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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비리, 진짜 주범은 누구인가?

[토지+자유 비평] "정부,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 사례에서 배워야"

파이시티 문제의 본질은 정치인 로비나 PF 사업방식이 아닌 '개발이익 사유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로 신문 지면이 뜨겁다. 비난의 화살은 가장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관련 부서가 파이시티에 터미널 연면적의 4배나 되는 대형 상가를 허용하는 도시물류기본계획에 대해 '특혜 논란' '교통난 가중' 등 우려를 제기하자, 이명박 전 시장은 2005년 9월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도시물류기본계획 방침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안건은 '세부시설 변경'으로 규정되어 '심의'가 아닌 '자문 안건'으로 분류되었으며, 대통령이 서울시장직을 물러나기 50일 전인 2006년 5월 11일에 파이시티 세부시설 변경·결정이 고시되었다. 청와대는 "(세부시설 변경은) 사안이 경미해 부시장 전결로 할 수 있어 시장 결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렇게 경미한 사안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달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다음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사업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다른 담보 대신 사업계획, 즉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이다. 이 때 자금을 투자 받은 사업자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한 이후 나오는 이익(cash flow)으로 채무를 갚아 나간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PF 대출은 자금력과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시공사(건설사)가 제공하는 지급보증, 채무인수, 책임분양 등 담보로 대출이 이루어진다. 파이시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경우도 부동산 경기가 상승하던 2004년 우리은행 같은 금융권이 수익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대출해 주었다. 그러다가 인허가 지연에 따른 이자부담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자 우리은행이 속한 채권단이 파산신청을 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의 거액 대출인 것이다(정대영,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한울, 2011, 118쪽).

파이시티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인허가 로비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방식 문제로만 보는 것은 충분치가 않다. 꿀이 문제인가, 아니면 꿀벌이 문제인가. 답은 자명하다. 꿀이 그 곳에 있기 때문에 꿀벌이 모여드는 것이다. 그러면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대면서까지 인허가를 앞당기려는 파이시티(주)가 취하고자 하는 꿀은 무엇인가. 금융권과 건설사 등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우산 아래로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이제 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개발이익이다.

개발이익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예측한 사업비 총액 2조4000억원, 매출액 3조3300억원을 근거로 개발이익을 계산하면 약 1조원이 된다. 이렇게 큰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니 금융권은 건설사 지급보증을 담보로 4750억원(이중 우리은행 3800억원)을 대출해 주고 이자와 수수료 수익을 기대했으며, 건설사는 토지 매입에 따른 위험을 피하면서 막대한 공사비 수익을 기대했다.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는 파이시티 세부시설을 변경해준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40~60%를 기부채납으로 받을 것을 예상했다. 이처럼 파이시티 사업은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모든 주체에게 '파이'를 안겨주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개발이익 사유화는 공적 가치의 '이전'으로 "공유지의 비극"

개발이익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개발이익의 개념은 토지소유자의 투자에 의한 증가, 공공투자에 의한 증가, 토지이용계획의 결정·변경에 의한 증가,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증가로 구분한다(안균오·변창흠, "개발이익 환수규모 추정과 개발부담금제도 개선방안 연구", <공간과 사회>, 통권 제33호, 2010, 52-52).

따라서 개발이익의 대부분은 토지소유자의 투자에 의해서 발생하기 보다는 시정부의 공공투자 및 토지이용계획 결정·변경과 기업·시민들의 경제활동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공투자 역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토지이용계획 결정·변경에 따른 용적률 증가도 결국은 기업·시민들의 경제활동 참여로 인해 이미 잠재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가 법적, 행정적 실체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개발이익은 대부분 기업·시민들의 경제활동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기업·시민들과 시정부의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가치인 개발이익을 파이시티(주)의 수익으로 삼는 것이 정당한가? 파이시티가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 가치가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것이라면 창출된 가치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파이시티의 수익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에 의해 잠재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가치가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현실화되었다면 이는 가치의 창출이 아닌 '이전'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른 경제 주체가 창출한 가치를 자기에게 '이전'하려면 비용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시장원리이다. 라면 한 봉지를 구입하면서 그 값을 치루지 않으면 금방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파이시티는 개발이익을 수익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여 수익성 여부를 따져본 후에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파이시티 사업은 물론이고 개발이익을 비용으로 처리하여 수익성을 따진 사업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의 문제이다.

개발이익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는 반론이 당장 나올 것이다. 맞다. 토지소유자의 기여를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비용으로 계산하게 되면 무리한 사업은 추진되지 않게 된다. 그게 정상이고 그래야 도심 토지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돼 자원 낭비가 줄어든다. 기업이 사업 수익이 아닌 부동산 투기를 통해 연명하고 있다면 그 기업을 건강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현재 개발 주체로부터 개발이익의 약 50%를 환수하는 개발이익 환수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50%라도 환수했으니 다행이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토지이용계획 변경·결정 과정에서 인허가 로비 등 각종 비리가 유발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파이시티 사업이 애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었다면 서울시민은 1조원의 개발이익을 파이시티 및 관련 사업주체에 빼앗겼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개발이익의 실제 주인인 서울시민들은 이러한 본질을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안다 하더라도 자기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개발이익을 사유화할 수 있을지를 궁리할 뿐이다. 이야말로 더 심각한 "공유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유지를 지혜롭게 관리하는데 있어서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유지는 문자 그대로의 토지뿐만이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서울메트로9호선, 파이시티(양재동 복합유통센터) 등 기반시설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너무도 강하게 이분법적 사고체계에 젖어 있어서 재산을 사유(私有) 아니면 국공유로 구분하고,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자기 이익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리고 국공유 재산이라 하더라도 사적 이익을 취할 수만 있다면 로비나 민영화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이분법적 사고체계에 젖어있는 시민들이 용적률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소유 주체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지대추구자(rent-seekers)에게 개발이익은 그야말로 블루오션(blue ocean)인 것이다.

해결책은 공공토지임대제에서 찾아야

그럼 어떻게 하면 개발이익이라는 공유지를 잘 관리하면서도 도시 전체에 필요한 시설들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선 현재와 같은 개발 방식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파이시티 부지가 사유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개발이익의 많은 비중이 사유화되면서 개발이 추진되거나 아니면 개발이익이 적어 사업이 추진되지 않거나 두 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물론 뛰어난 사업 아이템과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개발이익을 기대하지 않고도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겠으나, 파이시티는 독과점 성격이 강한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일반 개발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개발이익이 사유화된다. 둘째, 도시기능으로서 꼭 필요하지만 개발이익이 적거나 없어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경우 필요한 시설이 공급되지 않는다.

개발이익이라는 공유지를 잘 관리하면서도 도시 전체에 필요한 시설들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공공토지임대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토지임대제란 시민의 대표인 시정부나 국가가 토지를 공유하면서 기업 또는 개인이나 공공기관에게 임대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에서 기업이나 개인은 토지를 임차하여 건물을 짓고 사용하게 된다. 대신 매 년 또는 일정 기간 단위로 토지사용료를 납부한다. 토지사용권과 건물은 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임차하는 토지는 기반시설처럼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건설하고 그 운영은 공사나 경우에 따라서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수익형 토지와, 청사와 같은 비수익형 토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비수익형 토지는 토지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지만, 공공토지임대제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회계상' 토지임대료가 책정되어 있어 청사 재건축 등에서 무분별하게 토지를 과다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제도라면 우리나라의 호화 청사 재건축 문제도 일정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토지임대제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며,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임대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공유 산업단지 등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기반시설이면서도 민간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파이시티 문제로 돌아가서, 공공토지임대제가 파이시티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파이시티는 물류시설이라는 점에서 도시기반시설에 해당하며, 이러한 시설은 시정부가 공급하는 것이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정부의 재정 능력은 우선 논외로 하고, 해당 토지를 매수하고 재정을 투입하여 시공사를 통해 지은 후 토지임대부 주택처럼 '토지 임대-상가 분양'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시정부는 토지임대료를 회수할 수 있으며, 기업 및 개인 사용자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 개발 사례가 보여주는 가능성

뉴욕시 월 스트리트에 인접한 미국의 배터리 파크 시티는 5개의 고층 오피스 빌딩으로 이루어진 세계금융센터(World Financial Center)와 20개 동 이상의 아파트 빌딩, 113제곱킬로미터 규모의 공원과 산책길로 구성된 작은 도시이다. 1972년에 시작하여 기존 부두 철거, 매립 및 도시기반시설 공급까지만 4년이 소요된 이 개발은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였다. 이를 위해 배터리파트시티개발공사(Battery Park City Authority, BPCA)는 2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하여 해결하였다(김경민, <도시개발, 길을 잃다>, 시공사, 2011, 226-227).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은 공공토지임대제 원리를 잘 적용한 개발 사례로 유명하다. BPCA는 각 구역별로 민간 개발자(developer)를 선정하면서 그들에게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방식은 개발자의 초기 투자부담을 줄여주었고, 임대료의 지속적인 상승은 BPCA는 물론 뉴욕 시정부에 큰 수입을 안겨주었다. 공공토지임대제 원리를 적용하여 개발한 배터리 파크의 경우, BPCA는 건물 임차인들의 토지임대료, 재산세 대납(Payments In Lieu Of Taxes, PILOT) 및 공공시설유지비로부터 주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BPCA는 이러한 수입 중 운영비용(채권 원리금, 시설 관리비용, 직원 월급)으로 쓰고 남는 것은 모두 뉴욕시로 돌린다. 이로 인해 뉴욕시는 배터리파크 시티 건설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수입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2005년의 경우 BPCA는 운영수입 1억 8000만 달러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1억 700만 달러(2012년 현재 우리돈으로 1천 200억원 상당)를 뉴욕 시정부에 귀속시켰다(위의 책 229).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은 경기가 불황일 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BPCA와 개발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었다. 김경민은 핵심 성공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 "이는 BPCA가 토지를 매각한 분양 수입을 올린 것이 아니라, 토지의 장기 임대를 통해 지속적인 임대료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임대 전략은 경기 침체기에도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위의 책, 230).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 사례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으로, 정확하게 파이시티 사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공공토지임대제 원리를 적용하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성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공토지임대제는 개발이익 사유화를 억제하면서도 건강한 도시개발이 가능

온 신문 지면과 방송이 파이시티 건으로 이명박 대통령 측근 때리기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구조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지금, 곰곰이 문제의 핵심 원인이 개발이익 사유화이며 공공토지임대제에 기반한 사업구조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파크 도시개발 사례에서 보았듯이, 공공토지임대제에 기반한 사업구조는 개발이익 사유화라는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성장 시대를 향하고 있으며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도시재생이 중요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도시기능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

개발이익이라는 공유지를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회의 제도 성숙도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비리 의혹이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면서도, 이런 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총선을 지난 각 당은 물론 대선 후보로 나올 이들도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반시설 및 도시재생 관련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 조성 사업 예정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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