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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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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도

[한윤수의 '오랑캐꽃']<535>

세상에 민망한 일 중의 하나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거다.

호젓한 산길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하면
보통은 목례라도 해준다.
그러나 귀에 이어폰을 꽂은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내가 음악의 세계에 빠져있는데 니가 웬 훼방이냐 하는 얼굴로
토라진 듯 지나가니까.

하지만 이보다 더 민망한 건
인사를 받았다 안 받았다 하는 경우다.
발안장의 채소 아줌마는
석 달은 인사를 잘 받고 아홉 달은 인사를 안 받는 걸로 유명하다.

나는 장날마다 열심히 그녀에게 도마도를 산다.
그 집 찰 도마도가 워낙 맛있으니까.
따라서 거래가 있는 *여름 석 달은 인사를 잘한다.
심지어 웃기까지 하면서.

그러나 도마도 철이 지나면
눈을 내리깔고는 못 본 척한다.
왜 그럴까?
쑥스러워서겠지.
어쨌든 철에 따라 두 사람처럼 변한다.

그에 비해 외국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인사를 한다.
발안 어디를 가든 불쑥불쑥 나타나
코앞에 대고 인사를 하는 통에
깜짝깜짝 놀란다.

이제는 동남아가
동방예의지국이다.

*여름 석 달 : 채소 아줌마가 어제 처음 인사를 했다. 바야흐로 도마도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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