명 중 2명의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대신 위원 5명 중 대통령은 1명만 추천하고, 여당 교섭단체가 2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안을 내놨다. 방통위원부터 여야 균형을 맞추도록 해, 추후 언론사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균형이 이어지도록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또 새 방송통신 규제기구 산하에 방송만 전담하는 '공공방송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언론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명박 정부 이전처럼 방송 담당 기구와 통신 담당 기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다양한 의견은 이 밖에도 많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지 말고 산업성을 담당하는 부분과 공공성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를 나눠야 한다는 대안을 편다.

"결국 MB가 문제"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의 왜곡된 언론관이 언론 파업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 하에서 언론인의 파업 사태가 이처럼 커진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남표 교수는 "2차 이라크 전쟁 당시 BBC는 노동당 정부에 비판적이었지만, BBC 사장도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리였다. 결국 한국 정치문화가 영국 같은 선진국과 다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정치 문화의 후진성이 이명박 정부 들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가 결국 언론사 노조 파업"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도 현 정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영언론사 사장이 선임됐지만 당시는 상대적으로 '낙하산 논란'이 적었다"며 "KBS 이사회, 방문진 이사회, 방통위원 등이 이처럼 모든 사안에서 여야로 선명히 나뉜 건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도 "이번 정부와 여당이 언론에 대해서는 워낙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면서도 "결국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여당 지배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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