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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리스 개입, 미국의 아프간 개입 모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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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리스 개입, 미국의 아프간 개입 모두 실패"

[해외시각] "두 나라 정치권 부패·무능도 한 몫"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은 그리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65.3%로 유로존 17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미 2번에 걸친 구제금융을 받고 강력한 긴축정책을 써서 국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지만 그 결과로 그리스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은 많지 않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2014년 미-나토(NATO)군의 철군을 앞두고 있지만 정국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는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살해와 코란 소각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돼 외국 군대의 철군 이후 아프간 정규군이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금융지원에도 아프간은 자립할 수 있는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글로벌리스트 리서치 센터(GRC)의 스페판 리히터 센터장은 2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쓴 칼럼에서 국제사회의 큰 문제거리로 떠오른 그리스와 아프간 사이에는 큰 유사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히터는 유럽과 미국이 각각 그리스와 아프간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두 국가를 재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개입정책의 실패가 유럽과 미국의 탓 뿐만 아니라 그리스·아프간 정치권이 보여주는 무능함과 부패에도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은 두 국가를 정상화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을 지나쳤음에도 현재 자신들의 개입이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비현실적인 낙관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리히터는 지적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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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현지시간) 그리스 중앙은행 앞에서 한 남성이 '우리의 돈을 돌려 달라'는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의 그리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그리스를 망쳤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고 미국도 자신들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잘한 것도 아니다. 돌고 도는 비난이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겪고 있는 두 국가에서 가장 비난이 심하다.

(유럽 관점에서) 그리스와 (미국 관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유사점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두 국가 모두 매우 값비싼 개입으로 치달았고, 벨기에 브뤼셀과 미 워싱턴에 있는 의사결정자들의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두 국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보기 드문 개입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들인 노력의 대부분이 무위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커져가고 있다. 이 실망스런 상황의 주요 원인은 그리스와 아프간의 정치권이 그 자신의 이해를 채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 두 국가는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지배 엘리트들은 일반적으로 외국 세력을 기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자신들의 계획이 실행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게 놀랍지 않다.

2001년 1월 1일 그리스는 유로화를 수용했다. 9.11 테러로 인해 아프간이 미국 앞에 정면으로 등장하기 단 9개월 전이었다. 유럽의 미국의 관료들은 큰 희망을 품고 각각 그리스와 아프간을 리모델링하는데 착수했다. 그들이 개입해 두 국가의 경제와 사회, 정치를 현대화시킴으로써 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두 국가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도울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유럽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수천억 유로를 쏟아붓고(적어도 수천억 유로를 더 써야한다) 미국이 아프간전에 수 조 달러를 썼음에도 결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두 국가는 10년 전에 비해 오늘날 거의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유럽과 미국의 관료들은 소위 강력한 개입 시절 핵심 사안에서 눈을 떼버린 잘못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리스가 유로화를 수용한 후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대했던 방식은 미국이 1989년 소련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을 다루던 방식을 연상시킨다. 그 '개입'은 아무리 잘 봐줘도 형식적이었다. 그리스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방편을 외면한 채 오랜 상처가 또 한 번 곪아터졌고, 현재는 오직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부패한 정치

미국에게 이라크전은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세우겠다는 그들의 강한 희망을 위태롭게 하는 값비싸고 불필요한 개입이었다. 그 '부차적인 쇼'(sideshow)는 부족과 가족에 기반을 둔 사회를 고전적인 의미의 민족국가로 바꾸는 실낱같은 기회를 거부했다.

아프간의 부족갈등은 너무 뿌리 깊어서 고치기가 힘들다. 아편경제 이외의 아프간 경제는 미국으로부터의 금융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게다가 '새로운 아프간'을 만들겠다는 미국의 큰 희망에 아프간 주변국들은 그리 많은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프간을 재건하겠다는 도움의 손길이 주어졌을 때 아프간의 주요 정치가들과 내각은 이를 전면 수용하는 대신 취사선택을 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함께 최상층에서 혈연을 통해 고관직을 차지하고 사적 이득을 취하는 파괴적인 관습이 시작됐다. 그러나 카르자이와 그의 부족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전적으로 챙기는 많은 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스의 고위 정치인들은 그렇게 심하게 부패하지는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의 악함은 그들이 사회전반에 걸친 부패를 청산하고, 부자 증세를 하려는 능력(또는 의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데 있다. 하지만 결과는 같다. 아프간에 들어간 금융지원이든 그리스에 들어간 자본이든 그 나라 정치권이 자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사용한 부분은 매우 적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은 이제 모두 초현실적인 수사에 의존한다. 유럽은 아직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2월 아프간 방문 중에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내뱉은 이후 미국의 공식 발표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약속을 충족시키고 있다", "목표를 성취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주장과 실제 상황은 아직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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