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가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유명화(30) 씨의 아버지 유영종 씨가 삼성전자 본관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삼성 경비직원과 충돌해 검찰에 기소됐다. 유 씨는 지난 11일 형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곧바로 항소를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30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CCTV 판독을 보면 폭력을 당한 쪽은 오히려 유영종 씨일 확률이 높지만, 삼성 편을 드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라며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씻을 생각은 안 하고, 삼성의 앞잡이 노릇에 여념 없는 검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영종 씨는 지난해 6월 23일 오전 11시경 삼성전자에서 일했다가 백혈병에 걸린 고(故) 황유미 씨와 고(故) 이숙영 씨의 병이 산재임을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몇 시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당시 삼성전자 본관 앞은 사측이 동원한 버스 차벽으로 막혀 있었고 정문 입구에 차 한 대가 지나갈 통로만 남은 상태였다. 그러다 삼성 경비직원들이 1인 시위를 막기 위해 유 씨에게 달려들면서 유 씨와 삼성 용역직원이 넘어졌다.
삼성 관리자들은 삼성 측 경비직원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불렀고, 유 씨는 서초경찰서에 곧바로 연행됐다. 그러나 반올림은 당일 서초경찰서의 CCTV 판독 결과 담당 조사관이 "유 씨가 오히려 피해자로 보이며 삼성 경비를 불러서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삼성 경비직원은 처음에는 "유 씨에게 폭행당했다"고 말했다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한 뒤, CCTV 화면을 보고는 "고의로 그런(넘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유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구형한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유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반올림은 "정당한 1인 시위를 강제로 막으려 한 삼성 경비들에 의해 충돌 상황이 생겼고 이 와중에 우발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그럼에도 삼성 직원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근거로 유영종 씨를 형사 처벌하고자 한 검찰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삼성직업병 피해노동자 가족들이 삼성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마다 삼성 측 경비들은 영정을 내팽겨 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설을 퍼붓고, 피해자 가족들을 자주 폭행했다"면서 "폭력을 행사한 삼성경비원들은 단 한 번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에게 폭력 혐의를 씌우려는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은 누구의 편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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