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투쟁이 이어졌던 1992년 파업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구속되는 장면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졌다. 지난 20일, MBC 노조는 파업 51일째에 접어들며 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안성일 전 MBC 노조위원장. 1992년 50일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내 사측과 대립했던 안 전 위원장은 2012년 파업 국면을 맞아 다시 노조에 가입했다. ⓒMBC 노조 제공 |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촌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PD수첩>의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이 1990년 9월 4일 예고편까지 나갔으나 방송 몇 시간 전 갑자기 결방됐다. 최창봉 당시 사장의 지시였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데 '이런 프로그램에 나가면 수치'라는 이유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다룬 <PD수첩>이 불방되는 현 상황과 흡사하다. FTA는 우루과이라운드로 대변되는 다자간협상 틀이 깨진 후 쌍무협상이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지면서 한국에도 상륙한 국가간 무역협정이다.
1991년 1월에는 모두 50회 방송이 예정됐던 대하드라마 <땅>이 정치드라마라는 이유로 방송 중단됐다. "최 사장은 <땅> 첫회 방송 후 청와대로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MBC 노조는 전했다. 지난 9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로 확인된 김재철 사장의 '조인트' 사건과 흡사한 대목이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진행되던 편집권 침해가 겹쳐 1992년 9월 2일 MBC 노조는 최창봉 사장 퇴진과 구속동지 석방을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돌입 한 달 만에 공권력이 사내에 투입돼 노조 집행부가 연행됐고, 이 과정에서 손석희 당시 조합원이 수의를 입고 끌려가는 사진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한편 파업 52일째를 맞은 21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는 사내 집회를 갖고 파업 투쟁 의지를 다졌다. MBC 노조는 지난 20일 파업 51일째를 맞아 1992년 파업 기록(50일)을 넘어섰다.
1992년 파업 당시 조합원이었던 국장급 간부 20여 명은 이날(21일) 노조에 공식 가입하고, 사내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아 해고됐던 안성일 국장은 "첫 파업 집회 사회를 여기서 봤다. 그런데 정년 1년 10개월을 남기고 다시 여기서 마이크를 잡을 줄 몰랐다"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나선 이번 파업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992년 파업 당시 구속되던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전 조합원)의 사진은 언론 독립 파업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MBC 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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