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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의 성격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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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의 성격은 무엇인가 ?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5>

2008년 9월 15일에 미국 4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돌연 파산 신청을 했다. 그런데 그해 초에 다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즈가 구제된 것과 달리 그보다 세 배나 규모가 더 컸던 리먼브라더스는 며칠 후 파산 처리되었다.

이렇게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하게 된 것은 2006년부터 미국의 주택 값이 하락함에 따라 이 회사들이 과도하게 투자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서 너무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마침내 월가의 중심부로 파급되는 순간이었다.

▲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하자 직원들이 소지품을 챙겨 회사를 떠나고 있다. ⓒhttp://www.guardian.co.uk

다음날 미국 정부는 역시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해 이미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고 이 회사들에게 각각 1천억 달러씩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9월 18일 저녁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와 재무장관 헨리 폴슨이 하원에 나와서 의원들에게 '며칠만 있으면 우리의 금융체제가, 국내건 세계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폴슨은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안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이미 쓰레기가 되어 버린 모기지 증권들을 정부가 사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 국민들의 반대여론으로 지체되기는 했으나 이 안건은 며칠 후 원안을 약간 수정하는 체하며 결국 통과되었다.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자 전 세계 사람들은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의 주식값이 폭락했다. 연준은 이에 모든 상업어음 시장에 대한 '최후의 대부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약 1조3천억 달러로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신용위기가 발생하고 시장은 경색되었다. 은행간 대출이 너무 위험해 보였으므로 모든 거래가 끊겼고 기업들은 가능한 한 현금이나 국채를 보유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준이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대출을 늘릴 수가 없었다.

실제로 10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주된 미국 은행들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다. 결국 미국정부는 11월에 들어서서 세계최대 보험사인 AIG에 1,500억 달러, 세계최대은행으로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였던 씨티그룹에 3,500억 달러 등 여러 금융기관들에 긴급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정사정이 나빠지자 이것은 은행들 사이의 급격한 합병사태를 불러왔다. JP모건 체이스가 워싱턴뮤튜얼과 베어스턴스를 인수했고 뱅크 어브 아메리카가 컨튜리와이드와 메릴린치를, 웰스파고가 와코비아를 합병했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 주식을 매입함으로서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또 은행들끼리 합병해 봤자 이것은 대규모의 문제 있는 채권들을 천천히 청산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데 불과했다.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너무 컸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가능했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도 급속히 축소시켰다. 시장이 얼어붙자 그렇지 않아도 판매부진으로 시달리고 있던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회사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미국정부는 이미 9월에 자동차 산업에 250억 달러를 저리로 융자함으로써 숨통을 틔어주었음에도 12월에 다시 140억 달러를 더 지원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되며 많은 나라들을 어려움에 몰아넣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며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G-7 국가들은 중요 은행들의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자본을 직접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부분적인 국유화를 의미했다. 그러면서 은행 예금들에 대한 보증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는 파국을 면할 수 없었다. 특히 GDP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외국자본에 전적으로 의존해 급성장하던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단기외채가 빠져 나가자 9월말부터 심각한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그래서 10월 6일에 아이슬란드 수상은 실질적인 국가부도 사태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그 금융체제는 완전히 붕괴했고 국민들의 저축은 거의 다 날라 갔으며 국민들은 그 은행들이 진 투기적 부채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는 급격한 생활수준 하락과 수십 년에 걸친 아이슬란드인의 고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아이슬란드인들이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는 카프팅은행에 은행장체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http://darklochnagar.blogspot.com

또 중남미나 동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외환부족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심지어 한국 같이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비교적 탄탄한 경제를 가진 나라도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의 300억 달러 통화스왑협정을 통해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세계경제의 파국이 너무나 분명했으므로 미국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잉글랜드은행,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선진 산업국가의 은행들에 6,200억 달러, 브라질과 멕시코 등 신흥국 은행들에 1,200억 달러의 보증을 해 주었다.

또 미국인들의 은행 저축을 보증해 주는 연방저축보험공사가 1인당 보증액을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늘리게 하기 위해 수조 달러를 보증해 주어야 했다. 이렇게 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에 미국정부가 투입한 총자금은 보증을 포함하여 8조 달러 이상이 되었다.

그러면 1929년 경제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고 하는 2008년 미국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이 위기는 그 이전부터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1987년의 증권시장 폭락 이후에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미국정부가 최후의 대부자로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파산위기의 금융회사들을 구제해 주었던 것이다. 2000년의 IT 버블이 붕괴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미 2006년 9월에 IMF의 한 간부는 '헤지펀드와 신용파생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 우려하며 미국경제의 하락과, 그 주택시장의 냉각은 보다 큰 금융혼란을 가져올 것이고 그것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위기는 2007년에 베어스턴즈 산하에 있으며 서브프라임모기지에 과다하게 투자한 두 개의 헤지펀드가 파산하며 시작되었다. 이것은 주택가가 2006년 중반에 최고점에 달한 후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의 주택 판매고는 2007년 3월에 1년 전에 비해 13%가 줄어들었고 전국 평균 주택가는 2006년 6월의 최고점인 230,200 달러에서 21,7000 달러로 6%가 하락했다. 그러나 대도시 지역은 이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래서 많은 주택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주택가 하락의 압력을 가한 것이다.

그러면 주택가의 하락이 왜 금융위기를 불러 왔을까? 그것은 2000년의 IT 버블 이후 유지된 낮은 이자율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이자율을 거의 1% 이하로 유지하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택 매입에 열을 올린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자 주택가는 천정을 모르고 급등했다.

특히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이 대량으로 이루어진 것이 문제였다. 정상적으로는 주택 할부금을 제대로 물 수 없는 많은 저소득자들에게도 모기지 대출을 제멋대로 해준 것이다.

금융회사들도 위험도가 높은 대신 이익률이 높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을 선호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택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것이 부실 채권이 되며 각 금융회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는 사실 더 깊은 곳에 있다. 주택부문뿐 아니라 미국경제가 기본적으로 부채에 의존하여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실물경제가 침체하자 자본가들이 차입을 통해 투기적 이익을 얻으려고 한 데서 비롯한 금융폭발이 원인인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

2007년도에 미국의 가계부채는 주택, 신용카드, 기타부문을 합해 13.8조 달러였다. 금융기업부채는 16.0조 달러, 비금융기업부채는 10.6조 달러, 정부 부채는 7.3조 달러로 총 부채는 무려 47.7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GDP 13.8조 달러의 무려 373%에 달하는 액수였다. 1970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인데 30여년 사이에 금융폭발이 어느 정도로 일어났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부채의 증가는 경제를, 특히 금융부문을, 부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금융부문의 수익이 크게 높아졌다. 1970년대만 해도 금융부분과 비금융부분의 이익률은 GDP 증가율과 비슷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 미국 금융기업들의 이익률은 GDP와는 상관없이 고공 행진했다. 반면 비금융기업들의 이익률은 크게 뒤쳐졌다. 그런 가운데 투기적 경영을 하기 시작한 금융기업들은 차입금 비율을 계속 증가시켰다.

그래서 보통 3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자기자본의 30배에 달하는 차입금을 투자에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이미 정상적인 투자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금융시장에 조그만 파고가 닥쳐도 큰 피해를 보게 되는 투기적 행태이다.

이런 위험한 금융팽창에 대해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이사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도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부채와 투기의 증가는 금융시장 혁신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혁명적인 새로운 위험관리기술과 결합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구조변화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화가 가져온 '신경제'에 매혹되어서 2004년에 '개개 금융기관들은 잠재해 있는 위험요인들의 충격으로부터 덜 취약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금융체제 전체는 보다 탄력적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의 금융위기는 이런 진단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문제는 이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이 위기의 본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신자유주의경제학을 주장한 밀튼 프리드먼의 제자로서 통화주의자이다.

이들은 1929년의 경제공황이 오래 간 것은 정부에서 공황 초기에 자금을 충분하게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통화량만 적절히 조절하면 지본주의의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위험한 인물들이다.

주택버블이 최고도에 이르렀을 때 당시 부시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의장이었던 버냉키는 '주택가격은 지난 2년 동안 근 25%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 투기적인 행위가 증가하기는 했으나 전국적으로는 이 가격상승은 일자리와 소득의 증가, 낮은 모기지 이자율, 주택건설의 꾸준한 비율 등 강한 경제 기초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버블이 경제성장 때문이므로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이 2006년 초에 버냉키를 연준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이런 견해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2006년 초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자 주택 거품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택부문이 붕괴했고 모기지에 기초한 증권들도 부실화하게 된 것이다.

▲ 하원에서의 재무장관 헨리 폴슨과 연준이사장 벤버냉키. ⓒhttp://www.wn.com

이것을 보면 그를 비롯하여 미국경제를 움직이는 주류 인물들이 경기침체와 금융화의 상호관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미국의 많은 주류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소득불평등과 소비부족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그래서 70년대 이후 계속 증대되고 있는 소득불평등이 유효수요를 줄이고 그것이 경기침체를 가져온다고 하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다. 또한 그런 사실을 안다 해도 현재 미국의 정치구도 상 기득권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키는 것밖에 없다. 이는 다음번의 보다 큰 버블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버냉키도 경기침체가 오면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 부으면 된다고 말한 사람이다. 그에게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다.

따라서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근본적인 경제회생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세계경제는 좀처럼 회생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점점 더 큰 파국으로 치달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 2009년 이후의 상황 전개와 함께, 앞으로의 세계경제에 대해 전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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