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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들, 언론인 대량 징계에 "상상하기 힘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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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들, 언론인 대량 징계에 "상상하기 힘든 일"

공영방송 동시파업 사태 설명하는 기자회견 열려

언론노조가 이명박 정부 들어 이어진 편집권 침해 사태와 언론인의 대량 징계 현실을 외국에 알리는 외신기자회견을 가졌다. "상상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외신기자들은 편집권 침해 압력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한국 언론 지형의 태생적 한계가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캐물었다.

현 정권 들어 언론노동자 12명이 해고당했고, 보복성 인사이동까지 포함하면 징계 받은 언론노동자는 460여 명에 달한다.

▲21일 언론노조가 외신기자회견을 열어 각 언론사에서 벌어진 편집권 침해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를 초청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배구조에 정부의 직간접적 입김이 닿는 공영언론 KBS, MBC, YTN, <연합뉴스>의 편집권 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이 때문에 한국 언론사상 유례없는 동시다발적 파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의 사회로 이어졌으며, 각 언론사 집행부에서 참석했다.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지금의 한국 언론은 이명박 정권, 수구보수 권력집단에 의해 사실상 식민지가 됐다"며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향해 긴 여정을 걸어온 나라에서 명백한 민주주의의 후퇴와 퇴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KBS-MBC-YTN-<연합뉴스> 순으로 '낙하산 사장'이 자리를 꿰어차기까지의 상황과 이후 일어난 보도태도의 공정성 상실 사례를 설명했다.

외신기자들은 이번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일어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길 요구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신화통신>(중국), <르 피가로>(프랑스), <슈피겔>(독일), <블룸버그>, <ABC>(이상 미국), <GPD>(네덜란드), <프레스TV>(이란) 등이 참석했다.

외신의 질문에 이강택 위원장은 "KBS의 경우 새 경영진이 들어온 후 탐사보도를 하는 직종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관제홍보성 아이템을 지시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징계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KBS PD 출신이다.

<슈피겔>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졌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건 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 행태를 알기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일단 누가 어떻게 (편집권 침해를) 시도했는가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진상을 밝혀낸 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 지배구조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질문은 이 밖에도 이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의 사와다 가쓰미 기자는 "김대중 정부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노무현 정부도 기사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적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이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과거 부당하게 특권을 누리던 언론사주에 대한 제재였지, 일선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무현 정권 하에서 명예훼손이 펼쳐지긴 했으나, 주로 보수매체의 악의적 보도 행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금의 편집권 침해, 언론인 대량 해고 사태와는 그 질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종욱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이전 정권은 세무조사를 실시하든, 기자실을 폐쇄하든 상대적으로 분명한 정책원칙의 설명이 있었다. 반면 이번 정권은 원칙을 설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제 방식도 사장을 통해 매우 집요하게 탄압 형태로 이뤄졌다"며 "이번 정권은 언론노동자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엄밀히 말해 KBS가 공기업으로서 가진 '낙하산 사장' 지배에 대한 한계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피하기 힘든 숙명이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하는 <연합뉴스>의 지배구조 취약점 역시 시스템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외신기자들은 공영언론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접한 소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사와다 기자는 공영언론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규모 파업사태를 들며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크게 놀라워했다.

<연합뉴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일본의 <교도통신>은 정부보조금을 지원받는 <연합뉴스>와 달리 각 신문사와 NHK가 조직한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정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다. NHK 역시 예산은 국회가 처리해 대통령이 직접 사장을 임명하는 KBS와 독립성의 수준이 다르다.

한편 KBS는 "언론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관련 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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