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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장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말 아십니까?"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4> 현장경영

K 사장님!
오늘은 현장경영의 중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말씀 드렸으면 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모든 사업 기회는 '회사 밖'에 있다. '회사 안'에 있는 것은 오직 비용뿐이다"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경영자로서 현장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0대 기업 CEO의 35%는 1년 중 근무 시간의 40%를 현장경영에 투자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영자들의 현장경영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상당수의 경영자들이 현장을 외면하고 있고,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이들조차 그 의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실천 방법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현장경영이라는 것이 현장 한 번 휙 둘러보고 종업원들과 딱딱한 분위기에서 회식이나 하는 식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근자에 들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 혁명은 현장과 경영자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들로 하여금 업무 현황을 집무실에 앉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여 현장경영을 더욱 형식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모니터에 뜨는 숫자와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은 상당히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아는 경영자조차 현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건 날로 과다해지는 본사 내부의 업무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교통체증 때문인지도 모르죠.

1980년대 초반에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만은 그들의 걸출한 저작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 배회경영)로 상징되는 현장경영을 기업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MBWA는 현장경영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MBWA가 종업원 및 고객과의 진솔한 대화를 가능케 하며 커뮤니케이션의 관료화를 막는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처방은 상당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유효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어쩌면 모든 거래와 정보 교환이 온라인화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들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 수준에서의 진솔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이뤄질까요? 조직개발 분야의 권위자인 로빈 레이드가 제시하는 종업원과 의사소통하는 20가지 방법에는 귀를 기울일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1. 목표 설정 시 종업원들을 참여시켜라.
2.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했을 때에는, 응분의 포상을 자주하라.
3. 종업원들과 비공식적인 접촉을 하라.
4. 종업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그들을 만나라.
5. 종업원들의 의견을 묻고 열린 마음으로 청취하라. 그리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6. 종업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내라.
7. 사기저하 요인이 발생하면 과거에 잘한 일로 상쇄하고 그 경험을 학습 기회로 삼아라.
8. 대화 시 80%는 듣고 20%만 말하라.
9. 종업원들이 알고 있는 루머에 대해 묻고 함께 논의하라.
10. 종업원들과 현장으로 함께 들어가서 그들의 업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11. 간부회의 후에 종업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라.
12. 종업원들에게 최고경영자가 정립한 비전과 임무, 그리고 목표가 분명하게 이해되는지 물어보라.
13. 종업원들에게 업무개선을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라
14. 종업원들에게 무엇이 우리 고객을 가장 만족시키고, 무엇이 가장 만족시키지 못하는지 물어보라.
15.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잘못한 일에 대한 지적은 개인적으로 하라.
16.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라.
17. 그날그날 만나게 되는 종업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라.
18. 불편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라.
19. MBWA 활성화를 위한 목표를 매달 설정하라.
20. 종업원들과 자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라.

세계최고의 유통기업을 일군 샘 월튼은 종업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고객들과의 대화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는 형식적으로 현장을 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손수 픽업 트럭을 몰고 수시로 매장을 방문해 고객 및 종업원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욕구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즉시 경영에 반영하곤 했습니다. 그는 항상 본사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본사의 존재를 회사의 운영에 있어 필요악으로 간주해 본사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전체 매출액의 2%정도로 축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본사의 비용은 아끼는 그였지만 고객 불만사항인 신용카드 조회시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현장경영의 결과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업 월마트로 나타난 것이죠.

연전에 만났던 일본 맥도날드의 후지다 덴 회장에게 취미가 무어냐고 물었더니 '매장 방문'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퇴근 후나 주말이면 매장을 순례하며 고객 및 종업원과 대화 나누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따로 취미활동 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거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영자에게 있어 현장은 가장 중요한 일터인 것 같습니다. 하긴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가 전쟁터를 외면해서는 안 될 일 아니겠습니까? 경영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이때 우리 최고 경영자들도 보다 실질적인 현장경영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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