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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못 배웠는데 한국어로 수업, 대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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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어 못 배웠는데 한국어로 수업, 대체 어쩌라고!"

[이주 아동에게 '배울 권리'를!] 입학 이후의 과제 <1>

앞서에서 본 것처럼 이주아동들의 많은 수가 한국 공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면 이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입학한 이주아동들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지원단체 활동가들의 눈에 비친 이주아동의 학교생활은 한국에서 생활한 기간이 짧을수록, 부모의 여건이 열악할수록 여러 모로 힘겹다. 부모나 자신이 비자가 없을 경우 더더욱 힘들어진다.

한편 현재 한국정부는 이주아동을 포함하여 이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여서 학교생활 멘토링, 학습멘토링, 학부모상담, 경제적 지원 등 나름대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그 지원은 적절하고 충분한 것일까? 이주아동과 학부모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주아동들과 학부모에게 아동의 교육을 위해서 어떤 지원을 받기 원하는지, 그리고 교사들에게는 학교에서 이주아동을 위해 어떤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욕구를 보이는 순위대로 정리해보았더니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한편, 이와 동일한 질문을 학부모에게 하였고, 학교교사들에게는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원내용을 체크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12개의 항목을 다음과 같이 성격별로 분류하였다.
① 학습능력향상욕구 : 한국어교육/특기적성교육/학습상담/방학캠프/숙제및학습보충/방과후기관연결 등은 학습능력향상욕구
② 모국어 및 모국문화욕구 : 모국어교육/모국어로 하는 교육/모국문화 체험 등은 모국관련 욕구,
③ 적절한 정보욕구 : 모국어가정통신문/상담시 통역지원
④ 교과서/교복 등 경제적 지원은 경제적 지원.

또한 교사들에게 현재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총 18가지의 질문항목을 성격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학습능력향상 지원 : 학습보충지도/기초교과멘토링/한국어교육멘토링/학습특기적성/문화체험멘토링/생활학습상담멘토링
② 모국어및모국문화습득 지원: 모국문화배울기회/이중언어교육/모국어로 진행되는 교육
③ 적절한 정보제공 : 모국어 가정통신문/모국어 통역지원/모국어 학교생활안내책자
④ 경제적 지원 : 준비물지원/교과서/교복/경제적지원/취업교육/취업정보제공

각각의 응답항목을 이렇게 분류한 후 같은 성격의 항목끼리 병렬하면 아동-부모의 지원욕구와 실제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내용들이 다음과 같이 한 눈에 비교된다.


위 내용을 모두 아울러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들이 나온다.

(1) 한국어 학습 욕구

방과 후 학교 특수반에서 장애인 언니, 오빠들하고, 친척오빠하고, 친구하고 같이 배웠었어요. 그런데 가르치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면서 수업을 중단했어요. 지금은 담임선생님이 모르는 것 물어보라고 해요. <AH, 초 4 재학>

한국어 못 알아들어서 이해하기 어려워요. 한국어 공부 따로 없어요. 월요일에는 상담실 선생님하고 한국어-베트남어 수업을 해요. 선생님은 저한테 한국어 가르쳐 주시고, 저는 선생님한테 베트남어 가르치고... 또 식당에 가서 밥도 같이 먹은 적 있어요. 그리고 한국어 공부 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안해요. 선생님이 바빠서 <K, 베트남, 남 중3재학>

일반 아저씨들이, 아줌마들이 배우는 책으로 그냥 배웠어요. 그냥 배우는 거는 직장 다니는 아저씨 아줌마 쓰는 말, 처음 학교 들어가면 힘들죠. 근데 그냥 학교 들어가면 한국말 하나도 모르잖아요. 아이들이 무슨 말 하는지 한국어를 조금 배우고 가는 게 도움이 됐어요. <V, 태국, 남, 중3재학>

한국어 수업은 따로 하지 않고, 집에서 단어를 좀 많이 공부하라고 선생님이 말하셨어요 <I, 몽골, 남, 초6 재학>

학교에서 추가로 한국어교육을 시켜주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선생님도 별로 다르게 신경을 쓰거나 하진 않았어요. <R, 몽골, 여, 고3재학>


한국어 학습에 대해서는 아동, 학부모, 교사 등 교육의 3주체가 모두 그 필요성을 크게 인정하였다. 이주아동들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지원욕구는 나이와 재학중인 학교급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응답이 많았다. 특히 학교를 이탈한 아동과 대안교육기관 재학중인 아동들과 상급학교 재학 아동일수록 응답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공교육기관 재학 아동에게서는 응답이 적었다. 즉, 이주아동과 부모들이 가장 중시하는 한국어 관련해서는 공교육기관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한편, 학교에서 제공되고 있는 한국어 수업에 대해 교사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44.8%만이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를 교육단계별로 보았을 때에는 초등학교는 51.1%, 중등학교는 31.8%가 한국어를 지도하고 있다고 답하여 초등학교가 비율이 좀더 높았다.

조사결과는 학교의 한국어 교육은 일단 아동과 부모의 욕구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학교에서 멘토링을 통하거나 지역단체와 연계하여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체험을 시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의 한국어 학습은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를 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투여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어 전문 강사, 커리큘럼, 교재, 수업방식, 수업기간,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전문성, 체계성, 장기성, 안정성 등에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존의 한국어 수업에 관련된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 충분한 모니터링과 함께 이주아동의 단계에 맞는 커리큘럼과 교재, 강사양성, 수업방식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예산도 아동의 한국어능력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2) 학습능력향상욕구

아동들의 경우 특기적성교육(컴퓨터, 미술, 음악 등)에 대한 욕구가 가장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대안교육기관 재학중인 아동, 고등학교 재학 아동의 욕구가 더욱 많이 나타났다. 숙제 및 학습 보충욕구는 이탈한 아동들과 고등학교 재학 아동에게서 특히 많았다.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이탈한 아동과 대안교육기관 재학아동이 엇비슷하게 압도적이었으며, 역시 고등학교 재학 아동에게서 많았다. 방과후 도움줄 곳 연결욕구에 대해서는 이탈한 아동과 중학교 재학 아동에게서 응답이 많았다. 한국문화체험에 대한 욕구는 이탈한 아동과 고등학교 재학 아동에게서 응답이 많았다.

부모의 경우, 모든 항목에서 전체적으로 욕구가 높았는데 이는 자녀의 학습에 대한 부모의 강한 기대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에 비해 학교에서 아동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서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아동이나 부모의 욕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가장 높은 비율이 숙제 및 학습보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들은 공교육 차원에서 이주아동에 대해 배려가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하고 있었으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원에 대해서도 학습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인생이나 미래에 대한 멘토링도 더불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3) 이주아동 모국어 등 모국문화관련 욕구

인도네시아 말을 잘 못해요. 여기에 2살 때 와서 기억을 못해요. (인도네시아어로)인사밖에 못해요. 인도네시아 가고 싶어요. 인도네시아에는 아빠가 있구요. 아빠가 착한 분이어서 장난감도 사주고 그래서 좋아요. (한국)친구 못 만나는 건 슬퍼요. (아빠랑 통화할 때)엄마한테 귓속말한 다음에 엄마가 인도네시아로 바꿔줘요. 할머니랑 통화할 때도 인도네시아 말을 몰라서 엄마가 옆에서 인도네시아말로 말해준 다음에 따라 해서 말해요. <X, 인도네시아, 여, 초등재학>

아이들하고 집에서 한국말로 (대화)해요. 화나면 인도네시아 말로 해요. 저는 한국말 배우고 싶어요. 다른 애들하고 (한국말로)말하는 게 편해요. 10%정도(는 인도네시아어로) 말하고요. 일주일에 한번 아빠랑 전화해서 인도네시아 말 해요. 지금은 인도네시아 말 안 잊어 버렸는데, (글씨)쓰는 거 어려워해요. 쓰기는 잘 안돼요.
<X, 인도네시아, 초등재학, 여, 어머니>


모국어 관련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아동들의 지원욕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욕구를 나타낸 영역이었다. 모국어학습 혹은 모국어로 진행되는 수업, 모국어 문화체험 등 모국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이주아동의 정체성과 부모와의 관계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이었는데, 이에 대한 아동의 욕구가 의외로 컸다. 이 중에서 모국문화체험이 가장 컸고, 모국어 교육욕구→모국어로 해주는 교육의 순으로 욕구의 순위가 나타났다.

모국어 교육이나 모국문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욕구는 이주아동들이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싶기도 하지만 자국 언어와 문화를 잘 발달시키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높음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중등학교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아주 강해지는데, 초등학생들은 아직 어려서 이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응답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공교육기관을 이탈한 후 본국으로 귀국한 아동들에게서 응답율이 높았는데 이는 본국적응에 많은 애로를 느꼈던 본인들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모국어나 모국문화와 관련하여서는 부모들의 욕구는 더욱 높았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모국어도 모르고 모국 역사도 모르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또한 교사들은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결국 출신국으로 귀국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주아동에게 모국어 교육은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또한 아동이 모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현재 이중언어교사가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으로 보충지도를 하면 좋겠다고 희망하고 있었다. NGO 전문가들 역시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모국어 관련 프로그램은 이중언어 가능자를 양성하면 장차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그를 떠나서 이주아동 자신의 삶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모두들 아동의 정체성이나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국에 관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욕구도 높으나 정작 학교에서 지원하는 여러 지원프로그램 중 모국어학습이나 모국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아주 적고, 이주아동 관련 교육정책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낮다.

<각주 1> 나이에 맞는 학년배정 : 한국어가 취약한 이주아동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학년배치를 할 때 한국어 구사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아동들과 한 학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측에서는 가능하면 나이차를 적게 하도록 하지만 그래도 동생뻘 아동들과 한 학년이 되다보니 이주 아동들의 또래관계 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법사람은 없다' 캠페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자녀교육은 심각한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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