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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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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딴

[한윤수의 '오랑캐꽃']<369>

영세한 3차 하도급 업체.
기계를 제작하여 대형 건재 회사에 설치해준다.

재정 상태는 좋지 않다.
외형이 작은 데 비해, 부채가 6억이나 되니까.

이런 상태에서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원청회사 바로 밑에 있는 1차 하도급업체가 도급금을 떼어먹고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월급이 밀리는 것은 물론 공장 임대료도 몇 달 못 냈다.
임대료가 안 들어오자,
건물 주인이 기계와 자재를 압류했다.

공장장 이하 15명 전 직원이 그만두었다.
공장장이래야 근무한 지 2달 밖에 안 된 한국인이다.
최고참이라는 베트남 사람조차 근무경력 6개월에 불과하다.
더 치명적인 것은 체념한 듯한 얼굴들이다.
이 회사의 구성원은 온통 경험이 없는 생짜들인데다가 비관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다.
꼭 난파당한 배의 초짜 선원들 같다.

사장은 나타나기는커녕 전화도 안 받는다.
하도 술을 먹어 폐인이 되어서 전화를 안 받는다는 설도 한때 있었다.
하지만 음독자살을 기도해서 입원하는 바람에 전화를 못 받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사장에게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소문을 듣고, 베트남과 한국인들은 진정을 포기하려 했다.
"*절딴 난 거잖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누가 알아? 나중에라도 사장님이 재기할지! 그러니 노동부에 사건을 올려놓기는 해야 돼."

베트남과 한국인 모두 노동부에 진정했다.
이제 노동자들은 절딴 난 사장이 *재기하기만 바라야 한다.
나도 바란다.
나도 한때 절딴 났던 사람이니까.

사장님, 힘내슈.

*절딴나다 : 결딴나다의 사투리.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

*재기 : 내 예상대로 재기의 희망이 보인다. 사장님의 친구 중 넓은 공장을 갖고 있는 분이 공장 한 귀퉁이를 빌려줄 테니 다시 한 번 일해보라는 제의를 해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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