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전용면적 85㎡이하 공공택지의 전매제한 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간이 연장되고, 주택을 2년 미만 보유 후 단기 매도한 경우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율도 완화된다. 1년 미만 양도세율은 50%에서 40%로, 1년 이상 2년 미만은 40%에서 기본세율 6~38%로 각각줄어들게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가산세(10%)도 폐지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확대조치는 시장참가자들의 주택구입을 손쉽게 하기 위한 덤이다.
강남3구 투지지역 해제는 훗날 투기 심리를 부추길 것
MB와 새누리당의 가장 확고한 수도권 교두보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 주류의 보금자리이고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강남 3구에 대해 MB가 각별한 배려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정치를 아적(我敵)구분으로 규정한 칼 슈미트의 정의를 철저히 정치적으로 관철시키는 사람이 MB라는 사실을 되새겨보면 강남 3구에 대한 MB의 지극한 애호는 당연하다. 아무튼 정부의 이번 조치로 강남 강남 3구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다주택 보유자들은 주택을 처분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대내외적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이 포함된 5.10 부동산 대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당장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조치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질서를 규율할 정책 옵션을 사실상 모두 해제시켰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MB정부가 전면적 ABR(Anything But Roh)을 추진한 대표적인 부문이 부동산 정책분야이고,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투기의 방화벽이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지정조치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장참가자들은 강남 3구 투기지역해제를 MB정부가 추진한 ABR의 완결판이자 부동산 투기에 참여하려는 정부의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역사는 시장참가자들의 심리가 이성을 압도해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참여정부의 경우만 봐도 이런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참여정부가 2005년에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8.31대책을 발표한 후 일시 안정을 찾는 듯 하던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적 과잉유동성으로 인해 위태롭게 동요하다가 2066년 가을 추병직 당시 건교부 장관의 검단신도시 추가개발 발표 직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무섭게 치솟았고 많은 시민들은 막차라도 타자는 심정으로 주택 매수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당시 수도권 주택 매입에 나섰던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 하우스 푸어(house poor)신세다. 복기해 보면 2006년 가을에 주택을 구입한 것은 비이성적 선택이었다. 과잉유동성에 기인한 전 세계적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미 오랜 기간 지속됐고, 이런 비정상적 가격 상승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었던 점, PIR(Price Income Ratio, 연소득대비 주택 가격)를 기준으로 할 때 이미 서울을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 가격은 도저히 설명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런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당시는 투기심리가 이성과 논리를 제압할 때였다. 그리고 본디 투기심리란 이성을 이기고 논리를 넘어선다.
따라서 현명하고 공익을 앞세우는 정부라면 투기심리-특히 부동산 투기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불행히도 MB정부는 정 반대로 행동했다. 이 정부는 공급, 수요, 금융, 주거 복지 등의 영역에 걸쳐 투기심리를 억제하고 시장 질서를 규율할 장치들을 전부 형해화시키고, 불로소득을 보장해주고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투기심리를 부추기기 위해 안간힘 썼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포함된 5.10대책은 투기 권하는 MB정부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책이다.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을 우리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올인하는 MB와 그 충실한 조력자 새누리당의 노고는 머지 않아 시장으로부터 보답(?)받게 될 것이다.
지금은 투기 조장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조치 등을 마련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고 거래가 많았던 시장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게다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이 침체상태에 놓인 것도 아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연간 아파트 실거래가 거래 건수는 2010년에 비해 23.7% 2008~2010년 평균 거래량에 견줘 20.0%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량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즉 수도권은 2010년보다 46.0% 급증했고 3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14.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 역시 전년대비 35.3%, 3년 평균에 비해 3.8%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MB정부와 새누리당은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상승해야 하고 거래는 많을수록 좋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생각에 몰두하는 MB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경제성장은 마약을 먹고 기운을 차리는 것 보다 훨신 어리석은 선택이고, 대한민국을 디스토피아로 인도하는 결정이다. 지금은 선거 승리 등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사용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 적합한 부동산 정책들을 조합해 새로운 부동산 레짐을 설계해야 하는 때다. 그러나 부동산과 생사를 같이하는 MB와 새누리당에게 이런 충고는 또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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