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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테이블이 웅변대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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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테이블이 웅변대 될라

[김종배의 it] 손학규, 단 하나의 '민생 의제'에 집중하라

지금이 제왕적 총재 시절도 아닌데 무슨 영수회담이냐는 얘기는 생략하자. 그런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니까, 영수회담을 열어 합의를 볼 수 있다면 안 하는 것보다는 백 배 나으니까 굳이 토 달 필요는 없다.

그래도 뜬금없다. 이렇게 한 풀 접고 바라봐도 뜬금없기는 매 한가지다.

손학규 대표가 영수회담 의제로 내놓은 품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 등록금뿐만 아니라 물가, 일자리, 전월세, 저축은행, 가계부채, 한미FTA, 노사분규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총론으로 보면 민생문제 한 가지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줄줄이 '지뢰밭'이다.

이 의제를 모두 논의하려면 날밤을 새워도 모자라다. 대부분이 돈이 들어가는 것들이고, 무엇 하나 쉬 합의하기 어려운 것들이기에 머리 맞대봤자 박치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영수회담 테이블이 웅변대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물론 방법은 있다. 정상회담 하듯 하는 것이다. 실무진이 회담 전에 의제와 합의 내용을 미리 조율하고 두 '영수'는 미리 작성한 합의문에 사인만 하는 것이다. '영수'가 만나 날밤 새는 게 아니라 '영수'가 만나기 전에 머리 맞대는 것이다.

한데 이렇게 하면 다른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회다. 국회가 뻘쭘해질 수밖에 없다.
▲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008년 5월 청와대에서 만났다. ⓒ청와대

대학 등록금은 교육과학기술위 소관이고, 물가는 기획재정위 소관이고, 일자리는 환경노동위 소관이며, 전월세는 국토해양위 소관이고, 한미FTA는 외교통상통일위 소관이다. 이렇게 국회의 각 상임위가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영수회담 의제로 올려놓고 실무진들이 사전 조율에 나서 일괄타결을 시도하면 국회의 권능은 무시된다. 6월 회기를 열어 한창 논의하고 있는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내몬다.

그래도 좋다. 손학규 대표가 내민 의제 하나하나가 민생을 옥죄는 요인들이니까 다루는 장이 어디든 활로를 열기만 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손학규 대표 측에서 밝힌 것처럼 국회에서 쉬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들이니까 영수회담에서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게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회가 민생현안에 합의를 보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청와대에 있다. 4.27재보선 이후 한나라당 일각에서 '민생 프렌들리'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이견을 보였던 곳이 청와대다. 쉬 합의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근원이 청와대인데 그곳에 가 일괄타결을 시도한다는 건 의욕과잉의 소치이거나 현실무시 행태다.

손학규 대표가 진정으로 민생 난제에 활로를 열고자 한다면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목표를 하나로 정하고 집요하게 설득해야 한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 때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을 만나 해법을 모색했던 것과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정녕 "(영수회담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결단이 내려지기를 희망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이다.

손학규 대표가 지금 공을 들여야 하는 건 자신이 제반 민생문제에 두루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웅변하는 게 아니라 단 하나의 민생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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