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도망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도망자

[한윤수의 '오랑캐꽃']<386>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태국인으로 이름은 와차이(가명).
40대 후반의 불법체류자다.

그를 신변보호 하듯 데려온 건, 인근 교회의 여자 집사님 두 분이었다.
"너무 무서워해서 같이 왔어요."
눈을 깔고 두리번거리는 게 확실히 뭔가 무서워하는 것 같다.
뭐가 무서울까?
혹시 나?

그의 사연은 별 거 아니다.
충남 예산의 건축자재 공장에서 임금을 못 받았단다.

회사에 전화해 보니 담당자가 기막힌 이야기를 한다.
"와차이요?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어요."
"왜요?"
"모르죠."
"돈을 안 주셨다면서요?"
"돈을 줄래도 줄 방법이 없잖아요! 사람이 도망갔는데."
"하긴 그렇네요."
"목사님, 뭐가 무서워 도망갔을까요?"
"저도 모르죠. 어쨌든 돈은 주실 거죠?"
"예! 돈 줄 테니 보내세요."
"무서워해서 공장에는 못 갑니다. 노동부라면 몰라도."
"그럼 노동부에 출석하실 때 데려오세요."
"그러죠."

천안 노동부에 갔다.
그러나 현관에서 만나기로 한 와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해보았으나 핸드폰이 꺼져 있다.
이런 한심이를 보았나?
안 오면 돈 못 받는다고 떡 먹듯이 일러줬건만!

당사자도 없이 감독관의 조사를 받는데 식은땀이 다 난다.
회사에서는 사장님 아들이 나왔는데, 다행히도 합리적인 사람이라 얘기가 잘 통했다.
밀린 임금 2백만 원 중에서 가불금 30만 원과 동료한테 빌려간 돈 25만원을 빼고 나머지를 월말까지 입금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다행히 돈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괘씸하다.
제 돈 받으러 천안 갔지,
내 돈 받으러 천안 갔나?

저녁 때 전화하니 비로소 받는다.
"천안에 왜 안 왔어요?"
"미안해요."
"잡혀갈까봐 무서워서 안 왔어요?"
"예."
"안 오면 돈 못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럼 포기할게요."
"뭐를 포기해?"
"돈이요."

무서워서 돈을 포기하겠다니!

진짜 무섭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