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각 사업장별로 진행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사회적으로 연대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희망광장'의 출범을 알리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광장 콘서트, 꽃들에게 희망을'이 1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저녁 6시부터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된 희망광장 콘서트는 기아자동차, 파카한일유압,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KEC, 재능교육, 콜트&콜텍, 코오롱 등 각 기업 공장에서 투쟁중인 노동자들이 풀어놓는 각 사업장의 사연과 무키무키만만수, 와이낫, 윈디시티, 허클베리 핀 등 음악인들의 축하공연, 김진숙 지도위원과 각 사업장 노동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토크콘서트의 순서로 이뤄졌다.
개별사업장 노동자들은 그간 지난했던 노동투쟁의 아픔을 공유하고 연대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쌍용자동차의 한 해고자는 경찰에 의해 2009년 파업이 끝난 후 "마음의 정리를 할 여유도 없이 밀려오는 경찰의 조서통보와 지도부의 부재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걷잡을 수 없었다"며 "(해고노동자의) 14번째 죽음이 왔을 때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해 청중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여전히 해고 후 파생되는 정신적 고통은 숙제"라며 "희망텐트, 희망광장을 통해 모두가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카한일유압의 해고노동자는 "정리해고된 지 1000일이 넘어서면서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리라 믿었던 공권력과 경찰이 우리를 공격한 게 너무나 억울했고, 동지들이 생활 문제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슬펐다"고 말했다.
파카한일유압은 지난 2009년 2월 노동자 197명 중 113명을 정리해고키로했다 여론의 지탄을 받자 34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후 회사는 희망퇴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노동자 수를 줄여나갔고,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수년 째 사측과 맞서고 있다. 1심 재판에서는 사측의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고등법원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마다 비슷한 형태로 일어나는 사측의 강경한 대응이 사태를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KEC의 해고노동자는 "우리 회사가 2010년 6월 30일 새벽, 여성 동지들이 자는 기숙사에 용역깡패를 투입해 이들을 끌어냈다"며 "여성 동지들이 '그때 나를 안 끌어냈으면 투쟁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저희 노동자들은 그간 노동 3권을 잘 이용하지 않았고, 그저 월급이 올라가면 좋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며 "3년간의 투쟁으로 노동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경북 구미의 KEC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지난 2010년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이 지난해 파업철회를 선언했으나, 사측이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측은 결국 지난 2월 14일 노동자 75명을 다시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노동자는 "저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안다. 이 땅에 더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투쟁한다"며 "75명이 해고됐지만 우리는 모두 밝게 투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고공농성의 경험담을 나누며 새로운 노동환경이 도래하길 바랐다.
김 지도위원은 "(자본가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자르고 싶으면 자르면서,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100만 명에 달하는 시대인데, 쌍용차 동지들이 그렇게 처절하게 싸울 때 아무도 자본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크레인에 오른 이유는) 저런 식의 자본에 대한 마지막 분노였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요즘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사람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4월 11일일 수도 있고 대선일 수도 있다"며 "사람들의 분노를, 노동자들이 가진 희망을 어떤 그릇에 담아낼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걸 모아가는 과정에 희망광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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