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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개최국-유럽 외교갈등으로 시작도 전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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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개최국-유럽 외교갈등으로 시작도 전에 '시끌'

유럽 정상들 "티모셴코 인권상황 개선되지 않으면 관람 거부"

유럽 국가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로 2012'가 공동 개최국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국가들의 외교 마찰로 인해 김빠진 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직권 남용 혐의로 수감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서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잇따라 보이코트 의사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럽의 일부 정상들은 오는 6월 8일부터 7월 1일까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공동 주최하는 유로 2012 경기의 관람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포문을 열었다. 메르켈 총리는 29일 교소도에 수감된 티모셴코 전 총리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신과 각료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어떤 경기도 참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0일에는 호세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비비안 레딩 부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티모셴코를 석방하지 않으면 방문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가디언>은 "유럽 정상들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면하기를 꺼리면서 이제 그 혼자 VIP석에서 경기를 관람해야할 판"이라고 전했다.

오는 11~12일 우크라이나 얄타에서 열리는 중부유럽국 정상회의도 표적이 됐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티모셴코 사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이탈리아 외무부도 티모셴코의 상태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오스트리아도 유로 2012 경기 관람 보이코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까지 티모셴코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티모셴코 사건은?

티모셴코 전 총리는 지난달 20일 지병인 척추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일반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22일 치료를 받지도 못한 채 교도소에 재수감돼 논란이 일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티모셴코가 치료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재수감했다고 주장했지만, 티모셴코는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당국이 강제 이송했으며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25일(현지시간) 율리아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가 수감된 교도소에서 인권 조사관에게 폭행당한 부위를 보여주는 사진. 우크라이나 당국은 교도관의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AP=연합뉴스

티모셴코는 2004년 야누코비치(현 대통령. 2004년 당시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촉발된 '오렌지 혁명'의 주역 중 하나다. 티모셴코는 혁명의 결과 들어선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으며 화려하게 부상했지만 이후 유셴코 진영과 관계가 틀어졌고, 2010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야누코비치에게 패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법원은 티모셴코가 총리 재직 시절인 2009년 러시아와 10년 간 가스수입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러시아에 유리한 계약을 채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7년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티모셴코 지지자들과 유럽 정치인들은 야누코비치의 정치 탄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티모셴코가 현재 수감된 카차노브 여성 교도소는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에 있는데, 이곳 메탈리스트 스타디움에서 6월 13일 유로 2012 본선 B조에 속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치러진다. 그의 재수감 문제가 제기된 지난 27일에는 티모셴코의 고향인 드네프로페트롭스크에서 연쇄폭발 사고가 터져 27명 이상이 부상당하기도 해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축구에 정치 논리 대지 말라" 반발

티모셴코를 둘러싼 외교 갈등이 불거지면서 전전긍긍한 쪽은 대회를 주최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이다. 동유럽 공산권 붕괴 후 독립국가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유로 2012의 열기를 동쪽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이번 사건으로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가 서유럽 국가보다 '덜'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주회국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조별 3경기를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치르며, 마지막 경기는 같은 조에 속한 개최국 우크라이나와 겨뤄야 하는 영국은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데니스 맥쉐인 전 영국 유럽담당장관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향해 티모셴코가 풀려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맥쉐인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요구를 거절하면 영국 대표팀은 공동주최국인 폴란드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스포츠 경기에 정치 논리를 끼워넣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레그 볼로쉰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29일 독일이 냉전 시대의 사고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볼로쉰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로 2012는 정치가 아닌 축구 경기"라며 "스포츠 행사 보이코트를 통해 정치적 이슈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이상으로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지만 독일의 정치인들은 그 나라들이 대형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때 침묵을 지켰다"며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유럽이 친러파인 야누코비치를 견제하기 위해 친서방파로 분류되는 티모셴코의 인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주최국 자리를 포기하고 오스트리아나 독일에 경기를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회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와 사실상 독일이나 오스트리아가 준비를 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폴란드가 단독 주최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신문은 현재 유로 2012 개최를 통한 국가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보면 폴란드가 '공주' 역할을 맡은데 반해 우크라이나는 '슈렉'이 될 위험에 봉착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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