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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향수 자극한 김정은 첫 대중연설에 담긴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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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향수 자극한 김정은 첫 대중연설에 담긴 의미는?

[한반도 브리핑] 자주·선군 계승 표방하며 '지식경제'로 차별화

지난 4월 11일 북한은 4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하고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당 제1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틀 뒤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회의를 열어 김정은 제1비서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선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이로써 북한에는 2인(김일성·김정일)의 '영원한 국가수반'이 '존재'하고, 당과 국가의 실질적인 수반은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맡는 당·국가의 틀을 마련했다.

다시 이틀 뒤인 15일 김정은 제1비서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공식 개막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당대표자회에서 열병식까지 일련의 정치행사는 북한 2세대의 지원 아래 3세대가 권력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세대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내외노선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우선 김정은 제1비서는 이번 4차 당대표자회를 전후해 점진적인 세대교체와 함께 군부를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인사를 단행했다. 오극렬과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2세대의 노장층을 원로대접을 하면서도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2세대의 소장층을 대표하는 최용해 당 비서를 정치국 상무위원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군부의 3대핵심조직인 총정치국, 인민무력부(김정각 부장), 총참모부(리영호 총참모장)를 모두 2세대 소장층으로 채웠다. 특히 김정은 제1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군 출신이 아닌 최용해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해 군부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했다. 그는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도 선출돼 노동당의 의사결정과정에서도 김정은 제1비서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군 인사를 통해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장 겸 최고사령관 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총정치국, 최고사령관→총참모장→각 군사령부, 국방위원회→인민무력부로 명령,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군의 각급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체계는 김정은시대에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김정일시대보다 권위와 위상이 강화돼 군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기구로 작동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15일 인민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 김 1비서의 오른쪽에 차례대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호 총참모장이 섰다. ⓒAP=연합뉴스

둘째로 김정은 제1비서는 역시 2세대 소장층으로 분류되는 김경희와 장성택 부부를 당 비서와 정치국 위원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고모인 김경희 비서의 보좌를 받아 당 비서국을 원활하게 운영하고, 국가안전보안부·최고검찰소·호위사령부 등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통해 공안기관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존에 있었던 2010년 9월에 열린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이미 기본방향이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유언 내용도 그 문서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인사와 기본방향이 일치한다.

그러나 이번 4차 당대표자회에서 있은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정·후보위원에 대한 인사는 3차 당대표자회이후 1년 6개월 사이에 있었던 일부 간부들의 직책변동에 따른 보선 성격이 강했다. 오히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첫 공개연설을 한 것이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이번 태양절 행사는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연출됐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예상조차 깬 김정은 제1비서의 공개연설은 김정일시대와는 전혀 다른 리더십을 보일 것임을 시사하기에 충분했다. 향후 김정은시대의 정책방향을 시사하는 연설 내용도 주목된다.

이날 연설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 업적들을 강조한 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 펼쳐주신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을 따라 곧바로 나가는 여기에 우리 혁명의 100년대계의 전략이 있고 종국적 승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이란 표현은 김정은 제1비서가 후계자로 결정된 후 항상 강조해온 것이라고 한다.

김정은 당 제1비서가 김일성시대의 '자주'과 김정일시대의 '선군'의 기치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사회주의의 길'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는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며 "우리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당면과제를 제시했다.

'새 세기 산업혁명'을 김정은시대의 핵심과제로 설정한 셈이다. 곽범기 함경남도 당책임비서를 노동당 비서로 다시 기용한 것도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상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에 대해 "최첨단 돌파전으로 우리 식의 지식경제강국을 일떠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며, 우리 당이 내세운 사회주의건설의 웅대한 전략적 노선"이라고 규정했다. '자주'와 '선군'을 계승하면서도 김정은시대의 핵심어로 '지식경제'를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시대는 시대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 3~4세대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고와 구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휴대전화 보급대수 100만대 돌파로 상징되는 '통신혁명', 대형 슈퍼마켓과 전문 상점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유통혁명'은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3세대가 변화된 환경과 요구에 부응하려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더구나 1990년대 후반 북한의 3~4세대들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혹독한 경제난을 경험한 만큼 경제부흥에 대한 열망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각 상급(장관급) 인사들의 교체가 활발한 것도 젊은 경제관료의 부상을 뜻하며 경제관리개선의 필요성에 따른 전문성과 능력이 고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평양에 체류하다 일본으로 돌아온 김지영 <조선신보> 평양지국장은 "조선(북)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바람의 요인은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새로운 높은 차원에서 설계하는 령도자의 구상력과 령도력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시대에 북한이 새로운 노선과 정책을 구상하고 있음을 추론케 한다. 올해 초 중국을 출장 나왔던 북한의 한 간부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김정은 부위원장의 행보에 간부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기대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 제1비서는 첫 연설에서 "우리가 선군조선의 존엄을 만대에 빛내이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을 성과적으로 실현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선군사상을 강조했다. 선군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이러한 발언과 북한의 로켓 발사 등을 거론하며 김정은시대에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북한이 선군노선을 포기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북한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자주'와 '선군'의 계승을 표방하면서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시대의 정책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3세대 구상대로 '지식경제강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가 안정돼야 한다. 김정은 제1비서도 첫 연설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에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라고 발언해 북한의 자주권 보장을 전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 3월 초 미국을 방문해 한 북 리용호 외무성 부상의 발언과 맥락이 닿아있다. 그는 미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의 새 지도자는 미국과의 다툼을 원치 않는다"며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김정은 제1비서는 또한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적이고도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언해 한국의 정권 변화 후 남북대화에 나설 의사를 드러냈다.

김정은시대의 북한은 미국의 정책변화와 한국의 정권 교체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내부적으로 김정은체제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경제개혁노선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09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친필 명제'를 남겼고, 올해 공동사설은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따라 나라의 경제면모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하며 과학자·기술자들에게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3~4세대가 적극적으로 대내 경제개선과 대외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유훈을 남긴 셈이다.

'지식경제'를 키워드로 제시한 김정은시대의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과 제안을 들고 나올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만 김정일시대와는 상당한 차별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도 대북압박보다 김정은시대의 개선·개방노선이 본격화될 때까지 여유를 갖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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