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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의 조선족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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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의 조선족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中國探究] '그들'을 이제 '우리'로

우리가 흔히 '연변'이라고 부르는 지역의 공식 명칭은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다. 이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는다. 사회주의 중국 수립 이후 1952년 '자치구(自治區)'로 출발해서 1955년 '자치주'로 바뀐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 지역을 '간도(間島)'라 불러왔다.

19세기 중반 이후 흉년 등의 이유로 조선인이 대거 이주한 뒤부터 조선과 청 정부 간에 간도에 대한 분쟁이 계속됐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을 침탈한 뒤 1909년 청 정부와 이른바 '간도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남만주철도 부설권을 얻어내는 조건으로 간도를 청의 영토로 공식화해주었다. 지금처럼 같은 민족, 다른 국적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조선족 사회가 만들어진 아픈 역사의 한 대목이다.

연변은 현재 중국 최대의 조선족 집단 거주 지역이다. 중국 내 조선족 숫자는 전체 인구의 약 0.15% 정도를 차지하는 190만 명 정도로 민족별 순위로는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변의 전체 인구 약 217만 명 가운데서는 39% 가량인 85만 명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는 절대다수인 59%가 한족이고 나머지가 기타 민족들이다. 그러나 연변을 중심으로 한 조선족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중국 측에서 강조하는 자치주 설립 6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앞에 두고도 씁쓸한 이유들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내 조선족 공동체의 붕괴는 '코리안 드림'이 가장 큰 원인이다. 1980년대 이후 조선족의 한국 사회 유입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친척 방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는 그 수가 급증했다. 이들은 한국인의 육체노동 기피 현상 등과 맞물리면서 주로 하층 노동자로 정착하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은 이미 전국으로 퍼져 나갔지만, 그 중에서도 서울 서남부에서 경기 서남부에 이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벨트를 형성하면서 집단 상권과 거주지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조선족', '신화교', '중국 동포', '외국인 노동자' 등과 같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호칭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복잡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입장에서 이들은 민족과 국적의 불일치, 남북한과 중국 등 여러 현실 정치적 관계들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 집단이다. 조선족 자신들은 중국적 교육의 결과로 말미암아 분명한 중국인 의식과 이른바 '소수민족'이라는 이중의식을 갖고 있다. 이 틈새 사이에서 한국 사회로 유입된 조선족은 일종의 디아스포라로서 각종 모순과 갈등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최근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갖가지 사회 부적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 입장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이 무시와 차별을 당한다는 의식이 많다. 이들은 화교나 탈북자, 재미·재일 동포와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자유로운 출입국에 대한 권리, 노동에 대한 권리, 상대적인 저임금에 대한 불만 등을 호소한다. 부적응 현상은 어느 사회에서나 늘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것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적 문제로 표출되는 경우와 불안정한 사회 구조로 말미암아 집단적, 병리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정부 각 부처는 다문화에 대한 각종 정책들을 입안, 집행하고 있는 중이고 민간에서의 관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문화 시대, 한국 사회는 조선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 지난 1월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중국인교회에서 국내 체류 중국인(한족)과 중국동포(조선족)들이 함께 화합을 약속하는 손 잡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조선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조선족은 특수한 '외국인'이며, 재미·재일 동포와도 다른 사회적 지위에 놓여있는 '동포'다. 같은 민족이기는 하나 우리가 그들을 '조선족'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이상 그것은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한민족'이라는 말과는 분명 다른 함의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문화적으로도 상당 부분 중국적 관습이 내면화됐기 때문에 막연히 민족적 동질성만을 강조할 수도 없다. 요컨대 조선족은 중간 집단이자 이중의식을 갖는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임을 분명히 하고 그 '이중성'에서 기인하는 내부적 갈등과 모순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조선족은 경제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환경에 처해 있다. 대부분의 조선족이 한국 사회에 유입되는 까닭 또한 이런 경제적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이게 됐다. 그렇다고 이들을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서만 찾아온 집단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이들은 내국인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의 노동력을 공급해 주고 있으며 일선 현장에서 우리 산업을 함께 일궈가는 경제 주체다. 그러므로 이들을 정당한 노동 주체로 인정하고 정당한 노동 환경과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셋째, 조선족은 한중관계에 있어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전방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조선족은 한중 관계에 있어 우리 민족의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성과를 왕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이나 다양한 문화적 교류, 문화산업의 확대 등에 있어서 중요한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관련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활발한 북-중간 변경 무역이나 대북 투자 등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도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할은 단지 경제적 의미 이상의 정치·사회적 효과를 유도할 수도 있다.

넷째, 우리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큰 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정책은 사실 결혼 이주 여성 등을 목표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책의 시행이 다소 낮은 단계의 보조와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그 대상 또한 조선족 노동자나 남성 등은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문화 현상이라는 명명을 가능케 한 가장 많은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선족 내부의 차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성별, 계층별, 연령별로 적합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 문제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회를 구별할 수 있는 갖가지 기준들이 종횡으로 엮여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다루는 범주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적 층위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정착했다. 이들이 더 이상 사회 내부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으면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욱 정밀한 학문적 연구와 정책적 고민,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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