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형사4단독 최환 판사는 16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환 판사는 "피고인(김진숙 지도위원)이 불법행위로 파업 장기화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극심한 혼란과 불편을 야기했으며 군사보안·국가중요시설인 한진중공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을 뿐만아니라 법원의 퇴거명령에 불응하는 등 법질서 경시와 법익침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판사는 "피고인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고 농성기간에 사회적 논의 끝에 이례적으로 정치권이 중재에 나섰고 노사합의로 회사도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그는 이어 "파업의 장기화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혼란과 불편 등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만 지우기는 어렵고, 노사간의 대립상황과 정리해고의 진행경위에 비춰 해고 근로자와 그 가족의 절박함이 일면 이해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범법사실에만 초점을 맞춘 판결이어서 유감"이라며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월6일 오전 6시 영도조선소내 높이 35m인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지난 11월10일까지 309일간 농성을 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은 검찰의 징역 1년6개월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유감을 표했다.
부산양산지부는 "법원은 구조조정과 살인적인 집단적인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면서 "법이 가진 자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생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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