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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복지국가SOCIETY] "낡은 정치 끝낼 새로운 정치세력 만들어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지난 달 30일 부산대에서 강연하면서 '우리 시대가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복지와 정의, 평화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리고 방법론으로서 극한 대립이 아닌 '소통과 합의'의 정치를 주장했다. 스웨덴 사민당과 독일 기민당의 예를 곁들였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이 날도 역시 정치를 할지 말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를 하게 된다면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겠다고 하면서 '정치 참여 선언'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안철수 원장이 부산대 강연에서 내 놓은 화두는 매우 적절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대로 한국 정치가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일삼는 집권 세력, 반대를 위한 반대로 사사건건 집권 세력의 발목을 잡는 야당, 허구한 날 과거 이야기만 붙들고 늘어지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권, 국민에게 자신의 구상을 내세우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상대방의 흠을 잡아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낡은 정치 풍토, 이런 것들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낡은 체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복지고, 정의고, 평화고 간에 정치권이 일대 쇄신하지 않는다면 '2013년 체제'든 무엇이든 대한민국의 미래는 잿빛일 뿐이다. 박근혜 의원에 이어, 대선 후보로서 두 번째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이 이와 같은 인식을 드러낸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며, 한국 정치의 개혁 과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대선 주자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반가운 일이다. 그의 말마따나 한쪽은 상대방에게 10년째 누구의 딸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그 반대쪽은 상대방에게 좌파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싸우고 있으니 이런 이들에게 어떻게 정치를 맡길 것이며, 나라의 운명을 의탁할 것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안철수 원장이 말한 사회대타협, 소통과 합의의 정치, 모두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런 것을 어떻게 이뤄야 한다는 말인가. 안철수 원장이 제대로 진단을 했으니 직접 대통령이 되어 해결하면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낡은 정치의 당사자들 보다야 안철수 원장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기는 하다. 낡은 정치의 당사자들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자기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 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국민의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만도 아니다. 안철수 대통령만으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안철수 대통령 혼자의 힘만으로는 낡은 정치세력과 맞서 싸우기도 힘들고, 이기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의 대부분을 지난 4월 11일 선출된 19대 국회의원들과 함께 하게 된다. 잘 알다시피 19대 국회는 새누리당 150석, 민주당은 127석, 기타 23석의 의석 분포를 보이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차기 대통령은 이들과 소통하고, 합의를 이뤄내고 협력해야 한다. 그런 일을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원장이 2011년 가을의 박원순 시장처럼 무소속 신분으로 야권과 단일화를 이루고 나서, 집권한 후에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은 괜찮은 방법일까. 민주당도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남북화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니 일견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의 선례도 있으니 더욱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 또한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안철수 원장이 규정한 낡은 체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또한 개혁의 대상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나름대로 안철수 원장의 길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가 만일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면, 선거 전이든 후든 상관없이 언제가 되었든지 간에 반드시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경로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안철수 원장은 자신과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하는 새로운 인사들과 세력을 모아 '복지와 정의, 평화'라는 키워드를 '소통과 합의'라는 방식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운명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철수 원장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설사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된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평화에 기반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면 5년의 임기만을 생각하고 출발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만을 바라보는 기획이 아니라 10년에서 20년 후의 한국사회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수행할 강력한 주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 기획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은 강력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는 브란팅이나 한손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지도자의 힘만으로 스웨덴이라는 복지국가가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칼레비나 비그포르스, 뫼르달, 마이드너 같은 걸출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던 사회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이 있었기에 스웨덴은 선진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 이후 1976년까지 처음으로 정권을 내놓을 때까지 무려 44년간 나라를 이끌었다. 그 시기에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다.

스웨덴 사민당의 성공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정치적 반대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하는 '합의의 정치문화'를 만든 것을 큰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스웨덴 사민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복지국가 건설의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통과 합의의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정치세력의 출현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 이틀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낡은 정치를 끝낼 수 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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