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태통령이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의 실질 주주가 자신이라며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원고 자격 요건에 부적합하다"며 소를 각하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120억 원을 친동생 재우 씨에게 맡겼고, 재우 씨는 이 돈으로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했다.
이후 재우 씨는 아들 호준 씨에게 회사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호준 씨는 노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비자금) 120억 원을 국가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자 추징을 피하기 위해 2004년 이 회사의 부동산을 자신이 지분 전체를 갖고 있는 시티유통에 헐값에 매각했다.
이후 호준 씨는 2008년 2월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배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되던 중 이듬해 2월 오로라씨에스와 시티유통을 전격 합병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오로라씨에스의 실질 주주라며 호준 씨를 상대로 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실질 주주가 빠진 주주총회 결의는 무효라는 게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수원지법 제9민사부(부장판사 함종식)는 22일 노 전 대통령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에 의해 제기된 소는 부적합하다"며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재우 씨에게 맡길 때 금원을 잘 보존하고 있다가 원고가 요구하면 이를 반환하라고 해석될 수 있을 뿐, 이 금원으로 회사를 설립·운영하는 것을 위임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회사의 실질 소유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호준 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헐값 매각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주주지위확인 청구소송 등에서도 잇따라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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