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여론조사기관 TNmS의 조사 결과를 보면, 종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JTBC의 지난해 12월 한 달 간 평균시청률은 0.42%로 YTN(0.81%)의 절반에 머물렀다.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0.32%, 0.30%에 그쳤고, 보도채널 당시 YTN까지 위협하던 MBN은 0.34%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하며, 오히려 주저앉아 버렸다. 반면 YTN은 종편 출범 후 시청률이 더 올랐다.
이와 같은 시청률 저조 현상은 새해 들어서도 지속됐다. TV조선과 채널A는 한 때 0.2%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지는 굴욕을 겪을 정도다. 종편 시청률을 견인하리라 여겨졌던 드라마조차 저조한 시청률에 시달리고 있다. JTBC의 <발효가족>은 지난 12일 시청률 0.531%를 기록하며 최저시청률 기록을 세웠고,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도 0.4%대까지 추락했다. 종편 콘텐츠 중 안정적인 1%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콘텐츠는 노희경 작가의 참여로 화제가 됐던 JTBC의 <빠담빠담>과 <인수대비> 정도다.
'최대 5%'의 시청률을 호언장담하던 종편의 시청률 저조 현상이 이어지자, 오히려 증권가에서는 당초 최대 피해자로 거론되던 SBS와 CJ E&M에 다시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지상파의 방송판매광고는 종편 출범에도 불구하고 전년동월대비 8.7% 늘어났다.
종편의 이와 같은 시청률 저조 현상은 어디서 기인할까. 종편 출범 한 달을 맞아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레이첸카슨홀에서 토론회를 열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종편의 출범으로 인해 우려되는 미디어업계의 퇴행을 진단했다.
공통적으로 거론된 종편 시청률 저조의 원인은 '방송이 재미없다'는 점과 '과도한 이념적 색채', 그리고 '맥락을 찾기 힘든 보도'에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됐고,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팀장이 발제문을 발표했다.
▲TNmS가 지난해 12월 한 달 간 기록한 방송사 평균 시청률 추이. 저조한 종편의 시청률은 새해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일단, 방송이 재미없다
무엇보다 종편의 방송 질이 떨어져, 보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이 팀장은 "TV를 즐겨보는 입장에서, 이념을 떠나 방송 콘텐츠에 재미가 없다는 점이 일단 문제였다"며 "온갖 재방송으로 도배돼 채널을 집중해서 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종편 4사의 본방과 재방 편성비율은 55대 45였다. 재방송률이 정규방송의 절반에 가까워, 종편이 개국 당시 공언한 '콘텐츠의 다양화'를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상파가 하지 않는 콘텐츠'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지상파의 상대적으로 질 높은 콘텐츠에서 종편으로 옮아갈 매력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최 교수는 "방송사의 스타급 기자와 PD가 대거 종편으로 진출했음에도 '킬러 콘텐츠'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출범 직후 효과를 받은 지난 한 달 간 성적이 '애국가' 시청률이라면, 앞으로는 이마저도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도 "최소한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볼 맛이 나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리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념방송 외에는 종편을 볼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 최 교수는 "신문쟁이와 방송전문가로 이뤄진 현재 종편의 조직 구성"을 들며 "전혀 다른 생리를 가진 이들이 방송을 꾸리다보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시청률 저조 책임을 지고 종편들이 보다 공격적인 방송을 만들 인사로 교체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편 뉴스를 볼 이유가 없다
종편의 메인뉴스 보도 수준도 '기대 및 우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민언련이 지난 한 달 간 종편 3사(TV조선, JTBC, 채널A)의 메인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JTBC와 채널A의 메인뉴스는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뉴스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데 그쳤다.
채널A의 경우 메인뉴스 방송시간이 40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난해 12월 5일에는 앵커단신이 전체 보도의 절반에 가까운 6건에 달했다. JTBC는 주말 뉴스 꼭지에 스포츠뉴스가 포함됐다 빠지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12월 3일의 경우 대부분 30초 미만의 단신으로 뉴스를 채웠음에도 뉴스꼭지가 8건에 불과할 정도로 보도량이 적었다. 같은 날 MBC는 21건을 보도했다. 그나마 TV조선이 공중파와 비교될 정도로 꾸준히 일정량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팀장은 "채널A와 JTBC의 경우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메인뉴스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기사 배치에서 보도기사의 중요도를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이 팀장은 개국 첫 날 종편 3사의 첫 뉴스를 꼽았다. 이날 TV조선은 뉴스 보도 전 자사가 진행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고, JTBC는 뜬금없이 "일본이 '안중근 벼루'를 북한에 보내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채널A는 자사를 소개하는 기사로 이날 뉴스 대부분을 채웠다.
이 팀장은 "TV조선은 지난해 12월 6일 현대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영환 씨의 집을 9년 전에 털었던 도둑이 최근 강도행각을 벌이다 붙잡혔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비자금 의혹을 다시 거론하는 보도를 첫 뉴스부터 내리 3꼭지나 다뤘고, 정작 당시 논란이 된 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 사건을 뒤로 뺐다"고 비판했다.
대체로 TV조선은 과도한 이념성에 치우친 뉴스에 집중하고, 채널A는 선정적인 뉴스 포맷을 고수하며, JTBC는 양자 사이에서 오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이 팀장은 분석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이 팀장은 '박근혜 띄우기'와 복지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꼽았다.
이 팀장은 "TV조선은 1월 1일 보도에서 '버핏세'로 불리는 소득세법 통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나라당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채널A 역시 반값등록금 정책을 한나라당이 검토하는 것을 두고 '기업 주머니 털어 선심쓰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실제 민언련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TV조선과 채널A의 대담 프로그램 <최박의 시사토크 판>,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나타난 출연자를 분석한 결과, '야권인사'로 분류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채널A에는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종편은 대자본을 투입한 콘텐츠를 내놨으나, 대부분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JTBC의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지난 15일 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0.7%를 기록했다. ⓒJTBC 제공 |
종편은 퇴행적…"미디어 업계 물귀신 될 것"
최 교수는 지난 한 달 간 종편의 모습은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퇴행적"이었다며 "종편이 결과적으로 다른 방송 사업자까지 망하는 길로 이끌 물귀신이 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자본을 투입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1%에 못 미치는 시청률이 나오고, 자본 투입을 포기하자니 시청률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져, '약탈적 광고 영업' 외에는 종편이 기댈 언덕이 없어진다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최근 미디어렙법 제정을 둘러싼 지상파의 자사 이기주의에서 드러나듯, 지상파까지 직접 광고영업 전선에 뛰어들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결국 종편 출범으로 인해 보수 신문의 사익추구 논리가 방송 영역에까지 확산됐다"며 "미디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는 일이 우리 시대의 과제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그 과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허가 논리로 세웠던 일자리 창출, 미디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여론다양성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책 실패가 확실해질 경우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종편 4사가 정치적 공정성 이슈, 신문과 방송 운영과 논조의 실질적 분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며, 광고주와의 유착 가능성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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