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가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와 법원 내 수직적 관료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판사는 '사법개혁,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27일 저녁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내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유는) 지난 2009년부터 대법원장에게 거대권력을 부여하는 현 제도와 수직적 관료 시스템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꾸준히 해온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전 판사는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에 근무하는 심의관 등, 판사 직함을 갖지 않는 법원 분들은 재판상 독립보다 사법부의 기득권이나 정치권력 눈치 보기에 더 신경을 쓴다"며 "이러한 제도 내에서는 판사들이 독립적인 판결을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예로 언급하며 "충격적이었지만, 그 사건을 담당하던 판사들은 자기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분이 피해자였기 때문에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수직적 관료시스템 아래서는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판사가 재판하더라도 피고인을 '불구속'으로 풀어주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판사들이 실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며 "사건처리율과 조정율이 근무평정에 반영되는 한, 사건의 재판이 거듭될수록 판사들은 재판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이 때문에 맞춤형 재판을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서 전 판사는 지난해 12월 SNS에 '가카 빅엿' 글을 게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후회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비관적이고 힘든 상황이라면 후회하겠지만, 오히려 '국민판사'라는 호칭을 받으면서 사법 개혁을 제대로 시도할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보다는 오죽하면 판사조차 '가카 빅엿'과 같은 노래를 인용했겠는가를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그만큼 위축됐기 때문에 판사까지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판사로 돌아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판결하지 못하고 실적 경쟁을 해야하는 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과거의 사법개혁 운동은 법조인과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끼리 탁상에서 논의했다"며 "진정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 개혁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조인의 기득권이나 체면을 유지하는 차원의 사법개혁, 성직자나 수도승처럼 존경받는 판사는 필요 없다"면서 "지금은 간 큰 판사, 법대로 판결하는 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전 판사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던 지난 2009년 당시 신 대법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심의 방침이 결정되자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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