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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도 희망 시리즈는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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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도 희망 시리즈는 계속된다, 쭈욱"

[기고] 오는 10일 6시 서울 시청광장…김진숙과 희망광장을

"또 희망이야?" "이번에도 걸어?"
"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희망광장의 '희'자를 꺼내자 동료가 보인 반응이다. '또'라는 말 속에 약간의 피로감이 감지된다. '희망이야?'라는 말 속에선 정체된 느낌이란 무언의 압력이 머리를 짓누른다.

그렇다. 피로감과 정체된 느낌의 조합인 희망과 광장이 이번에 만난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억하는 이들은 또 다른 획기적인 무엇인가를 원하고 갈망한다. 희망버스에 쏟아지던 언론의 주목(냉대건 환대건)에 비해 이후 열렸던 희망텐트와 희망 뚜벅이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희망광장을 연다.

왜 우리는 희망광장을 제안하고 희망광장에서 만나고자 하는가. 어쩌면 간단한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질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길은 여전히 사람이 열기 때문이며 우리들의 요구와 갈망은 여태 동면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진부하다. 그러나 이 진부함이 어쩌면 숙명의 과제는 아닐까 생각한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를 싹둑 잘라내는 용기보다 그 실타래를 구성하는 한 올 한 올의 인간 삶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듯. 높은 것만 쫓지 않고 낮은 곳과 함께 흐르는 마음으로 다시 우리는 광장으로 모인다.

ⓒ이창근

절망과 실망 사이 희망은 움트고 있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올무는 삶 자체를 조여 오는 극도의 아픔과 고통이다. 한국사회의 다이나믹한 변화와 압축 성장의 후과는 삶의 변두리로 다수의 노동자 민중을 밀어내고 있다. 계층 내 경제적 위계질서가 삶의 순번과 인간 질서로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의 안락한 공간 어디에도 이젠 주변인들의 자리는 없다. 정치를 향한 강렬한 요구와 갈망은 결국 내 삶의 비참함을 역증명하는 형태로 환원된다. 어떻게 하더라도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지금의 질서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체념이 신념화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질서의 붕괴로 말미암은 무너진 잿더미가 외려 내게로 쏟아지는 비극의 한 복판에 여전히 투쟁하고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이 있다. 이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비인간의 질서를 어디서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로 수렴된다. 국민에 의한 정치는 몇 몇 정치인을 위한 행진곡 아래 무등의 역할로 전락했다. 정치는 후진과 퇴행을 반복하며 진흙구덩이에 처박혀 공회전 중이다. 넋 놓고 있기엔 삶의 절박함이 강렬하다. 의탁하고 맡겨놓기엔 빼앗긴 삶이 너무 애처롭다. 다시 광장에서 나와 우리를 발견해야 한다. 아니 움트는 희망을 맞아야 한다.

1년 열두 달이 온통 잔인한 노동자 민중의 삶이 어찌 반짝 봄에 취하겠는가

8년간 투쟁하는 코오롱 노동자의 흰머리에 묻은 서러움을 본다. 6년을 버티고 싸운 기륭노동자들의 웃음 속에 인간애를 느낀다. 21명의 동지를 잃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갈라지고 부르튼 입술에서 배어나는 분노의 언어를 듣는다. 재능교육은 1500일이 넘었음에도 1500이란 상징적 숫자에 아직 갇혀있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밴드 콜밴의 공연에서 울림과 전율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게 된다. 기아차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동지들의 잃지 않은 웃음과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헌신하는 모습이 반갑다. 이뿐인가. 밤엔 잠 좀 자자고 했더니, 감옥 보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울화통은 가슴속 응어리로 굳어지고, 3M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은 아직 사회성조차 얻지 못했다. 자본의 탄압을 뚫고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1년을 훌쩍 넘어선 전북버스 노동자와 풍산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봄은 오고 있다지만 이들에게 계절의 변화가 무슨 감흥이겠는가. 오히려 더욱 서럽지 않겠는가. 더욱 불안지수가 높아지지는 않겠는가.

봄은 저항이 움트는 계절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이 났다. 그러나 현대 자본의 대응은 방귀 뀐 놈 성내는 격이다. 노노분열을 조장하고 사과 한 마디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의 권력이 법과 정치권력 위에 존재함을 무력 시위한다. 대법원마저 우습게 여기는 자본의 권세는 나날이 높아만 지고, 여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하고 흩어지기 일쑤다. 이것을 한 곳으로 모아 투쟁의 움을 틔우고, 질식할 것 같은 사회적 조건과 구조를 바꾸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저항이 움트는 계절인 이 봄에 희망광장에 모여야 한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어떠한 정치도 정치가 아니다. 우리의 요구를 우리의 언어와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총선과 대선이 줄지어 있는 정치의 계절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일이다.

한 겨울 추위를 이겨낸 희망 번데기를 기억하는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희망텐트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있다. 한겨울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잠자리는 늘 풍찬노숙이었다. 침낭 속에 웅크린 그 모습이 흡사 번데기를 닮았다. 꿈을 간직한 번데기, 희망을 품고 잠들었을 번데기, 그 희망 번데기들이 봄볕으로 먼저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변태를 한 나비의 모습으로 더욱 가볍고 더욱 유쾌하게 거리와 현장을 날아다닐 것이다. 겨우내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봄기운을 받아 다시 투쟁의 희망광장으로 날아든다.

함께 희망광장에서 만나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다시 증명하는 싸움을 만들어가자. 2012년 희망버스 시즌2는 이미 시작됐고 진행 중이다. 쌍용차 희망텐트촌이 왕성하게 촌락을 구성했고, 희망뚜벅이가 거침없이 눈보라를 뚫고 희망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지 않은가. 안 될 것이란, 혹은 안 된다는 자기경험이 우리의 상상력과 전진을 가로 막고 있지는 않은가. 무모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작은 바람과 움직임이 결국 일의 시작이다. 3월 10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희망광장에서 기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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