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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체자가 될까?

[한윤수의 '오랑캐꽃']<536>

불체자들을 다루는 출입국 외국인보호소 직원들 워크숍에서 내가 한 강의 요지다.

왜 불법체류자가 될까?

1. 일을 못하면
눈썰미와 손재주가 없는 외국인은 결국 불체자가 된다. 어디 가나 쫓겨나니까.

2. 공해 때문에
공해는 불체자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예를 들어, 도장(塗裝) 공장에서 분사된 페인트를 너무 많이 마시면 몸무게 60키로 나가던 사람이 40키로로 줄기도 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오줌을 싸기도 한다. 이런 곳의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도망친다.

3. 사장님한테 찍히면
분재 농장에서 필리핀 남자 둘이 필리핀 여자 하나를 놓고 싸웠다. 도덕관이 투철한 사장님은 더 많이 맞은 놈을 내보냈다. 왜? 유부남이 여자 문제로 싸웠다고.

4. 사모님에게 찍히면
사장님이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는 외국여성이 있으면 사모님이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예를 들어 기계가 붕붕 돌아가는데 청소를 시키면 손이 잘릴까 무서워 제가 도망친다.

5. 너무 고되면
닭고기 가공 공장에선 20키로 고기 상자를 5층 내지 8층으로 쌓는 작업을 한다. 보통 때는 괜찮지만 명절 연휴가 되면 한국 노동자는 안 나오죠, 주문은 밀리죠, 정신없이 잔업을 해야 한다. 이때 기운이 달린다고 잔업을 거부하다가는 "나가!" 소리 듣기 십상이다.

6. 여권을 분실하면
회사 경영이 어려워 임금을 체불하다가 도산하면 노동자는 돈이 없다. 이때 여권을 분실하면 다시 만들어야 취직이 된다. 그러나 자국 대사관에서 여권 다시 만드는데 45만원 내지 100만원씩 받아먹는 나라의 노동자들은 그 돈이 없어 불체자가 된다.

7. 한국의 경치에 매료되면
생전 산과 언덕만 바라보고 내륙에서 살아온 외국인이 연휴에 바다에 갔다가 매료되어 한 이틀 제끼면 사장님한테 "아주 쉬어!" 소리를 듣는다.

이보다도 근본적인 이유를 밝히겠다.
원래 외국인노동자는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데다가, (재작년에) 1년 계약이 3년 계약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사업주들은 근무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없어진 대신에, 노동자들은 숨 쉴 틈이 없어졌다. 예를 들어 주물공장은 10키로 모래 상자를 흔드는 작업을 계속하므로 요추 4, 5번이 다 나간다. 그래도 1년은 참는데 3년은 못 참는다. 바로 이 때문에 불체자가 양산된다.

대권주자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꼭 좀 고쳐주시기 바란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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