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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g 우편물 하루 150번 실어나른 대가가 1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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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g 우편물 하루 150번 실어나른 대가가 130만원"

[현장] 비정규직 우편노동자 "전체 우편 80% 처리하고 임금은 정규직의 1/3"

16일 오전 8시30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 막바지 우편 발송 작업에 접어든 우체국 노동자들이 화물운반대에 담긴 우편물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었다. 전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밤을 새워 운반하는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우편집중국에서는 우편물을 접수하고 분류한 뒤 발송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에서 7년째 일하는 박동철(가명) 씨는 "무게가 400~500kg 정도 나가는 우편물을 한 사람당 하루에 100~150번씩 실어나른다"며 "젊은 사람들은 취직해도 3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탓에 평균 직원 연령이 40~50대"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말이 낀 월요일과 금요일, 명절 전후,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에는 물량이 폭증한다. 또 다른 노동자는 "명절에는 소포가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다"며 "소포를 소중히 다뤄야하지만, 운반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포 산'을 지근지근 밟고 올라갈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선풍기, 정규직은 에어컨"

ⓒ프레시안(김윤나영)
우편집중국이 속한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700여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423명이다. 그 중 70%는 무기계약직이고, 30%는 3개월·6개월짜리 계약직이다. IMF 사태 이후 동서울우편집중국이 '공무원'인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운 탓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복리후생, 휴식시간 등 모든 근로조건에서 정규직보다 차별받는다고 호소한다. 특히 이들에게 가장 큰 불만은 임금이다. 박동철 씨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전체 우편의 80%를 처리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1/3밖에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박 씨가 받는 월급은 세후 120~130여 만 원이다.

김은철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지부장은 "정규직은 아무리 우편 물량이 많아도 정해진 휴식시간 만큼 쉴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물량이 많으면 휴식시간에도 일했다"고 거들었다. 김 지부장은 "정규직에게는 쉴 공간이 있었지만, 비정규직은 한겨울에도 밖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 놓고 돌아가며 쉬었다"고 덧붙였다. 업무 환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겨울에 일할 때 정규직 직원은 대형 온열기를 쓰는데, 우리는 작은 난로 하나 앞에 놓고 14명이 돌아가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할 때는 우리는 선풍기 하나를 겨우 받았지만, 정규직은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게 해줬어요."

"노조 탈퇴 안 하면 재계약 없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해 8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기존 노조로 한국노총 전국우정노조(기능직 150명)와 지식경제부 공무원노조(일반직 70명)가 있었지만, 정규직 중심인 기존 노조에서 비정규직이 소외된다고 판단했다. 새로 설립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비정규직 138명)는 전국 24개 우편집중국 가운데 최초로 생긴 '비정규직 합법 노조'가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 생긴 이후부터 갖가지 복리후생이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부터 건물 안에 휴게실이 만들어지면서 비정규직들이 더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쉴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 10일에는 정규직만 받았던 복지카드를 비정규직도 처음으로 발급받았다. 오는 3~4월에는 최초로 비정규직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정사업본부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배척하려 한다"는 증언도 현장 곳곳에서 들렸다. 김진숙 전국우편지부 부지회장은 "정규직 조합원이자 관리자 중에서 인사 권한이 없는 작업조 계장이 계약기간이 2년이 넘지 않은 조합원에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재계약은 없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몇몇 비정규직에게는 회유책이 쓰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무기계약직 가운데 몇 명이 갑자기 10만 원 상당의 선물과 식사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김 부지회장은 "왜 몇 명만 찍어서 식사를 제공하느냐고 따졌더니, 정규직 관리자가 '청장의 지시'라고 답했다"며 "그런데 그때 식사를 제공받은 비정규직 10여 명이 나중에 정규직 노조(우정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김은철 지부장은 "현 정규직 노조 지부장이 비정규직에게 기득권처럼 군림하지만, 정규직 중에는 비정규직 노조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몇몇 정규직은 '비정규직 노조 만들길 잘했다. 노조 존재 자체가 힘이니 꼭 가입하라'고 독려했다"고 고마워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년차와 15년차 임금이 같다?"

김은철 지부장은 "우리는 비정규직도 자부심을 갖고 떳떳하게 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며 "전국의 나머지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노조를 통해 노동조건이 나아질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일은 너무 힘든데 월급이 적고 잘 오르지도 않아서 20대 젊은이들이 취직을 꺼려한다"면서 "젊은이들도 취직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숙 부지부장은 "특히 비정규직은 2년차든 15년차든 같은 부서에 있으면 임금이 똑같고, 인사이동을 하면 오히려 깎이기도 한다"며 "10년 넘게 일한 숙련된 노동자가 아르바이트 1년차와 비슷한 임금을 받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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