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제주도를 '제2의 연평도'로 만들려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제주도를 '제2의 연평도'로 만들려는가

[김민웅 칼럼]<60> '평화의 심장'에 비수를 꽂지 마라

기지촌 제주도

또 하나의 "기지촌"이 생기려 하고 있다. 유채꽃이 울고 한라산이 탄식할 일이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절경이 굴삭기로 마구 파헤쳐지고 제주도에는 군사기지로 가는 길이 뚫리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 4.3 항쟁 63주년과 겹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사태는 제주도의 상징 "평화"의 심장에 비수를 찌르는 일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다가 체포, 구금된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은 벌써 14일을 넘기는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는 일마다에 폭력과 무조건 밀어붙이기가 기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환경평가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 요식행위로 그치고 4대강 공사를 무슨 속도전 벌이듯이 하더니, 이번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국방부와 국토해양부를 앞세워 기지 착공을 지휘하게 하고 현지 경찰을 동원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저항을 폭력적으로 짓밟고 있다. 양윤모 회장 역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 폭력의 목표물이 되었다.

내세우기로는 이지스함 20척과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의 "관광미항"으로 개발한다고 한다. 해군기지면 기지지 "관광미항"이라는 말은 또 뭔가? 군사기지에 대한 저항감을 누그러뜨리려는 포장 내지 위장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에 더해 올레길 보호를 위한 구상을 기본으로 하고 시공방식의 친환경적 성격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이런 걸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해군기지로만 하면 논란이 일 것 같으니 "예쁜 해군기지"를 만들어 제주도 도민들 돈벌이에 도움을 주겠다고 히는 것인지 아주 묘하게 굴고 있다.

해군기지 짓는다면서 관광미항 건설이라니?

아닌 게 아니라 이 공사의 목표를 놓고 "관광미항" 앞에다가 "민군복합"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해군기지와 크루즈 터미널의 절묘한 결합"을 말하고 있는 모양인데, 국가안보의 기본구조물을 관광 지역화 한다는 것도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관광지역을 군사기지 안에 설치하겠다는 것도 그토록 안보 가치를 강조해왔던 것을 스스로 부인하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다 사업을 벌이는 자들의 돈벌이와 기지를 근거로 한 군사주의자들의 새로운 기득권 강화에 그 숨겨진 목표가 있는 것 아닌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제주도의 풍광을 망가뜨리는 것만이 아니라 제주도가 군사적 충돌이나 대결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혹자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국제적 견지에서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필요한 작업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건 참으로 천만의 말씀이다.

제주도 해군기지는 현재의 한미 군사동맹체제나 국제정세상 단지 한국군의 해군 역량 강화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정부에게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의지를 촉구해왔고,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이러한 압박의 결과로 제주도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와 제주도민과 평화 운동가들에게 상당한 반발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제주도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한미군사동맹 협약에 의해 미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를 자신의 기지처럼 쓸 수 있는 권리를 발동할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미국의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중심연결고리가 되게 생긴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1953년에 체결되어 지금까지 그 실질적 효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쪽이든 상대방에게 통고한 후 1년이 지난 뒤가 아니면 "무기한으로 유효한" (제6조)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상호합의에 의해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과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우리 땅 어디든 미국이 원하면 미 육해공군 주둔 기지를 내주도록 되어 있으며, 그건 미국의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 부근"이라는 단어는 한반도 주변 전체가 모두 미국의 군사작전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된 것을 보여준다. 국가주권의 발동에 실질적 핵심인 전시작전권까지 미국이 쥐고 있는 판국에, 제주도 해군기지가 누구의 입맛에 맞는 곳이 될 것인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가?

한미 FTA가 미국에게 한국 경제를 포괄적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해주기 전까지,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 상태에 있는 현실에서 이런 가능성을 짐작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해군주둔 기지 확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긴장과 압박 상태 아래 놓여 있다.

수빅, 오끼나와, 그리고 제주도

1991년 미국은 아시아 지역 최대의 해군기지였던 필리핀의 수빅 기지를 폐쇄한다. 클라크 공군기지와 함께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적 기반이었던 두 곳은 모두 당시 피나투보 화산발생 사태로 더는 기지의 기능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필리핀의 미군기지에 대한 필리핀 내부의 저항과 반대투쟁도 한 몫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베트남 전쟁에서의 역할도 일정하게 종료된 시점이었기에 비용을 포함해서 대중국 전략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지역을 물색하는 편이 나았다.

이런 변화로 인해 오끼나와 미군 기지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90년대와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일본 사이에 군사기지 문제가 중대 현안이 되고 이와 함께 오끼나와 주민들의 미군기지 퇴출 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것도 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결과였다. 미국은 오끼나와 기지문제와 일본 본토 내에 있는 미군 기지의 미래와 관련해서 일본정부와 여러 가지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간의 일본 우익 정권으로서는 자위대의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승인과 지원이 절박한 마당에 각종 비용과 법률제도를 미국의 요구에 맞게 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도 미군 범죄를 비롯해서 미군기지 이전이나 환경비용 등의 부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게 일면서 일본을 미국의 군사적 거점으로 하는 문제는 과거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게 되었다. 더군다나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지정학적으로 일본보다는 한국의 중요성이 주목되고, 이에 따라 평택기지의 확보를 비롯해서 미국의 핵 항모 가동이 동북아시아 전략추진에 보다 긴요해진 상황이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제주도 해군기지의 건설은 미국 태평양 함대의 동북아 거점 마련을 위해서는 너무나도 절실한 선택이 된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물 건너 갔다

한국 해군으로서도 육군 중심의 군사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뿐만 아니라 미국 태평양 함대와의 보다 깊은 유기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고, 한-미-일 합동 군사작전 수행에 있어서 이만한 정도의 기지를 갖게 된다는 것은 스스로 "감축"드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제주도를 군사기지화하고 동북아 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놓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파괴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관광미항이고 작전상황에서는 군사기지라고 강변할지 모르나 본질은 어디까지나 군사기지이고, 이걸 중심으로 제주도의 운명은 결정되게 되어 있다. 연평도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어떤 운명에 구조적으로 처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마당에, 제주도가 어떤 숙명을 걸머지게 될 것인지는 이런 조건 위에서 분명하다. 이건 평화의 섬 제주도 전체에 대한 폭력이고, 갈라파고스, 아마존, 하롱베이 등의 후보지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도전하고 있는 제주도의 미래를 포격하는 일이다.

"군사기지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택해주세요", 생각만 해도 비극적인 코미디 아닌가? 가령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우리의 제주도가 마지막 단계에서 경합하게 되었다고 치면, 선정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뻔하지 않는가? 제주도 해군기지는 그 순간 독이 된다.

"여기는 강정마을입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현장 보고에 이어 연기자 김여진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뒤를 잇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우리가 안전할까요? 동북아의 평화에 도움이 될까요? 중국과 미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강정마을은, 제주도는, 우리는요........"

이 말이 틀리는가? 구속 중인 양윤모 회장과 더불어 이미 영화계에서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성명까지 나왔고, 최근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서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김여진도 가세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진상이 점차 알려지고 있다.

야, 그만 두지 못해!

이 해군기지 건설에 삼성이 안 낄 리가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 아래의 국방부, 국토해양부 그리고 삼성물산의 3자가 국민적 논의의 과정이나 논쟁을 제쳐놓고 자기들 마음대로 제주도의 내일을 결정하고 있다. 4대강도 모자라 이제 제주도까지 포크레인으로 찍고 군사무기를 들여다 놓고 "관광미항입네" 하고 내세울 판인데 제주도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야, 그만 두지 못해?"하고 준엄하게 야단치고 막아내야 할 일이다.

단식 14일을 넘기고 있는 양윤모 석방하라. 폭력 경찰 지휘자 해임, 처벌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즉각 중단하라. 제주 4.3의 저 핏빛 역사도 부족해 그 섬을 다시 포화의 전운(戰雲)속에 불태울 준비를 할 작정이냐?

독도는 일본에게 늘 뺏길 위기에 놓여 있고, 연평도는 여차 하면 폭격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전쟁기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명박 정권이 하고 있는 이 나라 국가 관리의 정체다.

제주도에서 우리는 이제 이 나라의 역사가 가야 할 미래를 보고 있다. 여기서 꺾이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칼 날 위에서 자고 있는 자들이 되고 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