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태국인으로 이름은 와차이(가명). 40대 후반의 불법체류자다.
그를 신변보호 하듯 데려온 건, 인근 교회의 여자 집사님 두 분이었다. "너무 무서워해서 같이 왔어요." 눈을 깔고 두리번거리는 게 확실히 뭔가 무서워하는 것 같다. 뭐가 무서울까? 혹시 나?
그의 사연은 별 거 아니다. 충남 예산의 건축자재 공장에서 임금을 못 받았단다.
회사에 전화해 보니 담당자가 기막힌 이야기를 한다. "와차이요?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어요." "왜요?" "모르죠." "돈을 안 주셨다면서요?" "돈을 줄래도 줄 방법이 없잖아요! 사람이 도망갔는데." "하긴 그렇네요." "목사님, 뭐가 무서워 도망갔을까요?" "저도 모르죠. 어쨌든 돈은 주실 거죠?" "예! 돈 줄 테니 보내세요." "무서워해서 공장에는 못 갑니다. 노동부라면 몰라도." "그럼 노동부에 출석하실 때 데려오세요." "그러죠."
천안 노동부에 갔다. 그러나 현관에서 만나기로 한 와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해보았으나 핸드폰이 꺼져 있다. 이런 한심이를 보았나? 안 오면 돈 못 받는다고 떡 먹듯이 일러줬건만!
당사자도 없이 감독관의 조사를 받는데 식은땀이 다 난다. 회사에서는 사장님 아들이 나왔는데, 다행히도 합리적인 사람이라 얘기가 잘 통했다. 밀린 임금 2백만 원 중에서 가불금 30만 원과 동료한테 빌려간 돈 25만원을 빼고 나머지를 월말까지 입금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다행히 돈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괘씸하다. 제 돈 받으러 천안 갔지, 내 돈 받으러 천안 갔나?
저녁 때 전화하니 비로소 받는다. "천안에 왜 안 왔어요?" "미안해요." "잡혀갈까봐 무서워서 안 왔어요?" "예." "안 오면 돈 못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럼 포기할게요." "뭐를 포기해?" "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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