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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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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Ⅱ

[한윤수의 '오랑캐꽃']<359>

내 진작에 경고했었다.
다년(多年) 계약을 허용하면 외국인들이 노예상태에 빠질 거라고.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순진한 외국인들이 다년 계약에 묶여 옴짝달싹 못한다.

태국 남자 송차이(가명)는 한국에 올 때 1년 계약으로 알고 왔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사장님이 사인하라고 해서 뭔가에 사인했다.
초년병들은 사장님이 사인하라면 무조건 한다. 하기야 어떤 초년병이 사장님 말에 토를 달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게 바로 3년 계약서일 줄이야!

근로환경이 나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한계 기업의 사장님들이 다년계약 규정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
송차이의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폴리에스터로 흡음(吸音)단열재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다. 흡음단열재는 극장, 녹음실, 체육관 등의 건축 재료나 자동차 내장재로 쓰인다. 문제는 요걸 만들 때 먼지가 많이 나고 피부가 가렵다는데 있다.

송차이는 먼지 때문에 답답해 숨이 막힐 것 같고 온몸이 가려워 미칠 지경이다.
회사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1년도 아니고 3년 동안 꼼짝 못한다니 어떡하나?

그가 나를 찾아왔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요."
"불법체류자 되려고?"
"그럼 어떡하죠?"
"1년은 참을 수 있지?"
"예, 물론 1년이라면 참죠."
"그럼 사장님하고 잘 얘기해 봐. 1년만 일하고 그만두게 해달라고."
"알았어요."

사장님이 들어주면 모르지만 안 들어주면 골치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사장님은 3년 동안 그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사장님에게도 약점이 없지 않다.
어리버리에게
강압 내지 위계(僞計)로 사인하게 만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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