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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코털만 건드려도 초등 동창까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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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벌 코털만 건드려도 초등 동창까지 전화"

"재벌 대리인들 또 공천해놓고 경제민주화하겠다고?"

4.11 총선을 보름여 앞둔 26일,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논란을 빚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간판급 정치인' 박영선 의원과 유시민 공동대표가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토론회에 나와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유 대표는 곽정수 <한겨레21> 기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일어난 친재벌정책의 잘못을 지적하자 "왜 진보진영의 공세 초점이 범야권 내에서 자유주의 세력에 맞춰지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재벌 대리인 하던 사람들 또 공천"

26일 저녁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4.11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99% 국회점령 프로젝트'의 토크콘서트의 세 번째 토론주제 '경제민주화 종결자를 찾아라'에 참석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곽정수 <한겨레21> 기자는 경제민주화, 증세 등의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경제민주화 실패, 즉 양극화 확대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노무현 정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날선 공방전으로 달아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친재벌정책이 적극적으로 이행됐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반성 없이 범야권이 정권심판론에 기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요즘 돌아가는 걸 보니 과연 경제민주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짙어진다"고 야권의 공천 잡음을 지적한 곽 기자는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공약이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다"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재벌의 대리인 노릇을 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번에 또 공천됐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또 전두환 정권 독재 시절인 1987년,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119조 2항이 개정됐음을 상기시키며 "하물며 전두환도 그 이치(경제민주화)를 깨달았는데 (민주 정부는) 그만큼도 못 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정부 시절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심화됐고, 친재벌 정책도 계속 이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유 공동대표는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면서도 "정치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것 중의 최선이 답이다. 이 올바르게 느껴지는 주장 중에서 일정 부분을 어떻게 현실에 받아들여지게 할 것이냐가 정치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법인세를 인하했으나 "과반수였던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해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라며 "대통령이 취임 하자마자 한나라당이 지배한 국회와 정면충돌하는 게 부담돼 입이 쑥 나온 채로 통과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곽 기자는 작심한 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재벌개혁 실패를 예로 들며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과거 참여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국민들이 기억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다음 '재벌개혁에 성공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했으나 얼마 안 지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다"며 "동일인물의 입에서 백팔십도 다른 얘기가 나오는 (범 진보) 정치에 어떻게 신뢰와 믿음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를 옥죄는 핵심 사례로 한미 FTA를 들며, 야권이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선거철을 맞아 입장을 백팔십도 바꾼 자세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유 대표는 "이렇게 가면 이 토론을 할 의미가 없다. 왜 (언론, 시민사회 등) 진보진영 공세의 초점이 범야권 내의 자유주의 세력에 맞춰지느냐. 이게 우리 정치의 비극"이라며 "제가 견해를 펼칠 때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궁예식 관심법이다. 매사에 진정성을 입증하라고 하면 일종의 종교적 심판"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야권의 공천 후유증에 대한 실망감이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에 대한 우려로 나타났고, 이 우려가 특히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강한 충돌로 번진 셈이다. 토론 분위기가 예상보다 달아오르자 주최 측과 다른 참여자들은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의 장을 야권이 내걸어야 할 정책, 공약 중심으로 되돌리려 했다.

"김진표가 문제"

특히 토론에서는 야권 공천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김진표 원내대표가 거론됐다. 그에 반해 유종일 교수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경제민주화를 내건 민주통합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선 대표는 "민주당이 만든 강령, 정강정책을 보고서는 민주당원이 될 뻔 했다"면서도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정책개혁과 함께 인물개혁도 돼야 한다.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뭐 하느냐"고 유종일 교수의 공천탈락을 콕 집어 비판했다. 선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공천에 반대해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곽 기자도 "2003년 초 김 원내대표가 인수위 부위원장을 했다. 새 정부가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서슬이 시퍼럴 때였다. 그런데 부위원장이라는 인사가 '재벌개혁은 점진적으로, 온화하게 추진한다'고 해 처음부터 김을 확 뺐다"며 "제가 만나는 재벌 임원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여가 되든 야가 되든 똑같다. 선거 지나면 찾아와서 앞으로 잘 하자고 한다'고 말한다. 요즘 돌아가는 판이 그가 말하는 분위기와 같이 가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공천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박 의원도 "경제민주화가 이번에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많이들 기대했다. 김종인 박사께서 새누리당 비대위에 들어가셔서 저에게 전화를 해 '유종일 교수는 (공천에) 꼭 넣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사람이 한 사람도 공천되지 않았고, 민주통합당에도 경제민주화를 대표하는 119 특위위원장 유종일 교수가 물 먹었다. 그만큼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공천 잡음을 비판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골목상권, 중소기업인들에게 적어도 기회의 균등은 주자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번 공천 결과) 그런 것마저도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의 이와 같은 해명에도 민주통합당 공천 결과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선 대표는 "김진표 원내대표 공천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면 다른 분이라도 들어가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에는 죄송한 얘기지만 모피아 정치인을 빼고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는 홍종학 교수가 비례대표로 유일하게 공천돼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선 대표는 또 "야권연대의 결과 (새누리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엘리트가 떵떵거리는 걸 보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까지 바꿔야 한다"며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경제권력 교체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그러나 정당 공천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유 대표는 "저는 김진표 원내대표를 자르라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요구라 생각한다. 김 원내대표를 자르고 싶다면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정당이 조폭도 아닌데 '시대흐름에 안 맞아서 원내대표를 날린다'는 건 매우 오만하고 독선적인 얘기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정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친박이 권력을 잡아 친이를 숙청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도 선 대표의 지적에 대해 "섭섭한 것도 있다"며 "이렇게 강하게 (민주통합당을) 공격하면 그 강도만큼 새누리당에는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또 한 명씩 더 심어진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선 대표는 "정치적으로 잘 하는 걸 일부러 비난하면 안 되지만, 민심을 반영해서 잘 해달라고 하는 건 99% 서민입장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요구"라며 "김진표 같은 썩은 고기만 내놓고 '먹어라'고 하지 말고 신선한 고기를 갖다달라는 얘기를 하니 절 '새누리당 프락치 아니냐'고 한다"고 맞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큰 의미의 뜻"

한편 박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 과정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막으려 하는 큰 의미의 세력을 말한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겪은 구체적 체험담을 얘기해 관심을 모았다.

박 의원은 "낙수효과라는 게 하나도 없구나, 재벌만 배불리고 우리는 다 굶어죽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을 국민들이 이제 다 한다. 그 감정이 극도에 달한 때가 작년 11, 12월"이었다며 "그때 우리나라 재벌이 엄청나게 위기감을 느껴서 준비작업을 한다는 얘길 들었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공천 대상 인사의) 리스트가 실질적으로 돌아다닌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치밀한 준비가 몇 개월간 있었다고 저는 믿는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특히 한국 정치 현실상 경제민주화, 즉 재벌개혁을 단행할 인물을 국회로 밀어올리기가 쉽지 않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7대 국회 때 금산분리법안을 통과시킬 때인데, 재벌들이 안 그래도 부자인 사람들에게 꼭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새누리당 측 의원들은) 재벌들과 직접 통화할 정도다. 이 정도로 그 커넥션을 무시하기 힘들다"며 "재벌의 코털이라도 건드리는 법이라면, 심지어 제 대학 동창, 초등학교 동창한테서도 갑자기 (법 통과시키지 마라며) 전화가 온다"고 언급했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 후반 무대로 올라온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정부 지출을 어디에 하느냐는 건 우리의 선택 문제"라며 "새누리당처럼 '복지를 강화하면 세금폭탄이 온다'는 건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민이 소득세는 (부자에 비해) 덜 낼지 모르지만 전기세, 유류세, 소비세 등 간접세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이 낸다. 사실은 엄청난 역진구조"라며 "여러분이 전기세 1만 원을 낼 때 5000원은 재벌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만 고치더라도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복지국가를 실천하려면 아무리 세금 누수를 잘 막더라도 증세가 불가피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며 "복지는 배불러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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