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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한윤수의 '오랑캐꽃']<546>

수라뎃이 서른아홉 늦은 나이에 한국에 온 것은
큰아들 대학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평소에
"머리에 들은 게 별로 없다"
는 소리를 제일 싫어했다.
그 소리를 다시 한 번 들은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이 소리를 듣는 건 순전히 대학에 못 다녀서다.
그러니 자식만은 꼭 대학에 보내야겠다.

그래서 한국에 온 거고
만 45살이 될 때까지 화성 봉담의 에어컨 호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6년 동안 학비를 보낸 거다.

다행히 큰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방콕에 있는 대학을 무난히 졸업하고
국립병원의 간호사로 취직했다. 이제 엄연히 국가공무원이다.

태국의 공무원은 정말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되면,
그야말로 신분 상승이 되는 거다.
공무원 가족은 학교도 공짜, 병원도 공짜니까.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완전 무료다.

*며칠 후 고향에 가면 친구들 모아놓고 술 한 잔 살 생각이다.
"뭐? 머리에 들은 게 없다구? 공무원 보고도 그딴 소리를 해?"
그러면 절절매겠지.
생각만 해도 통쾌하다.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도대체 나한테 온 목적이 뭐야? 다 이루었다는 거야, 뭐야?"
"그게 아니구요."
그는 하품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퇴직금 계산 해달라고요."

계산해 주었다.

*며칠 후 : 그는 7월 4일 영구귀국했다.

▲ 수라뎃.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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