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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스타일①: 네 가지 문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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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스타일①: 네 가지 문화 코드

[이동연의 케이팝 오디세이] 우리 시대 아이돌, 귀여움과 섹시함, 이율배반의 혼종

음악에서 스타일은 총체적인 문화양식을 구성한다. 그것은 음악 장르 그 자체일 수도 있고, 특정한 음악 장르를 표현하는 독특한 연주, 혹은 퍼포먼스의 방식일 수도 있다. 같은 록음악에서도 밴드들이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은 저마다 다양하다. 스타일은 또한 특정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유행의 형식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960년대 포크는 반문화 청년 세대 저항의 스타일이었고, 1970년대 영국의 펑크는 노동자 계급의 위기를 반영하는 급진적 무정부주의를 표현한 청년 하위문화의 스타일이었다. 1980년대 뉴 웨이브는 영국과 미국의 신보주의 문화를 대변하는 스타일이었고, 1990년대 얼터너티브 사운드는 상업적 팝음악에 반기를 들었던 네오 펑크주의자들의 스타일이었다. 스타일은 단지 패션의 외형적인 형식만이 아니라 시대의 청년문화를 대변하고, 당대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스타일은 어떨까? 케이팝 스타일 역시 동시대의 문화유행을 주도하는 다양한 패션 아이콘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의 문화코드들을 일정하게 반영한다. 케이팝 스타일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선보이는 다양한 패션코드와 퍼포먼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들이 표방하는 문화정체성, 패션 코드, 퍼포먼스는 국지적인 수준에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 유행을 참고하며, 역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케이팝의 스타일은 글로벌 지형에서 큰 인기를 얻어 새로운 문화유행을 낳기도 한다. 케이팝의 스타일은 이런 점에서 한국적인 것만을 고수하지 않고 초국적이며, 글로벌하다. 음악 스타일뿐 아니라 패션, 춤, 퍼포먼스는 동시대에 유행하는 문화코드들을 참고한다. 미국 주류 팝 스타들의 유행형식을 참고하기도 하고, 유럽의 일레트로닉 팝 문화를 참고하기도 한다. 케이팝은 세계 팝 시장의 유행을 국지적으로 변형시켰고,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다시 글로벌 팝 시장에서 유행시켰다.


▲공연 중인 2PM. 글로벌화된 아이돌은 누구에게나 가까운 듯하면서도 범접하기 힘든 비현실적 캐릭터를 구축했다. ⓒ연합

케이팝의 초국적, 혹은 글로벌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음악 스타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패션 스타일이다. 케이팝의 패션 스타일은 그룹별, 활동시기별, 성별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자신들이 선보이는 음악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동시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의 패션 스타일은 그룹의 시각적 이미지, 팀 브랜드, 추구하는 문화적 코드, 그리고 패션시장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실제와 허구가 함께 섞여 있다. 동시대 문화 유행 형식의 전위에 서 있는 아이돌 그룹의 패션 스타일은 하나의 가상적인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들의 의상,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신발, 메이크업은 현실의 수준을 뛰어넘는 환상을 심어주는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소녀시대의 스키니 룩이나 빅뱅의 테크토닉 룩, 2PM의 섹시한 슈트 룩은 모두 그들의 물리적인 신체 그 이상을 표현한다. 몸매는 극단적으로 날씬해야하고, 과도한 원색의 색조들과 과장된 액세서리는 클럽파티의 쾌락 이상을 표현해야 하며, 단추가 풀린 셔츠를 감싸는 슬림한 수트는 한국의 전통적인 남성성 그 너머를 추구해야 한다. 아이돌이란 주체의 정체성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패션 스타일을 통해서 자신들의 비현실성을 독창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패션 스타일은 음악의 도구나 방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고 가치이다.

아이돌 그룹의 패션 스타일은 동시대 패션 코드와 맞물리면서 어떤 식이로든 거대한 패션 시장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그들의 비현실적인 스타일은 시장의 현실성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Gee' 열풍을 일으켰던 소녀시대가 입었던 당시의 컬러풀한 원색의 스키니 진 룩은 젊은 세대들의 구매력을 높여, 이전보다 스키니 진 매출액이 두 배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걸그룹의 스쿨 룩이나 플레피 룩은 그들이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교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돌 남성 그룹의 섹시한 정장 스타일도 20~30대 남성 기성복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 장에서는 주로 케이팝의 패션과 퍼포먼스 스타일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 케이팝 시장에 유행하고 있는 패션 스타일을 네 가지 형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큐트 코드

케이팝의 패션 스타일은 동시대 유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다. 스타일이 시각문화 시대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케이팝 그룹은 신곡이 나올 때마다 자신들이 주도하고 싶은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수많은 패션 스타일을 선보여도 언제나 항상 반복적인 패턴을 따른다. 이러한 다양한 패션스타일을 트렌트 별로 종합해보면, 대체로 4가지 코드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큐트 코드이다. 큐트 코드는 10대 아이돌 그룹의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를 대변한다. 한국의 1세대 여성 아이돌 그룹인 SES나 핑클은 데뷔 때부터 큰 변화 없이 모두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소녀시대의 데뷔 초기 이미지도 귀여움을 강조했다. 데뷔 앨범에 실린 '다시 만난 세계', 'Kissing You', '소녀시대'와 같은 곡에서 소녀시대는 캐주얼한 플레피 룩과 슬림한 미니스커트, 후드 잠바 등을 사용해서 귀여움을 강조했다. 카라 역시 '프리티 걸'에서 플레피 스쿨룩을 통해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허니'에서는 흰색, 상아색, 연한 분홍색의 원피스를 입고 걸리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흥미롭게 큐트 이미지는 2010년 이후 데뷔한 걸 그룹도 차별적인 스타일로 차용했다. 이들의 이미지는 소녀시대의 초기 큐트 이미지와는 다른 시각성을 갖는다. 오렌지 카라멜, 걸스 데이, 시크릿 등과 같은 신생 걸 그룹의 이미지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백치미 공주나 현실성이 결여된 팬시한 여학생을 연상하게 만든다. 여기서 큐트의 이미지는 시각적 노출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소녀시대가 이미 선점해버린 걸리쉬한 큐트 이미지는 새롭게 데뷔하는 이들에게 이미 식상하고 낡은 스타일이다. 대안은 좀 더 유치하다싶을 정도로 귀여운 이미지를 아주 과장되게 표현해서 과열경쟁 상태인 걸그룹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다. 오렌지 카라멜은 소위 '뽕끼나는' 키치적 귀여움으로, 걸스 데이는 좀 더 어린 아이의 이미지로 과거와는 다른 큐트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들의 노래 '아잉', '반짝반짝'과 같은 노래들은 촌스럽고 유치할 정도로 과장된 귀여움을 발산한다. 소녀시대의 이미지가 귀족적인 코드를 강화한다면, 신생 걸 그룹의 이미지는 서민적이고 키치적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에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그룹이 샤이니(Shinee)다. 이들은 데뷔 초기 때부터 20~30대 여성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기획했다. 데뷔곡 '리플레이(Replay)'에서 선보인 패션은 힙합 스타일이지만, 힙합 크루의 정통 스타일보다는 힙합적인 콘셉트를 동원해 역동적인 10대의 캐주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원색의 스키니 진과 다양한 그림, 서체가 새겨진 라운드 티셔츠, 멤버들의 개성을 살린 캐주얼한 점퍼와 모자, 목걸이, 밴드로 꾸민 액세서리는 이들의 날씬한 체형과 어울려, 귀엽지만 어느덧 성숙한 이웃집 남동생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이돌 그룹에서 큐트 이미지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큐트 이미지는 미소년, 미소녀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면서도 아이돌이란 이름에 걸맞게 환상을 심어주는 어떤 감성적인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큐트 이미지는 때로는 실제적이면서 때로는 비현실적이다. 내가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면서도 내가 결코 얻지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촌스런 제스추어, 과장된 미소, 비현실적인 애교 행위로 정형화되면서 하나의 물신화된 성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녀시대는 귀여움과 섹슈얼리티를 모두 드러낸다. 이는 아이돌의 공통적 현상이기도 하다. ⓒ연합

섹슈얼 코드

그래서 우리는 큐트 코드와 연계해서 케이팝 속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섹슈얼 코드를 언급할 필요가 생긴다. 섹슈얼 코드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대표적인 이미지이지만, 남성 아이돌 그룹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여성 아이돌 그룹의 섹슈얼 코드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소녀시대처럼 날씬한 몸매를 드러내면서 인공적이지만 완벽한 조형미를 강조하는 것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처럼 강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것, 그리고 포미닛, 애프터 스쿨처럼 노골적인 쇼걸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구분된다. 먼저 소녀시대의 섹슈얼 코드는 몸 그 자체에서 나온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모두 갸름한 얼굴, 잘록한 허리, 날씬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멤버별로 신장 차이가 나지만 다양한 이미지 연출을 통해서 물리적인 한계를 보완한다. 'Gee'처럼 귀여운 이미지를 보여줄 때도, '훗'처럼 요염한 자태를 뽐낼 때도, '런 데빌 런', '더 보이즈'처럼 차가운 인상을 품을 때도 이들의 뮤직 비디오나 무대 퍼포먼스에서 집중되는 부분은 날씬한 허리와 미끈한 다리이다. 소녀시대의 섹슈얼 코드는 관능적이라기보다는 건조하며,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공적이다. 그래서 이들의 섹슈얼코드는 언제나 개인적이지 않고 집단적이다. 그들은 '소녀시대'라는 집단 안에서 각자의 섹슈얼리티를 구현한다.

반면에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과감한 퍼포먼스로 관능적이고 강한 여성성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관능의 카리스마를 몸에 지닌 아마존 여전사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도발적인 의상, 에로틱한 웨이브, 강한 눈빛 등은 여성이 주도하는 주체적인 섹슈얼리티를 발산한다. 걸그룹 뮤직비디오 중에서 가장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아브라다카브라'는 소녀시대의 관조적 섹슈얼리티보다는 행위적인 섹슈얼리티에 가깝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들의 몸매가 얼마나 에로틱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섹슈얼리티는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통해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도발적이고 에로틱한 퍼포먼스는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을 유도하는 수동성이 아닌, 여성 스스로의 에로틱한 감정을 주도적으로 발산하는 능동성을 발산한다.

이에 비해 포미닛의 섹슈얼리티는 쇼걸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들의 섹슈얼리티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처럼 강한 여성성과 같은 공격적인 관능미보다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요염한 클럽 쇼걸의 이미지가 어울린다. 'Hot Issue'에서 선보인 구멍이 뚫린 원색의 레깅스, '거울아, 거울아'에서 선보인 극단의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스타일은 소녀시대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훨씬 더 성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소녀시대의 미니스커트, 핫팬츠 스타일은 접근하기 어려운 냉정함이 있는 반면, 포미닛의 그것은 그보다 친근하고 세속적이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인공적인 각선미가 돋보이는 바비인형을 연상시킨다면, 포미닛의 그것은 다운타운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쇼걸을 연상케 한다. 소녀시대가 비현실적인 아이콘이라면 포미닛은 실제적인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남성 아이돌의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해보자. 남성 아이돌 그룹의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짐승돌'이란 용어다. 이 단어는 남성 아이돌 그룹 이미지의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H.O.T., 젝스키스와 같은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반항적인 10대나 귀엽고 서글서글한 미소년이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은 자신들을 좋아하는 10대 팬들과 신체적,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20대 이상 성인 가수들의 이미지와 거리를 두길 원했다. H·O·T·의 '캔디'나, 젝스키스의 '커플' 이미지는 모두 남성 아이돌 그룹의 미소년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된 것들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린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나이에 데뷔하지만, 이들은 아이돌의 통념적 이미지를 파괴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돌에서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아이돌로 바뀐 것이다.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이들의 눈빛과 표정은 흡사 그들보다 연상인 여성을 유혹하려고 든다. 이른바 메트로 섹슈얼한 이미지를 표방하는 짐승돌이 탄생한 것이다. 대표적인 그룹이 바로 2PM이다. JYP에서 제작한 남성 아이돌 그룹답게 이들은 마치 비를 여려 명 복제해 놓을 듯한 인상을 준다. 강한 카리스마와 잘 단련된 복근, 무대에서 펼치는 섹슈얼한 퍼포먼스로 기존 아이돌 그룹의 전형을 교란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남성 아이돌 그룹에 새로운 미션이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20~30대 여성팬을 모으는 것이다. 이른바 이모 팬덤이다. 이모 팬덤은 소녀시대와 같은 상큼한 걸 그룹을 좋아하는 삼촌 팬덤의 심리처럼 2PM과 같은 육감적인 보이 그룹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 팬을 말한다. 이모 팬덤은 보이 그룹의 섹슈얼한 코드를 외면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반긴다. 그녀들은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근육질 아이돌 스타들의 사진을 올리고, 그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들어 공공연하게 응원한다. 과거 오빠부대와는 달리 이모 팬덤은 연하의 아이돌을 친근하게 소비하고 일상의 즐거운 소일거리로 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메트로 섹슈얼한 이미지는 마초적인 남성성과는 다르게 쿨하고 감각적인 인상을 전해줌으로써,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등장한 여성 팬층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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