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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대, 연대 청소노동자는 지금…

[청소노동자 행진 연속기고] 민주노조 사수하는 집단교섭, 함께 가자!

오는 6월 15일 오후 4시 30분, 홍익대 정문 앞에서 '포기할 수 없는 꿈, 우리는 아직도 꿈을 꾼다'라는 제목으로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이 열린다. 2010년 6월 5일 1회를 시작으로 매해 6월 개최되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이 사회의 유령처럼 살아가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존재와 요구를 알리는 장이며, 청소노동자의 밥과 장미의 권리를 위한 행진이다. 노동조합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는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 참여 제안을 시작으로 '여성, 비정규직, 최저임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등 2012년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한다.<편집자>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 연속기고

"화장실 한 편에 놓인 의자의 의미를 아신다면…"
"'나는 청소노동자!' 손주 앞에서 당당한 할머니를 보며…"
유령이 아닌 그들의 외침 "우리 '직거래'합시다"

어용노조라는 걸림돌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을 준비하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는 것이 바로 복수노조의 문제였다. 정확히는 사측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용노조로 인한 어려움이다.

생각해 보면 복수노조 허용은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오랜 염원이었다. 현장에서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참고 또 참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하면 어김없이 복수노조 시비에 걸려 한참을 교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해고되어 거리에서의 투쟁을 이어나가야 했다. 복수노조라서 안 된다는 이유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고, 어용노조의 탄압으로 인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그 누구보다 힘들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복수노조 허용이 유예될 때마다 가장 먼저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들도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이 악법을 활용한 탄압은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어용노조의 탄압은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08년, 사측의 해고에 맞서 14일간의 농성 끝에 학교 측을 교섭에 끌어내고, 고용보장을 약속받았던 성신여대. 지금 그 곳에는 민주노조가 없다. 그리고 민주노조를 와해시키지 못한 사업장에서는 어김없이 어용노조가 들어서 민주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지난 해 새해 첫 날, 해고되어 투쟁에 나섰던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긴 시간의 점거 농성과 그 투쟁에 모인 수많은 연대의 손길들. 그로써 노동자들은 다시 복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투쟁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어가는 한편, 현장에서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힘을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

또 전주대에서는 월 70여만 원의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자 사측은 곧 다른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창구단일화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모든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온리원)가 같다는 이유로 천냥마트에서 일하는 계산원 등의 노동자와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노동자의 교섭단위 분리조차도 인정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권리를 조금씩 쟁취해 왔던 사업장에는 모두 복수노조가 생겼다. 비정규직의 염원이었던 복수노조 허용이 오히려 창구단일화라는 악법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제도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민주노조를 향한 돌파구, '집단교섭' 투쟁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한 청소노동자들의 행동은 집단교섭 투쟁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도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집단교섭 투쟁은 수많은 업체를 상대로 일일이 개별 교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통일적으로 형성해 내고, 투쟁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시기에 일괄 타결한다는 목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학교별로, 업체별로 노동자들을 나누지 않고, 함께 싸울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특히 올해의 집단교섭 투쟁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법조문 어디에도 집단교섭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사용자들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집단교섭. 사용자가 지금의 홍익대처럼 집단교섭을 거부하고 개별적으로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겠다고 하는 경우 집단교섭에 응할 것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법제도 개선 요구안으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폐지와 초기업단위 교섭에 대해 사용자의 교섭의무를 법제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에도 그리고 법이 개선되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사용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큰 무기는 민주노조를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이다.

청소노동자들 만이 아니라 지금의 수많은 사업장들이 함께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용노조로 인한 탄압이다. 사측은 어용노조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서로 등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악법을 뚫고 갈 수 있는 힘을 우리는 또 다시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용노조로 인해 힘겨움을 겪고 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누구보다 민주노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유령으로 살아야 했던 시절을 딛고, 청소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또 무엇보다 민주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조라는 포기할 수 없는 꿈, 그 꿈을 꾸는 것 역시 우리의 권리이기에 오늘도 당당히 싸우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한발 한발

건강하게 일할 권리, 해고당하지 않고 재계약 시기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권리,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 적정한 임금을 받고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 그런 권리들을 위해 청소노동자들이 싸웠다.

그 싸움, 참 길게 이어져 왔다. 허락되지 않는 꿈이라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권리임을 알게 되었고, 권리 실현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투쟁하면 그 꿈들이 하나하나, 가까워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한 행진이 지금 어용노조라는 걸림돌을 힘차게 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6월 15일, 청소노동자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함께 하자. 청소노동자들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보고 있는 당신,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자신의 투쟁을 겹쳐 보고 있는 당신도 모두 함께 하자.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한발 한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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