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목사 등은 이날 오후 1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연좌농성을 펴고 있던 강정천 다리 인근의 체육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총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주최 측은 서울에서 약 500명의 '애국시민'이 참가했다고 밝혔지만 제주도 내 재향군인회 등 현지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이들의 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를 맡은 최인식 한국시민단체연합회 집행위원장은 "50년 전 수준인 해군전력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종북세력"이라며 "그들에게 빼앗긴 제주도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강기창 제주도 재향군인회장은 "반대 세력들에게 안보나 국익이 보일 리 없다"며 "외부 세력들은 강정마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 8일 오후 제주 강정마을 체육공원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 ⓒ프레시안(김봉규) |
마을 주민 중 찬성파인 윤태정 해군기지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예정되어 있던 경과보고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대신 "해군기지가 적절한지 검토보다는 이념 논쟁으로 흐르고 정치논쟁화돼 (일부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한 검은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제주기독교 교단협의회의 방다락 목사는 문규현 신부를 비롯해 기지 반대 운동에 나선 종교인들을 맹비난했다. 방 목사는 "건설을 찬성하는 우리의 행사를 가로막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기지 건설 중단을 위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봤다"며 "(이를) 정상적인 종교인으로 봐야 하나"라고 말했다.
방 목사는 노인들이 다수인 참가자들을 향해 "(반대파들이 연) 평화콘서트를 보면 아이를 데리고 오는가 하면 빈부노소 상관없이 뭉친다"며 "우리가 행사 하나 반짝 하는 동안 그들은 대를 이어 반대한다. 여기도 여러분들이 아니라 여러분의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저들에겐 정동영이 있지만 우리에게도 국회의원이 있다"라는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무대로 올라온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은 기지 반대 운동에 동참한 의원들을 비난했다. 안 의원은 "한명숙은 2007년 총리 시절 해군기지가 대양해군 육성과 남방항로 진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며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수장인 이해찬 씨도 예전에 '평화의 섬이라고 해서 해군기지를 막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한 입으로 딴소리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기지를 반대하는 이들이) 중국이나 북한 배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대할까 싶다"며 "차라리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며 단식이 벌어지는 서울로 그들을 모시고 올라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와 관련 "'구럼비 바위의 눈물'이라는데 바위가 무슨 눈물을 흘리나"라며 "제주도가 (자연경관을 해치고) 골프장, 콘도를 지을 때는 안 그러다가 왜 지금 와서 눈물인가"라고 힐난했다.
행사 말미에 무대에 오른 서경석 목사는 "구럼비 바위는 수많은 바위 중 하나"라며 "용두암이나 일출봉처럼 제주도의 대표 관광 자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가톨릭과 맞장을 뜨겠다'라고 말해 종교 갈등을 부추겼다고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개신교는 화합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날 집회에서는 찬반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집회 주최측은 강정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지만 참가자 상당수는 결의문 낭독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일어나 자신들을 태우고 왔던 버스로 돌아갔다. 안 의원 등 주요 참가자들이 나서 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현수막을 들고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를 막은 버스 앞에서 몇 차례 구호를 외쳤지만 뒤따르는 이는 십 수 명에 불과했다. 안 의원 등도 구호를 외친 후 충돌이 우려된다며 발길을 돌렸다.
▲ 집회를 마친 참가다들이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강정마을로 향하는 강정천 다리 입구를 막은 버스 앞에서 구호를 외친 후 해산했다. ⓒ프레시안(김봉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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