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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독립영화 극장, 첫 발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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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릉의 독립영화 극장, 첫 발 내딛다

[ACT!] 박광수 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강릉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큰 극장이었던 신영극장을 모르는 강릉 사람은 없다. 웬만한 약속은 "신영극장 앞에서 보자"라는 말로 잡았고, 명절 연휴엔 극장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었다. 하지만 한때 4~5개에 이르던 강릉 지역 극장들은 2000년대 들어 하나 둘 폐관하기 시작했고, 2009년 신영극장도 그 흐름을 비켜갈 수 없었다.

지난 5월 18일, 신영극장이 부활했다. 16년간 꾸준히 활동해온 영화단체 '강릉씨네마떼끄'의 도움으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개관 준비가 한창이던 5월 6일, 아직은 어수선한 극장 로비에서 박광수 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을 만났다. 시범 상영작 <스타워즈> 테마곡이 로비를 울리는 가운데 박 사무국장에게 관객공동체를 꿈꾸는 강릉씨네마떼끄와 지역 상영 운동의 새로운 실험이 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간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관객과 만난 16년, 캐리어에 독립영화 담아 강원 곳곳 누비기도

ACT!: 강릉씨네마떼끄는 어떤 단체인가?

박광수: 강릉 유일의 영화 관련 비영리민간단체로, 96년에 세워졌다. 처음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수입이 안 되는 영화가 많았고, 들어 와도 (심의에 걸려) 잘려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열악하더라도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씨네마떼끄가 많이 생겼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강릉씨네마떼끄의 경우 정기상영회나 강릉인권영화제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상영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지역주민과 독립영화의 접촉면을 넓혀간 것이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강릉씨네마떼끄 소개에도 있는데 영화의 산업적 흐름보다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며 관객 운동, 관객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ACT!: 16년 동안 활동을 이어온 의미가 크다.

박광수: 뭐, 그런가? (웃음) 365일 중 8~90일은 독립영화를 상영했다. 극장이 없는 단체가 한해도 아니고 16년 동안 꾸준히 해온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후원을 통해 유일한 야외독립영화제인 정동진독립영화제를 13년 동안 이어오기도 했다. 사실 독립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으로 표현하긴 어려워도 누구나 느낌은 있을 것이다. 강릉 지역에 "이게 독립영화야" 라고 느끼는 관객들이 있다는 건 자랑스럽다.

ACT!: 공동체상영 전용 캐리어가 있었다고 들었다.

박광수: 강원 지역 공동체상영위원회를 강릉씨네마떼끄가 담당했었다. 강원도 어디든 상영 신청이 들어오면 무조건 가야 했다. 요즘은 디브이디(DVD)를 보내기도 하고 미디어센터가 있는 곳엔 테이프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영 장비가 없는 곳이 많아 상영본인 디브이캠(DVCAM)테이프를 볼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몇 백만 원짜리 장비를 고속버스나 택배로 보낼 수도 없었다. 결국 직접 장비를 들고 찾아다녔는데, 차가 없어 몇 백만 원짜리 장비를 쇼핑백에 넣어 양손으로 들고 다녔다. 장비 안전도 안전이지만 폼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대형 캐리어를 하나 장만했다. 데크나 프로젝터 등의 상영장비와 포스터 50매, 전단 50매, 테이프 10개가 완벽하게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그 캐리어를 끌며 강릉은 물론이고 태백, 속초, 동해, 화천 등 강원도 곳곳을 다녔다.

ACT!: 강릉씨네마떼끄에게 극장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박광수: 씨네마떼끄의 가장 큰 목표는 극장이기도 하다. 처음 강릉씨네마떼끄를 만들었던 선배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넓은 공간 구했고, 데크나 프로젝터 등의 상영 장비를 샀었다. 20석이나마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함께 보는 것은 씨네마떼끄의 지향이자 가치다.

멀티플렉스에 밀려난 강릉 대표 극장, 독립예술전용관으로 거듭나

ACT!: 신영 개관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

박광수: 실무적으로는 작년 10월부터지만, 길게 보자면 2005년 강릉씨네마떼끄 1층 이사 프로젝트부터 시작됐다. 강릉씨네마떼끄 사무실은 시내와 가깝지만 4층이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1층으로 옮겨 시네마 카페처럼 운영하면서 일반 대여점에서 볼 수 없는 영화 DVD를 빌려주기도 하고, 관련 잡지나 책도 나누려고 했다. 그리고 하루 3~4번 정도 상시 상영을 할 수 있는 20석 규모의 상영관을 꾸리려고 했다. 하지만 적합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고 계획만 세우고 알아만 보다가 5년이 흘렀다. 그러다 때마침 신영극장이 폐관한 뒤 비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게 촉매가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사실 우리 능력에 비추면 극장 운영비가 꽤 큰돈이긴 하다. 하지만 200석 규모의 시설, 시내 중심가라는 입지 조건, 강릉 사람 누구나 신영극장을 알고 있다는 인지도 측면에서 보면 싼 편이다.



▲60년대 신영극장 전경.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ACT!:

신영극장은 어떤 곳인가?

박광수: 강릉에서 제일 오래된 극장이다. 60년대부터 운영됐다. 규모가 제일 컸고 강릉의 대표적 극장이기도 했다. 90년대 눈이 크게 내려 건물이 무너졌고 다시 지은 건물이 바로 이 건물이다. 쌍둥이 건물로 지어 1, 2관으로 나눠 운영됐었다. 극장 관람 문화가 바뀌면서 수요가 없어졌고 2007년 9월 지금 이곳인 2관이 폐관했고 2009년 나머지 1관도 문을 닫았다. 1관이 폐관할 시기에 처음으로 강릉에 멀티플렉스가 생겼다.

ACT!: 신영이라는 이름을 살린 이유가 있나?

박광수: 폐관한지 4~5년이 지났지만 이곳 버스정류장 이름은 여전히 신영극장이다. 극장 이름을 뭐라고 지어도 사람들은 신영극장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런 인지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시민들의 추억과 지역 극장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극장 역시 끊임없이 설비 투자를 해야 하고 그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대다수 단관 극장들이 문을 닫은 이유는 이런 산업 흐름에서 밀려난 것이기도 하다. 독립예술극장 신영은 비록 시대 흐름에는 밀렸지만 동네 극장인 단관 극장이 가진 만만하고 친근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멀티플렉스에는 이게 없지 않나.

다양한 영화와 지역 주민이 호흡하는 관객 중심 극장, 신영을 꿈꾸다

ACT!: 신영의 목표가 있다면?

박광수: 영화를 보는 문화 내지 습관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사실 관객들에게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해서 그대로 될 리는 없다. 그건 우리 의지일 뿐이지 실제 그렇지는 않다. 모든 건 극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왜 굳이 여기서 영화를 보는지, 왜 다른 영화가 아닌 독립예술영화를 보는지. 처음에는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영에 오고 영화를 보다 보면, 각자 영화를 보는 이유가 생기고 재미도 느낄 것이다. 신영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한다.

ACT!: 대형 극장과는 많이 다르다.

박광수: 대형 극장에 가면 번호표 뽑고 기다리다 티켓을 사고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게 영화를 보는 문화고 습관이다. 하지만 신영엔 뭔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같이 본 사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며 "아, 이 영화는 기대보다 별로네.", "그 장면은 정말 재밌더라."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단골이 생기고 그 사람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좋아할 영화를 추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듯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든 반응할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극장이 안 망하고 5년, 10년 가면 가능할 것이다.

ACT!: 중소도시에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박광수: 다른 지역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선배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모두들 하지 말라고 했다. 강릉은 인구가 적고 그만큼 관객도 적다. 서울은 1,500만 명의 가능성이 있지만 인구 20만인 강릉은 아무리 해도 20만이고 한 사람이 2번씩 본다고 해도 40만이다. 수적 한계가 분명 있다. 게다가 지역에서는 배급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대형 극장은 예고편 상영하고 전단을 배치하면 끝이다. 블록버스터는 굳이 극장에서 홍보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진열대에 영화만 꽂으면 그만인 셈이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는 텔레비전 광고 같은 큰 돈 드는 홍보를 하기 어렵다. 대다수 지역 주민들은 그 영화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영화를 볼 관객을 만드는 것 역시 극장이 직접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ACT!: 어떤 영화를 주로 상영할 예정인가.

박광수: 신청이 들어오는 건 최대한 상영하려고 한다. 그러면 강릉 사람들은 신영이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 천천히 알게 될 것이고, 우리도 관객들의 영화 취향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강릉씨네마떼끄는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했었다. 하지만 신영에서는 국내외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도 상영한다. '이 영화를 관객들이 과연 좋아할까?', '어떻게 볼까?' 하는 판단은 조금 미뤄야 한다. <송환>이나 <원스>, 히치콕 영화만 틀어도 이 극장 성격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영화, 저런 영화도 있구나. 그래서 독립예술극장이구나라고 받아들여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신영 로비에 붙은 좌석 배치도와 관람자 준수사항. 옛 신영극장 안내문을 그대로 살렸다. ⓒ최은정

ACT!: 관객들과는 어떻게 만날 예정인가?

박광수: 개관작이 한 건축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다. 시범 상영 때 극장을 찾은 사람 중 한 분이 강릉에서 건축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 관객들과 1 대 1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홍보 및 관객 모집의 가장 큰 원칙은 '아이 콘택트(eye contact)'다. 사실 이건 사업 계획도 아니다. 지금까지 강릉씨네마떼끄는 늘 그렇게 해왔다. 영화 틀기 전에 영화 소개하고, 끝나면 어떻게 봤나 물어보고,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는 이런 게 있다 알려주고, 같이 영화를 보는데 "저 사람은 공짜로 보네요? 아, 회원 제도가 있군요." 하며 회원 가입하고, 후원하고. 극장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원칙은 관객에 대한 가장 기본적 태도다. 대형 극장은 책임지지 않는다. 재밌게 보면 재밌게 보는 거고, 재미없게 보면 재미없게 보는 거다. 책임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나는 강릉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 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물어본다. 지금껏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ACT!: 한 명이 와도 상영하나?

박광수: 태어나 처음 본 독립영화가 자기 예상과 정반대면 그 사람은 다음부터 독립영화를 안 볼 가능성이 높다. 그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 독립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영화는 이상하고 난해하고 힘들고 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극장이 먹고 살려면 한 번 온 사람이 두 번 오고 세 번 오고 그 다음에는 친구를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다른 영화도 계속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상영을 하다 보면 5번 중 2번은 아무도 오지 않아 빔 프로젝터 전원을 켜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오면 전원을 켤 것이다. 또 그 사람이 늦게 왔어도 다음 상영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상영할 생각이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관객과 함께 건립하고 관객과 함께 운영하는 극장, 신영

ACT!: 어려움이 있다면?

박광수: 돈이다(웃음). 예전에는 '놀고 있는 단관 극장이 많은데, 왜 활용을 안 하지?' 라고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까 왜 안 하는지 알겠다. 신영이 위치나 인지도, 시설 면에서 봤을 때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싼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싸든 안 싸든 금액 자체가 무리다. 게다가 폐관한 극장은 옛날 건물이기 때문에 시설을 바꾸는 것 자체가 다 돈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인테리어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극장은 다중 이용 시설이기 때문에 소방법이나 전기안전법에 맞게 바꿔야 한다. 신영이 자리 잡은 2관은 폐관한지 5년이 넘었다. 그게 최근 기준에 맞게 되어 있을 리가 있겠나. 전부 다시 해야 했다. 초기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ACT!: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박광수: '왜 했지?'(웃음) 개관이 코앞이지만 '내가 이걸 왜 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심이다. 공동체상영은 장소마다 시설이 다르다. 극장을 하면 늘 같은 조건과 질로 상영할 수 있다. 또 공동체상영은 그 날 거기 가야만 볼 수 있지만, 극장은 내가 시간될 때 와서 보면 된다. "독립영화가 뭔가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와서 영화를 보면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본 100명 중 한 두 명은 다시 올 거고, 그렇게 계속 영화를 보다보면 자기 나름의 이해가 생길 것이고, 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극장도 익숙해지고 정겨워지고. 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돈에 치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으로 어떻게 관객과 만날까 생각하기보다 책장 구하러 다니고, 프로젝터 색깔 맞추기에 바쁘다. 극장 준비한지 7개월이나 됐지만 여전히 시간에 쫓긴다. 아마도 우리가 체계적으로 일을 안 했거나, 일을 잘 못했거나, 극장 일이 힘들거나 나랑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개는 빳빳이 들고 다닌다. 어차피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사람이 나보다는 모르니까. 내가 제일 잘 아니까(웃음).

ACT!: 스태프들이 쉬지도 못했다고 들었다.

박광수: 현재 상근자가 3명이고, 반상근과 비상근이 1명씩 있다. 함께 상근하는 두 친구는 몇 달 동안 어제 오늘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 나는 쉬지 않았다. 나까지 쉬면 극장이 굴러가겠나. 나에겐 소셜 포지션(Social Position)이 있다.

ACT!: 후원 얘기로 넘어가자.

박광수: 정부 지원을 받아 목돈은 마련됐지만 극장을 운영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극장 의자를 사고 이름을 새기는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석당 30만 원이고 여러 명이 함께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 150여 명이 참여했다. 신영이 관객과 함께 가야하는 이유는 관객과 함께 극장을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든 셈이다. 다만 이제 지역 내에서 후원을 더 받긴 어려울 것 같다. 포화 상태다. 더 받을 곳이 없다. (웃음) 이걸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활동가 개개인들이 보여줘야 할 능력 같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극장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만들어야"



▲박광수 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 ⓒ최은정
ACT!: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달라. 본인에게 극장은 어떤 의미인가.

박광수: 도대체 몇 장을 쓰려고 하나. 인터뷰가 너무 긴 것 같다. 그런데…요새도 누가 [ACT!]를 읽나?(웃음) 이 말은 꼭 소제목으로 써달라. '그런데…'를 꼭 써야 한다. 예전에 내가 글 썼을 땐 사람들이 많이 봤다. 내 글을 읽고 감동 받아 미디어운동에 투신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누군지는 모른다.

ACT!: 본론으로 돌아가자.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박광수: 영화제는 재밌게 했는데 극장은 잘 모르겠다. 난 바쁜 척 하는 것도 싫고 바쁜 것도 싫다. 1년 중 정동진독립영화제 기간인 7~8월이 잠깐 바쁜데 그 때는 최면에 걸려있으니까 크게 힘들지 않다. 보통은 일이 있으면 일찍 나오고 일이 없으면 늦게 나왔다. 강릉씨네마떼끄 사무실 청소는 꼭 오늘 안 해도 된다. 내일 하면 된다. 하지만 극장은 아니다. 두 시간 후에는 관객이 온다. 꼭 그 시간에 나와야 하고 청소를 해놔야 한다. 내 흐름대로 할 수 없다. 어려운 일이다. 개관한 후 일상적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면 나아질 것 같긴 한데 그건 또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 극장 시작할 때도 이렇게 바쁠 줄 몰랐으니까. 난 극장 프로그래머나 사무국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요즘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인지 늙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겸손해진 것 같기도 하다. 막말도 안 한다. 예전엔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아예 안 들었는데 요즘은 듣는 척이라도 하는 편이다.

ACT!: 꿈이 극장 프로그래머인 이유가 있었나?

박광수: 뭐 꿈은 여러 가지니까(웃음). 누가 봐도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볼 때 이 영화는 반드시 소개해야겠다. 안 보면 모른다. 보게 해야겠다. 뭐 그런 거다.

ACT!: 보통 감독이 되고 싶어 하지 않나?

박광수: 음…감독은 좀 재수가 없다. 나는 내가 안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웃음). 재밌는 독립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물론 아쉬운 영화도 많다. 하지만 어떤 영화든 내가 만든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감독 개개인이 재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면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게 감독인 것 같다.

ACT!: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해 달라.

박광수: 페이스북 사진을 써라. 이 몰골인데 무슨 사진을 찍나.

ACT!: 사진에 현장감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박광수: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 있는 서정훈 사무국장이 이 인터뷰를 안 읽었으면 좋겠다. 나를 더 존경하게 될 것 같다. 날 너무 존경하니까 걱정되기도 한다. 내가 뭘 하면 늘 따라하니까.

ACT!: 마지막으로 할 말이 정말 그게 다인가?

박광수: (웃음) 안 망할 거고 우리는, 안 망할 거고. 5년 보는데, 5년은 바닥으로 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직 정식 개관은 안 했지만 극장에 대한 평가는 한 달 단위로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번 달 관객은 백 명이지만 다음 달은 만 명이 될 수도 있다. 영화 한 편 흥행됐다고 '아, 바로 이거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극장에 계속 올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만드는 게 중요하다. 5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5년은 짧은 편이다. 자기 꿈이 있는데 "5년 버티면 돼." 라고 하면 누구나 다 할 것이다. 누가 안 하겠는가. 꿈인데.

[편집자 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지난 5월 18일 개관작 <말하는 건축가>를 시작으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강릉시 임당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월 첫째 주 월요일만 휴관한다. 관람료는 7,000원. 청소년이나 지역 대학생은 6,000원, 노인과 장애인은 4,000원이다. 연간 회원이나 강릉씨네마떼끄 회원이 되면 1,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여느 극장에나 있는 2,000원의 조조할인도 있다. 극장 의자를 사는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의자에 이름을 새기고 시사회나 기획전을 무료로 볼 수 있다. 1석당 30만 원. 혼자 하기 부담스럽다면 하나의 의자에 여럿이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후원금은 100% 연말정산소득공제가 가능하다. * 문의: 033-823-2415 / 강릉시 임당동 119-3 신영빌딩 24층

[관련 사이트]
- 강릉씨네마떼끄 http://film4n.com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http://theque.tistory.com/
- 트위터 @JIFF_kr
- 페이스북 facebook.com/indi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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