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천 변호사는 중국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6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미국행에 올랐다. 천 변호사 가족은 미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 미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해 약 한 달간에 걸친 '대장정'을 일단 마무리했다. 지난 달 22일 가택연금 상태에서 탈출한 지 28일, 지난 2일 몸을 의탁하고 있던 미 대사관을 나와 베이징의 한 병원에 입원한지 17일 만이다.
▲ 19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는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 ⓒAP=연합뉴스 |
천 변호사는 이날 출국 몇 시간 전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행 허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제출된 천 변호사 가족의 여권 신청서를 이례적으로 3일 만에 승인했다. 미 국무부도 비슷한 시간 "천 변호사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천 변호사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대 교직원 주거단지에서 체류하며 법학 등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는 19일 오후 미국에 도착한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7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탈주 과정을 도운 주중 미 대사관과 정부, 미국행을 승인한 중국 정부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천 변호사가 미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산둥(山東)성의 자택에서 감시카메라와 중국 공안의 감시를 받으며 가택연금을 당하던 천 변호사는 감시의 눈을 벗어나는 몇 초의 사이 담을 넘어 탈주에 성공했다. 시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야음을 틈나 혼자 마을을 벗어나는데 성공한 그는 동료 인권활동가들을 만나 베이징까지 이동해 27일 미 대사관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천 변호사가 미 대사관을 나와 베이징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애초 자발적으로 대사관을 나온 것으로 알려진 천 변호사가 병원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미국에 배신당했다"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인권 문제에 소홀했다는 공화당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천 변호사의 소식을 전하며 지금까지 '천 변호사의 신병을 중국에 너무 성급히 넘겨줬다'는 중국 인권운동가들과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을 받던 오바마 정부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천 변호사도 자신이 원했던 미국행을 얻어냈지만 출국 전 외신과의 통화에서 "행복하다기 보다는 감상적인 상태"라고 말하는 등 걱정거리를 다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탈주 이후 동료 인권운동가들이 체포당하고 자신의 형 가족들이 가택연금조치를 당했다. 그의 한 조카는 사복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후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당하기도 했다.
중국을 벗어남으로써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드리란 것도 천 변호사가 치러야할 대가다. 천 변호사의 변호인 측은 그가 이른 시일 내에 중국으로 귀국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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