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쿠퍼티노유니온교육구의 특성
쿠퍼티노유니온교육구는 초등학교 20개교와 중학교 5개교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육구가 포괄하는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만을 중심으로(통상 베이지역으로 불림 the Bay Area) 남쪽의 쿠퍼티노, 산호세 일부 지역과 인근 네 개 시를 포함한다. 2010년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는 17,500명의 학생들의 인종분포를 살펴보면 70%가 아시아인, 백인 23%, 히스패닉 5%, 흑인 1%, 그리고 필리핀인 1% 등으로 아시아 이민자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모국어도 48개 언어군으로 다양하다.
(2)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학생을 위한 영어능력개발프로그램(English Language Development Program, ELD)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1998년 6월 이중언어교육을 금지하고 모든 영어학습 아동에게 일년을 넘지 않는 기간 내에 독립된 영어몰입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는 "이민아동을 위한 영어교육 법안"(법률개정안 227호)을 통과시켜 이중언어교육 반대 발의를 캘리포니아 주 교육법에 포함시켰다(제300조-제340조). 교육법 제300조는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이 지난 20여 년간 값비싼 실험적 언어교육 프로그램에 재정을 낭비했고 그에 반해 이주아동들의 높은 학교이탈율과 낮은 영어활용 능력에 대한 반성으로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모든 아동들에게 가능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가르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이러한 주 교육법에 따라 쿠퍼티노유니온 교육구는 캘리포니아주가 재정 지원하는 영어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학생들에게 영어회화, 독해, 작문의 학문적 숙달을 위한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ELD 교사들은 다양한 제2언어 습득전략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영어 어휘와 영어이해 능력을 개발하고 있는데 ELD 교사들은 일반 교사 자격증 외에 추가로 다국언어와 학습개발(Cross-cultural Language and Academic Development 약칭 CLAD) 자격증이 요구된다.
"ELD 교사가 되려면 교사 자격증 외에 CLAD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CLAD는 교사들의 보조 자격증으로 10년 전에는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교사양성에 필수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별히 이민아동이 많은 쿠퍼티노 교육구에서는 ELD 교사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에게 CLAD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다. ELD 교사들은 다른 ELD 교사들과 학교 내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고 연간 4회 교육구가 제공하는 훈련/회의와 재정여건이 허락할 때 실시되는 특별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교육구에는 ELD 전문가가 있어서 각 학교와 협력하여 영어학습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구 ELD 국장, ELD 교사 20년 경력)
-학생등록절차
교육구 내 학교 등록절차는 유치원과 초, 중학교 두 개의 과정으로 나뉘어져 있고 학생들은 거주지역 내 학교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등록에는 크게 세 가지 서류 즉, 거주증명(전기요금 청구서와 재산세 청구서, 전기요금 청구서와 임대계약서, 부모의 거주진술서 중에서 한 가지와 현재 주소지가 적힌 운전면허증, 은행내역서, 자동차등록증이나 보험증권, 급여지급수표 중에서 하나씩 두 종류 서류), 나이증명(출생증명서, 입증된 세례증명서, 여권(해외출생자) 혹은 부모, 보호자나 관리인의 사인이 첨부된 진술서 중 하나), 그리고 예방접종기록이 요구될 뿐 비자나 출입국관련 기록은 요구되지 않는다.
-영어능력개발(ELD) 센터
유치원 영어학습아동(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아동)은 자신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교사로부터 영어능력개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8학년(중학교 3학년)까지의 영어학습 학생들은 자신의 거주지역 내 영어개발센터학교(영어학습 거점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ELD 학교들은 영어학습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과 동시에 학생들의 학년에 맞는 공통 커리큘럼의 학습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쿠퍼티노유니온교육구 내 영어개발센터학교(중점학교)는 총 4개교로 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1개 학교가 지정되어 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해야 학교 갈 수 있다 그래서 부모님과 아파트를 구하고 아파트 매니저가 알려준 학교로 갔어요. 거기서 영어 시험을 봐야 한다고 알려줘서 주말 지나고 교육구에 영어시험을 보러 갔어요. 선생님이 먼저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셔서 안다고 하니까 시험지 안주고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나한테 말해보라'고 했는데 갑자기 단어가 생각 안 났어요. 그래서 생각하면서 떠듬떠듬 말하고 났더니 몇 가지 더 물어보고 나서 가까운 ELD 학교에 가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그런데 맨 처음 갔던 A학교에는 내가 갈 반(ELD 센터 학교가 아니어서)이 없다고 B학교로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음날 알려준 학교로 가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학생이 다 차서 C학교로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C학교 ELD 반에서 공부하게 됐어요." (이주아동 B, 14세, 미국거주 4년)
이와 같이 해외출생 이주아동들은 가정사용 언어가 영어가 아닐 경우 ELD 학교에 배정되는데 이주아동 B의 경우처럼 처음 배정된 학교에 학생인원이 찼을 경우 교육구 내 다른 ELD 학교로 배정되기도 한다. 교육과정은 나이에 맞는 학년배정과 그에 맞는 교과과정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영어는 원어민보다 낮은 수준에서 진행되지만 수학, 과학, 사회 등 기초과목은 정규반 학생과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하되 ELD 교사가 학생들 언어수준을 고려하여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가르친다.
"ELD 교사로서 우선순위는 좀 다르다. 우선 교실 안에 가득 찬 학생들은 아마도 미국에 처음 온 아이들이거나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일 것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실제 학습이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시기는 수학, 과학, 사회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그들을 도와 새로운 문화, 언어에 적응하도록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느끼도록 심지어 일부러 실수할 수 있도록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연습하지 않고 배울 수 없고 실수 없는 배움이란 없다. 따라서 ELD 교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서 아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루종일 말하고 싶으면 말하게 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꾸짖지 않고 부드럽게 교정해주어야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수학, 과학, 사회 등 다른 과목들도 안심하고 배울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이런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감 있게 수업에 임하게 만들어야 아이들이 적응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미국에서 만나는 첫 선생님 경험일텐데 이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배움에 대한 용기와 자신감을 잃게 된다. 처음부터 이런 자신감을 갖고 영어를 배우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후부터는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게 수월해진다. 이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배움의 속도는 금새 따라갈 수 있다.
때로 나 스스로에게도 '아이들이 뒤쳐져 있다고 해도 문제없다 잠시 뒤로 물러나 있자,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 주지시키곤 한다. 실제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교사, 초등학교 5학년 ELD 교사 8년 경력)
"대부분의 교육구가 독립적인 ELD 학급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영어학습 아동과 원어민 아동이 함께 학습하다 영어학습 아동을 중간중간 따로 불러내 가르치는 방식도 있기 때문에) 쿠퍼티노는 다행히도 독립된 ELD 학급이 구성되어 있어서 영어학습 아동들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수준과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꾸준한 평가와 배치 등에 집중할 수 있다." (교육구 ELD 국장)
캘리포니아 주 교육법에서 요구하는 영어몰입교육이 쿠퍼티노 교육구처럼 독립된 ELD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방식이 더 타당하고 효과적인 가에 대해서는 각각의 입장에서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언어, 환경에 접하는 아동들에게 최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기관, 교사, 부모와 사회 모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3) 학부모 참여기구와 교육 프로그램
영어학습 아동의 학부모들은 학교의 학부모참여기구(Parent Teacher Association 약칭 PTA 학교운영위원회) 외에 자신들의 자녀의 학습과 관련하여 학교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와 교육구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
학교 내 21명 혹은 그 이상의 영어학습학생이 있을 경우 언제든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장과 교직원들에게 영어학습자를 위한 학교 계획의 개발과 학교차원의 수요평가 실시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다.
-교육구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
교육구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는 학교 내 21명 혹은 그 이상의 영어학습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 선출된 학부모들로 구성되며 교육구 차원의 영어학습자에 대한 마스터플랜과 영어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목적과 목표에 관해 학교위원회에 자문할 기회를 가진다.
"교육구 영어학습자 자문위원회(DELAC) 회의는 교육구 내 모든 학교의 대표들을 포함해서 이루어진다. 대개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 구성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유치원에는 ELD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초등학교에는 영어능력개발 거점학교가 따로 지정되는 데 반해 모든 유치원에는 ELD가 다 포함되어 있음) 자녀들이 영어학습아동이라도 각 학교에서 온 부모대표들은 대부분 영어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다. 부모들 중에는 회의 참여하는 데 용기가 없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부모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열심이다. 이 회의에서 모아진 다양한 정보들은 부모들이 각자 학교로 가지고 가서 학교 영어학습자자문위원회(ELAC)나 학교 협의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교육구 ELD 국장)
-영어학습학생 학부모를 위한 영어개인지도 프로그램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이주아동 부모나 학군 내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주 5회, 4주간(1개월 프로그램으로 보통 여름에 실시)에 걸쳐 진행되며 자녀들의 학습과정에 대한 이해(각 과목별), 교사와 관계, 이주아동 학습 지원을 위한 방법, 미국 교육체계에 대한 이해 등 새로운 환경에 처한 이주아동과 그 부모를 위한 학습 및 적응 지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부모는 이후 교육구 내 혹은 학교 내 새로 등록한 영어학습 학생의 방과 후 지도나 숙제도우미 등 자원봉사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내가 참여했던 CBET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도 알 수 있고 또 집에서 학습을 도와주는 방법도 배웠다. 미국에 처음 와서 잘 몰랐던 미국의 교육제도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정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더욱이 중요한 건 나 자신도 본국에서 영어를 읽고 이해하기만 했지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CBET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부모 자신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여기서는 학교 교사들과 소통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학년 초부터 교사들과 이메일, 전화 등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언제든 교사에게 아이들의 학습과 관련해서 질문할 수 있다. 매 주일 한번씩 그 주간에 학습한 내용, 중요한 공지 등을 폴더에 정리해서 받아오므로 아이가 말이 없어도 학교에서 어떤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주아동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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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사람은 없다' 캠페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자녀교육은 심각한 고민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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