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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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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관

[한윤수의 '오랑캐꽃']<388>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자 각 부처는 대책을 세우느라 비상이 걸렸다.
각 부처가 우왕좌왕할 때 노동부는 시의적절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체불금 제로!

구호는 멋들어졌다.
하지만 대책은 특별하지 않았다.
"체불금 제로를 만들기 위해 각 지방청마다 조정관을 둔다!"

조정관?
이게 뭐냐?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가 노동부에 제소하면,
근로감독관이 조사하기 전에
노사 간에 중재를 붙여 원만한 해결로 유도하는 사람이다.

그럼 공무원이냐?
아니다.
민간인이다.
민간기업의 인사노무경력자와 공인노무사 중에서 몇 명씩 뽑아 각 지방청 민원실에 앉혀놓았다.

조정관 제도가 실시된 지 몇 달이 지났다.
그럼 그 효과는?
반반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먼저 좋은 점!
체불금을 받으려면
1. 가장 먼저 회사와 접촉하고
2. 안 되면 노동부에 제소하고
3. 그것도 안 되면 법원에 제소하는 3단계를 밟는다.
그런데 조정관은 회사와 접촉하는 제 1단계에 해당하는 일을 한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회사와 접촉하는 것조차 꺼리는 수줍은 노동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우리 센터처럼 회사와 충분한 접촉을 갖고 나서 노동부에 제소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사건을 근로감독관에게 바로 넘기지 않고 14일 동안 가지고 있으니까.
돈 받는 게 얼마나 급한데!

참 답답하다!
감독관에게 바로 가면 쉽게 해결될 것을,
이들이 막고 시간을 소비한다.

5가지 경우를 보여주겠다.

1. 진정서를 보냈다.
응답이 없다.
아무래도 조정관이 쥐고 있는 거 같다.
전화해보니 조정관 왈,
"회사에서 말일까지 준다고 해서 현재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왜 노동자한테는 연락도 안 해줍니까?"
"외국인이라 말이 안 통해서 안 했죠."
"나한테는 했어야죠! 내가 대리인인데."

2. 진정서를 보냈다.
조정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위임장을 안 보냈습니까?"
민간인이 공무원보다 더 까다롭다. 그리고 군림하려 든다.
"출석할 때 위임장 갖고 갈 건데요."
"진짜 출석하실 겁니까?"
"예, 우리 센터는 반드시 노동자와 동행하여 출석합니다."
"그래도 먼저 보내세요"
팩스로 위임장을 보냈다.

3. 진정서를 보냈다.
조정관의 주선으로 55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80만원을 더 받아야 한다.
전화가 왔다.
"이 정도에서 끝내죠."
(조정관들은 문자 그대로 금액을 조정하는 습관이 있다.)
"안 됩니다. 최저임금인데! 깎으면 안 되죠."
감독관에게 사건을 넘겨달라고 사정사정했다.

4. 진정서를 보냈다.
22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조정관이 진정서를 갖고 있다.
이 조정관은 노골적으로 회사 편을 든다. 전직이 의심스럽다.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돈 준다고 오라고 하니까, 근로자한테 가라고 하세요"
"근로자가 무서워서 안 간다고 했잖아요. 저번에도 부장이 이 새끼 죽인다고 욕했는데."
"그래도 이번엔 꼭 준다고 오라는데요."
"약속 어긴 게 몇 번인 줄 아세요? 그리고 통장으로 입금하면 될 걸, 왜 오라 가라 합니까? 당장 감독관에게 서류 넘기세요. 안 그러면 가만 안 있을 테니까!"

5. 북부 지방의 조정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출석하세요."
사업주와 대질 조사를 하겠으니 다짜고짜 출석하란다.
민간인이 나보고 출석하라니?
참 별일 다 본다.
자신이 특별사법경찰관(감독관)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다.
*수원에는 이런 경우가 절대 없는데, 왜 이리 무지할까?
그 먼 거리를 조정관이 오라면 가고, 감독관이 오라면 또 가고, 두 번 세 번 가야 하나?

이해는 한다.
그들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겠지.
실적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우리 같은 노동자센터는 옛날보다 몇 배 힘이 든다.

나는 탄원한다.
고쳐라!
*좀 더 실효성 있게.

그래도 안 되면
감독관을 더 뽑아라!

*수원 : 수원 노동부는 전국에서 체불사건도 가장 많지만, 사건도 가장 합리적으로 신속히 처리한다.

*좀 더 실효성 있게 : 비슷한 예로 검찰에도 형사조정위원이 있다. 똑같이 민간인이다. 이분들은 형사조정 하기 전에 고소인에게 반드시 "형사조정을 원하십니까?"하고 묻고,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바로 검사에게 넘긴다. 이게 실효성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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