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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미래, 그리고 통합정치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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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보신당의 미래, 그리고 통합정치의 진로

[김민웅 칼럼]<59> '독자파 완승'을 보며

진보신당의 선택, 대중과의 거리

진보신당은 과연 대중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일까? 그럴 의지와 자세를 준비한 것인가? "독자파 완승"이라는 진보신당 당 대회의 결과를 뉴스로 접하고 처음 던져진 질문이었다. 진보의 원칙을 지켜내는 일과 대중과 함께 하는 정치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서로 엉키면서 하나의 몸이 되어가야 하는 과제일까?

독자파의 고민과 선택에 이해를 보내면서도, 오늘의 현실이 요구하는 절박한 과제와 진보신당이 결정한 진로가 서로 어긋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될 경우 진보신당은 운동조직으로서의 의미는 여전히 있을지 모르나 현실정치에서는 대중적 흡인력을 가지는 역할과 비중을 스스로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게 아닌가 한다.

이건 대중의 지지를 확대 심화해야 할 "정당"으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진보신당은 정당으로 발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 제기와 주장을 내세우는 소수파 운동의 역할로도 만족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진보적 지식인, 예언자적 종교인 또는 시대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급진적 운동의 주도자라면 후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그래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당이라면 그와는 다른 전략적 시각을 가져야만 하지 않을까?

물론 독자파의 정치적 입지는 "원칙 있는 통합"이 아니면 진보세력의 존재가치는 없다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원칙은 독자파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통합의 미래를 훼손하는 지점까지 간다면 원칙의 정치적 실현 자체가 힘들어 진다.

진보적 가치의 독점인가?

그래서 먼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듣고 싶진 않겠지만, 진보신당의 선택은 "이념적 교조주의의 산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게 된다. 진보의 원칙을 지켜내는 노력은 중요하나 그것이 대중과 함께 하는 정당의 기반을 허물면서까지 한다면 그건 이미 정당이 아니라 특정 가치에 대한 독점과 독선을 내세우는 오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오늘의 현실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진보대통합을 통한 연대를 취하는 것 등은 모두 진보의 원칙을 후퇴시키는 것인가?

독자파가 비판하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진보의 원칙을 버린 것인가? 결코 아니다. 이들은 진보적인 대중과 아직 진보의 가치에 대해 절감하지 못한 대중까지도 포함한 집단과 최대한 결합하면서 진보의 원칙을 구현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역사의 진전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직선일 수는 없기에, 진보의 대중적 역량을 축적해나가는 지그제그식의 고된 과정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집권이다. 그 외의 답은 없다. 진보세력 자체가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현실은 분명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명박 체제를 계승하고 한나라당의 권력이 그대로 이어지는 정권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은 이 나라 전체만이 아니라 진보에게도 당연히 재앙이다.

통합적 연대와 역량이 아니고서 이런 사태를 막아낼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가능하다고 보는가? 독자노선을 통해 자신의 이념적 순혈주의는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로 재앙적 사태가 정치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일부 진보세력은 우리가 이룩해온 민주주의의 성과가 그리 쉽게 파괴되지 않으리라 여겼다. 또 다른 일부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진보는 현실의 모순과 고통 때문에 더욱 날카롭게 대치하면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느 쪽이든 현실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지한 판단과 평가를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진보세력만으로 봐도 엄청난 비극과 후퇴가 강요당한 현실이었다.

2012년 집권을 향한 일로매진만이 답이다

따라서 내려지는 결론은 명확하다. 지금의 현실에서 진보의 첫 걸음은 이명박 세력의 심판과 청산, 그 후계체제의 몰락에 집중하는 일이다. 진보의 가치 실현은 이런 토대 위에 전망할 수 있다. 연대이든 통합이든 또는 연립정부이든 단일정당이든 그 어떤 정치적 형태와 가능성에 대한 선택도 유연하게 열어놓은 채, 함께 공동 집권하는 것만이 진보의 미래를 확보하는 길이다. 어떤 세력이든 혼자서 이 판을 뒤집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국민 참여당도 진보통합 전선에 참여하려 하고, 복지국가와 진보통합 시민회의, 국민의 명령 등이 모두 나서서 그 수준과 내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작동하려는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여기서 공동 집권이란 무엇인가? 진보세력과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결집이다.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근거지는 민주당이다. 그 민주당은 현실권력이다. 진보세력은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그런 시선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시기의 역사가 그랬다는 것을 스스로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현실적 지지기반은 진보세력보다 넓고, 민주당 내부에 진보세력의 결집도 최근에 이루어진 상태다.

민주당과 연대 내지 통합하는 문제

그러면 이젠 믿을 수 있는가? 아직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해도 내부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구나 진보세력의 대통합은 절실하다. 진보세력의 대통합이라는 정치적 전제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민주당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없고 공동 집권의 세력기반도 견고해질 수 없다. 이런 현실이 진보신당에게 도움이 되는가? 진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욱 커지는가?

진보신당의 통합 거부는 통합에 노력해온 시민사회와 민노당 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진보세력에게도 타격이며 진보세력의 정치력에 대한 조롱까지 증폭되게 만들고 있다. 진보 대통합? 그거 되겠어? 이 말이 뼈아프게 현실이 되고 있다. 진보신당 독자파의 선택은 이렇게 통합의 구도에 생각 이상의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진보는 진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이 나라 민중의 고통을 덜기 위해 자기희생적으로 움직이며 존재하는가?

진보신당의 내부 논의에 기대를 걸며

모든 정당이 통합으로 가려는 흐름 속에서 독자적 진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정당의 존재가 무가치 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정당이 있기도 해야 한다. 현실의 절박한 과제에 몰입하다보면 장기적 전망과 원칙을 놓칠 수도 있으니 그걸 담아내는 정당도 존재해야 한다. (그 장기적 전망과 원칙이라는 것도 변화무쌍한 현실정치와 끊임없이 격돌하고 마주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진보신당 독자파와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걸 원하는 것이라면 이번 결정은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진보신당이 그걸 바라는 것이라면, 진보신당은 이제부터 통합논의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옳다. 진보신당의 선택에 대한 존중과, 통합논의의 신속성 또는 실천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자꾸 하자고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미련은 남는다. 그리고 여지는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의 의사가 압도적으로 단일하지 않고 독자파와 통합파 사이의 갈등조절과 당 대회 결과에 대한 재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독자파가 주도한 당 대회의 결정을 이렇게 보면 어떨까?

"꼭 통합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통합을 통한 정치적 승리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통합도 원칙적 전제가 충족될 때 의미가 있고 실천력이 강화될 수 있다. 감정도 아직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처도 어루만져주지 않고, 진보적 가치에 대한 결연한 의지도 분명하게 표방하지 않으면 통합부터 하겠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고생해온 건 뭐냐? 온갖 힘든 걸 다 참아내고 분당을 통해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게 본래의 출발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만일 이런 것이라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래서 충분히 이 발언의 속뜻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독자파의 울분과 고민을 최대한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청의 과정에서 통합의 과정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심도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진보통합의 과제를 짊어진 이들이 해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북 비판의 경우에 있어서도 제도정당으로서 북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구별이 필요하고, 핵 문제 누군 반대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역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관련해 종합적인 전략과 비판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 핵 무장에 대한 일방적 공세만이 답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의도나 진의 또는 표현이 그렇지 않다 해도 결과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형국이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진보신당 독자파들의 재고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시민사회의의 역할

그런데 9월 통합 시한을 정해놓은 통합 일정에서, 끝내 통합의 정치적 노력이 시기를 놓치고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정치적 장악력도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 현실이다. 통합을 향한 추진력 발휘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결과들로 해서 진보신당 내부의 분열이 보다 가시화될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대중적 영향력이 급속히 소멸할 수도 있으며 예상 밖으로 진보신당의 의지에 동의하는 진보대중이 모여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의 진보신당은 너무 비관적인 비난처럼 들릴지 모르나 정치적 변방에 잔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으로서의 유의미한 존재가치를 지니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럴 때 노회찬, 심상정 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단해야 한다고 본다. 결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들의 선택이겠지만 그 방향은 무엇보다도 통합정치와의 결합이다. 이만한 진보적 정치자산을 이뤄내는 일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도정치권 무대에 진출하지 못한 채 소수파 지도자로서 남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보아도 손실이다.

통합논의와 전선이 교착되고 혼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진보세력이 중심이 되어 파죽지세로 몰아쳐 가야할 정치적 역량의 강화라는 목적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 대목은 민노당 분당과 이후의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이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 보자면 새로 만들어져야 할 진보정당이 어떤 포괄성과 포용력을 가져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다. 진보세력의 통합적 정치역량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보다 강하고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에 더하여 그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진보세력 전체 또는 일부도 역사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도록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사회의 진영의 고강도의 통합 압박과 진보적 원칙의 대중적 적용에 대한 입장 표명이 치열하게 요구된다. 또한 선거연대이든 단일정당이든 그 어느 쪽 좌표가 현실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든 간에 시민사회 진영은 공동 집권을 향한 모든 노력을 쏟아나가야 한다.

이제 시민사회 진영은 단지 중립적 심판자나 갈등 조정자 정도가 아니라, 정치의 주체 그 자체로 나서서 "실패하지 않을 진정한 진보의 재구성과 집권"에 대한 역사적 사명을 각오하고 실현해나가야 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는 야비하고 야만적인 시대의 종결과, 진보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21세기의 원년을 기록하게 할 것이다.

독재 정치의 정점에 섰던 유신의 후계자이며 한나라당 기득권 세력의 막강한 버팀대인 누군가가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부동의 위치로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적 정치역량의 발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진보의 무대는 세워지지 못한다. "이것도 못한 주제에"라는 빈정거림 속에서.

공동 집권이 이 시대의 진보, 그 문을 여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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