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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방송개조' 작전…"임원 교체 방향은 'BH' 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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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방송개조' 작전…"임원 교체 방향은 'BH' 하명"

"배석규 YTN 사장,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 돋보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입수해 29일 공개한 문건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KBS,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를 하는 등 광범위한 언론사 사찰을 통해 언론 장악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이 문건 항목 비고란에는 'BH(Blue House) 하명'이라고 적혀 있어 청와대가 직접 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국무총리실, 배석규 YTN 사장 두고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 단행" 칭찬

먼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9년 9월 3일 작성한 YTN 동향보고를 보면 배석규 사장의 행동이 어떻게 보고됐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보고서가 나오기 한 달 전인 같은 해 8월 4일은 구본홍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고 배석규 전무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된 때다. 그리고 배 당시 사장직무대리는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보도국장 직선제를 폐지해 공정보도 기틀을 파괴하고, 보도국장을 교체해버렸다. 또 임장혁 PD를 <돌발영상> 코너에서 좌천시키고 앵커진 역시 대폭 교체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YTN 동향보고서는 "취임한 지 1개월여 만에 노조의 경영 개입 차단,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며 "신임 대표(배 대표)는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임에도 전 정부 때 차별을 받아 온 자로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 '좌편향 방송' 등의 문구는 현 정부가 언론을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 마디로 언론을 정권에 절대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겼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김종욱)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YTN 본사 뒤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구본홍 전 사장이 '보도 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배석규 사장으로 교체된 것"이라며 "배 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사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낙하산 인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YTN 파업 간부에 대해서는 "검찰에 항소 건의" 지시

이 보고서를 통해 최초로 드러난 사실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 사장은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 등 2008년 파업 당시 노조 간부들이 이 보고서 작성 바로 이틀 전인 같은 해 9월 1일,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자 "검찰에 항소 건의"를 했다.

언론사 사장이 공권력의 법적 대응 방침까지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검찰은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직후 곧바로 항소했다.

YTN 노조는 "불과 이틀 만에 총리실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은, 결국 배석규 사장 측의 적극적인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권력이 (이러한 내부고발과 경영진의 과도한 충성 경쟁에 따라) 고소와 재판 과정에 적극 개입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YTN 노조는 배 사장 측의 인사들이 배 사장을 정식 사장으로 임명되게끔 하기 위해 그의 조치를 '개혁'으로 포장하는 등 정권의 환심을 사려한 정황도 보고서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강조한 부분은 보고서 하단 '조치 건의' 부분이다. 관련 내용은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YTN 사장직에 직접적인 인사권이 없는 정부의 월권행위로까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YTN의 대주주단은 한전KDN, 우리은행, 마사회 등이다.

YTN 노조는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사로 '개조'를 하기 위해 정부가 독립 언론사인 YTN에 대해 사장을 포함한 인사까지 깊숙이 개입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며 "실제로 이 문건이 작성된 지 한 달 뒤인 10월 9일, 사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몰래 이사회가 열려 배 사장직대가 대표이사로 기습 선임됐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으로 협박하면 KBS를 장악하는 데 어려움 없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보유한 'KBS 최근 동향 보고'라는 문건에는 김인규 사장 임명 당시 노조의 반발을 진압한 과정과 'KBS를 친정부 체제의 토대'로 만들기 위한 정황이 세세히 적혀 있다.

김인규 사장 체제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됐다. 문건은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적혀 있다. '구조조정'을 빌미로 고용 불안을 자극해 '사원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김 사장은 사장 후보자 시절인 2009년 11월 KBS 이사회와의 면접 당시 "KBS PD 300명을 드러내도 문제가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를 두고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인규 사장은 취임 이후 10% 이상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사장 취임 당시 KBS구성원들은 구조조정이 어떤 의도인지 몰랐는데, 이번 사찰 문건으로 KBS 장악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분노했다.

▲ 긴급 기자회견을 연 KBS 새노조. ⓒ프레시안(김윤나영)

KBS 친정부 인사 보직배치로 "친정체제 토대 마련" 자축

문건은 또한 "박갑진 씨와 이정봉 씨를 주요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 괄호 안에 각각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출신', 김인규 사장을 사장으로 지지하기위해 결선된 사조직인 '수요회 회장'이라고 적었다. 정권이 측근 인사 기용을 통해 KBS를 장악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문건은 김 사장이 "뉴스 포맷 변경(기자 중심→앵커 중심) 등으로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적었다.

김 사장에 대한 '입단속'에 나선 정황도 있다. 문건은 "김 사장이 12월 5일 봉사활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KBS가 친정부 방송을 해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한다"고 평했다.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장 등 측근들에 대해서는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함"이라고 적었다.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은 청와대(BH) 하명"

그밖에도 2009년 8월 25일에 작성된 '1팀 사건 진행 상황'이라는 문건 중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문서는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는 상태지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 문건 항목 비고란에는 'BH(Blue House) 하명'이라고 적혀 있어 청와대가 직접 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단독 입수한 송명훈 새노조 조합원은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KBS에서 김인규 사장이 선임됐을 당시와 직후이고, MBC의 경우 <PD수첩>에서 '민간인 사찰 보도'를 다룬 상황 이후였으며, YTN의 경우 배석규 사장이 선임됐을 당시로 예민한 시기였다"며 "제목으로 미루어보건대, 사찰을 넘어서 각 방송사의 임원진을 어떻게 교체할지 방향을 잡아서 정리된 문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정권의 방송 장악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성됐다"면서 "청와대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 사장을 내려보낸 것은 '점령군'을 내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PD수첩 역대 작가 명단'이라는 문건도 제목만 있고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송 조합원은 "당시 <PD수첩>은 6월 말에 민간인 사찰 방송을 내보냈는데, 총리실에서 <PD수첩> 보도에 대한 대응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이 <PD수첩> 역대 작가를 다 뒤질 정도였으니 관련 문건이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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